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1 09:30

판례/ 신디케이티드론은 관리은행만의 책임일까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11.27자에 이어>

나. 이 사건 대출 실행에 신용보증조건 위반이 존재하는지 여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제18, 22, 23회차 대출 당시 △△△△이 원·부자재 구입자금을 결제한 후 △△△△의 계좌로 해당 대금 상당액을 이체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한 행위는 이 사건 대출계약에서 정한 직접지급방식에 의한 대출이 아니라 사후대출방식에 의한 대출로서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한 것이고, 원고가 제18 내지 24회차 대출을 실행할 당시 △△△△의 구매자금 증빙 구비 금액 범위를 초과해 대출을 실행한 것은 증빙이 구비된 경우에 한해 대출을 실행할 의무를 위반한 초과대출로서 신용보증조건을 위반한 것이므로, 피고 공사는 그와 같이 실행된 대출금액에 대해 면책된다고 판단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처분문서와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피고 은행의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은행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
1) 복수의 참여은행이 신디케이트를 구성해 채무자에게 자금을 융자하는 신디케이티드론 거래에서, 참여은행으로부터 신디케이티드론과 관련된 행정 및 관리사무의 처리를 위탁받아 참여은행을 대리하게 되는 대리은행 내지 관리은행은 위탁받은 사무에 관해 참여은행과 위임관계에 있다. 이 경우 구체적인 위임사무의 범위는 신디케이티드론 관련 계약 등의 내용에 의해 정해지고, 대리은행 내지 관리은행은 위임된 사무의 범위 내에서 위임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해야 한다(대법원 2012년 2월23일 선고 2010다83700 판결 참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 은행이 원고 등과 체결한 대주 간 계약에 따라 이 사건 대출의 실행 및 계좌 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은행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차주인 △△△△으로부터 받은 인출요청서와 대출금의 용도에 관한 증빙서류의 적정 여부를 심사해 대출을 실행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데, 피고 은행이 원고로 해금 이른바 사후대출방식 및 초과대출방식에 의한 대출을 실행하게 한 것은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피고 은행은 그 의무 위반으로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대출의 관리은행인 피고 은행이 다른 대주인 원고에게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나. 피고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과실상계 내지 책임제한에 따라 감경할 수 있는지 여부
1) 채무불이행 내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나 책임제한 사유에 관한 사실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이 사실심의 전권사항이라고 하더라도,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해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2년 4월28일 선고 2019다224726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피고 은행의 신용보증조건 위반행위를 방지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으므로 피고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에 과실상계가 인정돼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공평의 원칙에 따라 피고 은행의 책임이 제한돼야 한다는 피고 은행의 주장을 배척했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이 사건 대출계약 제3조 제2항에 따르면, 이 사건 대출계약은 △△△△이 원·부자재 구매대금 입금 요청을 할 때 대금 결제를 위해 원·부자재 매도인의 계좌에 대금을 직접 입금하거나 그 구매를 위해 발행된 신용장 대금을 결제하는 이른바 직접 지급방식에 의한 대출 실행만 허용했다. 이 사건 보증계약 중 특약 제3항 및 약관 제6조 제1호에 따르면, 직접지급방식 외의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신용보증조건 위반에 해당하고 피고 공사는 그 대출에 관한 보증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에 따르면 △△△△의 계좌로 원·부자재 구매대금 상당액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직접지급방식에 의한 대출이 아니어서 신용보증조건 위반에 해당해 피고 공사의 면책 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대출계약 제3조 제2항 본문은 인출요청서에 명시된 대출금계좌로 대출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규정했고, 그 계약서에 첨부된 인출요청서 양식에서는 △△△△을 그 대출금계좌의 예금주로 기재하고 있다.
위 규정 등에 따르면, △△△△의 계좌로 대출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 사건 대출계약이 허용하는 대출 실행 방식이라고 잘못 해석할 소지가 있고, 원고와 피고 은행 모두 그 내용을 오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 사건 대출 중 △△△△의 원·부자재 구매대금 결제 후 대출이 실행된 이른바 사후대출방식에 의한 부분 외에 구매대금 결제 전 실행된 부분도 대체로 원고가 △△△△의 계좌로 대출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 역시 이 사건 대출계약에서 정한 직접지급방식을 준수한 것은 아니었지만 피고 공사는 사후대출방식에 의한 대출 부분에 대해만 면책을 주장했고, 결국 △△△△의 계좌로 실행된 대출 중 대출 실행 시점이 원·부자재 구매대금 지급 전·후인지에 따라 피고 공사의 보증금 지급 여부가 달라짐으로써 면책 부분에 관한 원고의 손해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와 같이 원고가 입은 손해, 특히 사후대출로 인해 피고 공사가 면책됨으로써 발생한 손해는 계약 자체에 해석상 오해할 소지가 많은 내용이 들어 있었고, 원고와 피고 은행 등이 공통해 그 부분 계약 내용에 대한 잘못된 해석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이므로, 그 손해를 피고 은행에게만 부담지우는 것은 공평의 원칙에 맞지 않다.
나) 원고는 피고 은행과 마찬가지로 대출 업무에 대한 전문 지식과 능력을 보유한 대형 은행이다. 이 사건 대출에서 참여은행인 원고는 관리은행인 피고 은행으로 해금 수임인으로서 인출요청서와 대출금의 용도에 관한 증빙서류의 적정 여부 등을 심사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했지만, 차주인 △△△△과의 법률관계에서는 여전히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의 신용위험 등을 부담하면서 이 사건 대출을 실행하는 대주의 지위에 있었다. 이 사건 대출은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서 실행됐는데, 회차별로 대출 실행 전에 이루어지는 서류 심사 등의 업무를 오로지 피고 은행이 전담해 수행해야 했다.
이와 같은 원고와 피고 은행의 지위와 역할, 대출 실행 경위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 공사가 면책됨으로써 원고에게 발생하는 손해와 관련한 위험을 피고 은행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형평의 관점에 비추어 부당하다.
다) 원고는 피고 은행 및 ◎◎◎◎은행과 대주단을 구성해 △△△△에게 이 사건 대출을 실행하면서 피고 은행을 관리은행으로 정하고 수임인으로서 대출실행조건 충족여부 등을 검토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그런데 피고 은행은 같은 대주의 지위에 있는 원고 및 ◎◎◎◎은행과 마찬가지로 △△△△으로부터 이 사건 대출금의 분담비율에 상응하는 이자 수익을 얻은 것 외에 관리은행으로서의 업무수행 대가를 따로 수령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피고 은행이 직접 실행한 대출금에 대해 피고 공사의 면책에 따라 입은 손해를 부담하는 것 외에 같은 경위로 원고가 입은 손해까지 이 사건 대출의 관리은행으로서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전부 부담하게 된다면, 피고 은행이 이 사건 대출로 얻게 되는 이익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돼서 신의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4)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 은행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지 않더라도 공평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 은행의 책임제한 등 주장을 배척했는바, 이는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책임제한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은행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피고 공사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의 피고 공사에 대한 상고로 인한 소송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 주 심 대법관 천대엽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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