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3 14:04

전세계 유조선 10척중 1척은 그림자선단

해사포럼 조찬세미나서 유류오염·보상위험 지적


전 세계를 운항하는 유조선의 10% 이상이 그림자선대(Shadow Fleet)인 걸로 조사됐다. 성재모 한국선주상호보험조합(KP&I) 전무는 7월24일 오전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제66회 한국해사포럼 조찬세미나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림자선대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성재모 전무에 따르면 그림자선대 또는 암흑선대(Dark Fleet)란 용어가 처음 나온 건 2010년께 미국 주도로 대(對)이란·베네수엘라 제재가 시행됐을 때다. 당시 제재 선박들이 AIS(선박 자동식별 장치)를 끄고 어둠 속에서 항해(going dark)한 것에서 유래됐다. 그림자선대는 2022년 러·우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 제재를 회피하려는 선박이 몰리면서 급증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12월 총회에서 그림자선대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뒤 ①AIS 의도적 차단·조작 ②소유·관리 관계 은폐 ③화물 출발지·목적지 은폐 ④노후·기준 미달 ⑤적정 보험 미비 등을 특징으로 들었다. 지난해 3월 열린 법률위원회에선 ‘기준 미달 선박의 불법적 운항’으로 규정했다. 

성 전무는 러·우 전쟁 전 600~800척 수준이던 그림자선대는 현재 1300~1900척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전했다. 전체 유조선대의 10~15%에 이르는 수치다. 로이즈리스트인텔리전스는 7월 현재 그림자 선대가 1509척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S&P글로벌은 전 세계 유조선의 18.5%가 그림자선대라고 추정했다. 이들 선박의 국적은 파나마·라이베리아·마셜제도 등 편의치적국을 비롯해 이란·아프리카 국가에 몰려 있고 화물 목적지는 중국·인도에 집중돼 있다.

국제사회의 그림자선대 제재도 확산하고 있다. 서방 당국이 제재 대상으로 규정한 그림자선대는 1011척이다. 미국은 전 세계 그림자선대의 40%를 제재 명단에 올렸고 EU는 제재 선박 632척의 유럽 항만 입항, 보험 제공 , 선박관리 지원을 금지했다. 제재 선박의 국적을 보면 러시아 213척, 카메룬 157척, 시에라리온 98척, 이란 55척 순이다. 우리나라 국적선은 한 척도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성 전무는 그림자선대의 문제점으로 대형 오염사고 위험, 보상 체계의 구조적 리스크를 꼽았다. P&I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적정 보험이 있어도 보험금 지급이 불가능해 배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24년 12월 흑해 케르치해협에서 선령 52년과 55년의 러시아 노후선 <볼고네프트212> <볼고네프트239>호 침몰로 중유 4300t이 유출돼 해안선 60km를 오염시킨 게 대표적인 그림자선대 사고 사례다. 당시 피해액은 1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1월엔 파나마 국적 <이벤틴>(Eventin)호가 독일 발트해에서 원유 9만9000t을 싣고 표류하다 독일 정부의 도움으로 긴급 예인됐고 올해 4월 러시아 국적 <소피아>(Sofia)호가 흑해 아나파 인근에서 오염을 일으켜 500마리를 넘는 조류가 폐사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팬오션 심상도 상무는 선박 간 환적(STS) 과정에서 암흑선대와 거래해 2~3개월간 메이저 화주 영업이 막힌 사례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항계 밖에서 이뤄지는 유류 STS는 정상 화물이나 선박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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