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중동 전쟁의 여파로 국제유가와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우리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기업 3곳 중 1곳은 지난해보다 물류비와 원가가 올랐지만 인상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전액을 자체 부담했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7월26일 발표한 ‘상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수출 물류 애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의 99.5%가 전년보다 물류비가 올랐다고 대답했다. 물류비가 10~30% 상승했다고 체감한 기업이 54.8%로 가장 많았고, ‘10% 미만’ 22.4%, ‘30~50%’ 12.8% 순이었다. 물류비가 전년 대비 50% 이상 상승했다는 응답도 9.6%에 달했다. (
해사물류통계 ‘체감 물류비 인상폭’ 참고)
이번 조사는 지난해 수출실적을 보유한 업체 219개사(대기업 10곳·중견기업 28곳·중소기업 181곳)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기업은 운임 상승을 가장 크게 체감하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복수응답 결과 ‘운임 상승 부담’이 83.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원자재·부품 조달비용 증가(56.6%)가 뒤를 이었고, 바이어와의 단가 인상 협상 난항(33.8%), 환차손 발생(28.3%), 수출 물량 감소(27.4%), 선복 확보(22.4%) 순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
해사물류통계 ‘상반기 수출 물류 애로사항’ 참고)
물류비 상승이 두드러진 구간은 해상운송이었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인 53.9%가 해상운송의 물류비가 가장 많이 올랐다고 답했다. 무역협회는 보고서에서 수출 화물 대부분이 해상에 의존하는 데다 중동 정세 불안과 선복 부족, 해운시장 성수기가 맞물리면서 해상운임이 높아진 까닭으로 분석했다.
업종별로 보면, 석유·화학 등 대량 화물 운송으로 유류할증료 부담이 크거나 식품·농수산물 등 특수 냉장 컨테이너를 활용하는 품목이 유가 변동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계·부품, 전자·전기 등은 원부자재를 수입·가공해 재수출하는 비중이 높아서 고환율에 따른 비용 압박이 높았다.
글로벌 가격경쟁에 비용전가 한계
물류비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기업의 85.9%가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고 응답해 10곳 중 9곳 가까이 수익성 저하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률이 1~3%p(포인트) 떨어졌다는 기업은 44.3%, 3~5%p 감소했다는 기업은 39.3%였다.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6곳에 그쳤다.
이들 기업은 물류비 인상분을 수출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78.1%의 기업은 원가 인상분을 최종 가격에 20% 미만만 반영하거나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 가운데 32.9%는 인상분 전액을 자체 부담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용 인상분의 80% 이상을 가격에 반영한 기업은 전체의 5.5%에 그쳤다.
대기업도 인상분의 80% 이상을 수출가격에 전가한 비중은 20% 수준에 머물렀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글로벌 시장의 가격 경쟁으로 물류비 상승분을 바이어에게 넘기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복수응답 결과 64.2%의 기업이 중국·동남아 등 경쟁국 업체로의 바이어 이탈을 우려해 비용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경기 둔화에 따른 가격 인상 부담이 44.7%, 바이어와의 가격 협상 난항이 24.7%로 뒤를 이었다. FOB 등 계약 구조상 물류비를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응답도 15.8%였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은 수출 물량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걸로 나타났다. 조사 기업의 34.2%는 수출 물량이 10% 미만 감소했다고 답했고 24.2%는 10~30%, 9.6%는 30% 이상 줄었다고 응답했다. 물량에 변화가 없다는 기업은 26.9%였다.
수출기업은 물류비 부담을 완화할 정부 대책으로 직접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전체의 64.8%가 ‘물류비 직접 지원 및 수출바우처 지원 확대’를 가장 시급한 지원책으로 꼽았다. 환변동보험 등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0.1%, 중소기업 전용 선복을 제공해달라는 응답도 10.5%로 조사됐다.
무역협회는 최근 유가가 하락세에 들어섰지만 당분간은 높은 물류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통상 유류할증료는 평균 유가 변동분을 차기 운임에 반영하는 구조여서 앞서 상승한 연료비가 3분기까지 청구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중항로는 7월1일부터 저유황유할증료(LSS)가 인상됐고 한일항로는 7월20일부터 유류할증료(BAF)가 올랐다. 국내 내륙운송 또한 8월부터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에 따라 유가 상승분이 반영된 운임이 적용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하반기 해운 성수기와 선복 공급 정상화 지연이 맞물리면서 기업 부담을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중동 전쟁이 끝나더라도 글로벌 선복 배치와 운임이 안정되기까지 최소 3개월가량이 필요해 석유·화학, 식품·농수산물 등 물류비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 압박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 한재완 물류서비스실장은 “중동 전쟁이 다시 격화하며 물류 적체 해소가 늦어지고 유가 인상분이 시간차를 두고 전가돼 물류비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우려된다”며 “관계 부처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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