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이 지난해 홍해사태 장기화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운임 상승에 힘입어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일제히 신고했다. 2023년 코로나발 호황이 꺾이면서 침체를 보였던 컨테이너선시장은 일 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HMM, 덴마크 머스크, 대만 에버그린은 세 자릿수의 영업이익 개선을 일궜으며, 양밍해운과 완하이라인은 영업이익 흑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HMM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영업이익이 622달러로, 글로벌 선사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해사물류통계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2024년 영업실적’ 참고)
대만 양밍·완하이 영업익 ‘흑자전환’
HMM은 컨테이너 운임 급등에 힘입어 2년 만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냈다. HMM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3조5130억원, 순이익 3조7820억원을 각각 거뒀다. 2023년 같은 기간의 5850억원 9690억원에서 영업이익은 6배(501%), 순이익은 3.9배(290%) 급증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23년 8조4010억원에서 11조7000억원으로 39% 신장하며 외형과 내실이 모두 확대됐다.
HMM에 따르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코로나 시기인 2022년과 2021년에 이은 역대 3번째 수준이다. HMM은 2022년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에 육박하는 9조949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2021년에도 7조3757억원을 거뒀다.
대만 3대 선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버그린은 매출액 4636억NTD(약 20조5000억원), 영업이익 1600억NTD(약 7조1000억원), 순이익 1395억NTD(약 6조2000억원)를 각각 거뒀다. 매출액은 전년 2767억NDT에서 68% 신장했고, 영업이익 순이익도 348억NTD 353억NTD 대비 4.6배(360%) 4배(295%) 각각 증가했다.
양밍해운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2227억NTD(약 9조9000억원)의 매출액을 신고했다.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676억NTD(약 3조원), 순이익은 13.4배(1238%) 폭증한 642억NTD(약 2조8000억원)를 각각 일궜다. 이 회사는 2023년 매출액 1406억NTD, 영업이익 -17억NTD, 순이익 48억NTD를 각각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완하이라인은 매출액 1620억NTD(약 7조2000억원), 영업이익 505억NTD(약 2조2000억원), 순이익 474억NTD(약 2조1000억원)를 각각 냈다. 1년 전 1002억NTD -63억NTD -58억NTD에 비해 외형은 62% 증가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일본 컨테이너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2024회계연도 4~12월에 영업이익 35억8100만달러(약 5조2000억원), 순이익 39억3500만달러(약 5조8000억원)를 각각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억6800만달러 6억1700만달러에서 각각 21.3배(2032%) 6.4배(538%) 증가했다. 매출액은 2023년 106억7100만달러에서 지난해 149억2100만달러(약 21조8000억원)로 40% 신장했다.
중국 코스코는 지난해 매출액 317억6400만달러(약 46조5000억원), 영업이익 88억5600만달러(약 13조원)를 각각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3% 개선됐으며, 영업이익은 2.2배(116%) 증가했다.
머스크 영업익 6.9조 기록…2배 급증
유럽에 본사를 둔 컨테이너선사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머스크는 지난해 해상운송 사업 부문에서 매출액 373억8800만달러(약 54조7000억원), 영업이익 47억4300만달러(약 6조9000억원)를 각각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 22억2700만달러 대비 2.1배(113%) 급증했으며, 매출액도 전년 336억5300만달러 대비 11% 증가했다.
프랑스 CMA CGM은 지난해 해상운송(컨테이너선) 사업 부문에서 매출액 364억9000만달러(약 53조4000억원), EBITDA 112억4000만달러(약 16조4000억원)를 각각 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EBITDA는 52% 증가하며 외형과 내실 개선에 성공했다.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지난해 해상운송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27억1700만달러(약 4조원)로 전년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매출액은 전년 192억1000만달러 대비 6% 신장한 202억8700만달러(약 29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스라엘 짐라인은 지난해 영업이익 25억2700만달러(약 3조7000억원), 순이익 21억5400만달러(약 3조2000억원)를 각각 거뒀다. 전년과 비교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63% 증가한 84억2700만달러(약 12조3000억원)를 달성했다.
HMM, TEU당 영업익 622달러…2위 달성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들의 지난해 TEU당 평균 영업이익은 전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
해사물류통계 ‘지난해 글로벌 컨테이너선사 TEU당 영업이익’ 참고)
지난해 TEU당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선사는 짐라인이었다. 이 회사는 화물 하나당 674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2위 HMM은 화물 하나당 622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119달러 대비 5.2배(423%) 급등한 수치다.
3위 홍콩 OOCL의 TEU당 영업이익은 전년 192달러 대비 80% 상승한 346달러로 집계됐다. 이어 ONE은 전년 116달러 대비 159% 늘어난 300달러를 기록했다.
하파크로이트는 화물 하나당 215달러의 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전년 235달러 대비 9% 떨어져 집계가 이뤄진 선사 중에서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북유럽 평균운임 5534弗…3배 ‘껑충’
컨테이너 운임은 양대 기간항로 모두 급등하며 선사들의 영업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24년 북미항로는 수요 회복과 파나마운하 정상화 지연 등의 영향으로 평균 컨테이너 운임이 전년에 비해 크게 올랐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드류리에 따르면 지난해 상하이-로스앤젤레스(LA) 구간 평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5230달러를 기록, 1년 전의 2143달러에서 2.4배(144%) 뛰었다. 상하이-뉴욕항로 평균 운임은 6594달러로, 1년 전 2954달러에서 2.2배(123%) 급등했다.
유럽항로는 선사들의 희망봉 우회로 운항 일수가 늘어나고 선복이 부족해지면서 운임이 급등했다.
지난해 상하이발 로테르담행 평균 운임은 FEU당 5534달러로 집계됐다. 2023년 1760달러와 비교해 3.1배(214%) 급등했다. 같은 기간 지중해(이탈리아 제노아)행 운임 역시 5780달러를 기록, 1년 전 2493달러 대비 2.3배(132%) 인상됐다.
컨테이너 물동량은 미국과 유럽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JOC피어스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아시아 18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2145만TEU를 기록, 2023년 1832만TEU에서 17.1%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22년의 2101만TEU였다.
1위 중국은 전년 대비 16.2% 급증한 1180만TEU를 기록, 9년 연속 1000만TEU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으며, 2위 베트남은 29.3% 폭증한 280만TEU로, 종전 2022년 최고기록인 250만TEU를 넘어섰다.
3위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실어 나른 컨테이너는 전년 대비 15.2% 증가한 136만TEU로 집계됐다. 2022년의 119만TEU를 너끈히 넘어서며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은 월간 실적에서 2월을 제외하곤 모두 물동량이 10만TEU를 돌파했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인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CTS)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아시아 16개국에서 유럽 53개국으로 수송된 컨테이너 물동량은 1804만5000TEU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1658만1000TEU보다 9% 늘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 2021년 달성한 1707만4000TEU였다.
선적 지역별로 보면 아시아 최대 수출국인 중국(홍콩 포함)이 12% 늘어난 1398만8000TEU, 동남아시아가 7% 증가한 239만TEU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가 포함된 동북아시아는 9% 감소한 166만7000TEU에 그치며 대조를 보였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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