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12 19:34

‘승선기간 줄이고 휴가 늘린다’ 정부, 선원 부족난 특단 대책 마련

해수부,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 수립


해운업계의 선원 부족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승선 근무 기간 단축, 유급 휴가와 선원 비과세 확대 등의 국적 선원 유지 방안을 수립했다. 

해양수산부는 12일 경제부총리가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올해 초부터 선원 정책 혁신 협의체와 청년선원 정책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노사정과 관계 전문가, 청년들의 의견을 모아 국적선원 규모 유지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선원들이 더 오래, 만족스럽게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 환경을 개선하고, 업계 수요에 따라 우수한 역량을 갖춘 선원을 더 유연하게, 많이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외항상선 근무 선원의 휴가 주기를 국제 평균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노사정 협의를 추진한다. 6개월 승선하면 2개월 휴가를 주는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은 3개월 승선 3개월 휴가, 일본은 4개월 승선 2개월 휴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선박 내에서도 육상과 동일한 수준으로 모바일·인터넷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현재 300만원 한도의 외항상선·원양어선 선원 비과세 범위 확대를 추진한다. 민영주택 특별공급 대상에 외항선원을 포함하고 배정물량을 확보하는 정책도 마련한다. 

해수부는 또 근로기준법 등 일반 근로자에 적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체불임금 수급권 등 인권 보호장치들을 선원법에도 규정할 계획이다. 

국적선원 고용을 장려하는 한편 외국인 선원 관리체계도 선진화한다. 특히 외국인 선원 고용이 6명으로 제한되는 국가필수선박의 지원을 늘린다. 일반 선박보다 한국인 선원을 2명 더 고용해 인건비 지출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외국인 선원과 비교한 임금 차액분을 정부가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노사정에서 협력해 외국인 해기사를 국적 해기사로 대체하면 임금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정책도 계속 추진한다. 선사들은 국적선원 고용·복지 확대 등에 수반되는 비용을 선원발전기금 등을 조성해 마련할 방침이다.

승선 근무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정부는 해양대 졸업 후 해기사 3급 면허를 딴 뒤 1급으로 올라가는 데 걸리는 기간을 현재의 10년에서 7년 이하로 줄일 계획이다. 해기사 면허 승급에 소요되는 기간이 줄어들면 현재 30대 중반인 선장 또는 기관장 승진 연령도 30대 초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해기사 경력 관리를 위해 해상, 육상 근무를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해상과 육상 선원 인력 풀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세웠다. 

 


아울러 해외 양성기관과 국내 교육기관이 연계한 외국인 장학생 제도를 도입해 우수한 외국인 선원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와 협의해 성실하게 근무한 외국인 선원의 장기체류(E-7) 선발 요건을 완화하고 허용 인원을 늘리는 대책도 마련했다. 

최근 우리 경제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인력인 국적선원 수가 계속 감소하면서 60세 이상 선원 비중이 약 44%에 달하는 등 인력난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2000년 5만8800명이던 국적선원 수는 2010년 3만8700명으로 급감한 뒤 지난해는 3만1800명까지 줄어들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현재 78% 수준인 신규 인력 5년 내 이직률을 2030년까지 50% 이하로 낮추고, 외항상선 가용 인력을 9000명에서 1만2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이번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은 선원 노동계, 업계뿐 아니라 특히 청년 선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련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청년들이 만족하며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산업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선원 노조 단체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정부 정책을 두고 “우리 국가 경제 안보를 지키는 핵심 공공 인력이며 필수요원으로서 국적선원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데 깊이 공감한다”며  환영의 뜻을 전하고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업종인 내항상선·연근해어선 선원이 소외되지 않고 모든 선원에게 확대되도록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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