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9 09:01

‘4달간 31척’ 컨선 해체 예상밖 서행…완하이 10척·MSC 6척

1~4월 5.5만TEU 폐선


컨테이너선 해체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 알파라이너, 영국 브래머 등에 따르면 올해 첫 4개월 동안 폐선을 목적으로 매각된 컨테이너선은 31척 5만5043TEU로 집계됐다.

컨테이너선 시장 초호황으로 해체 실적이 전무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급증했지만 시황 부진 여파로 선사들이 폐선에 적극 나설 거란 전문가들의 예상엔 많이 못 미치는 수치다. 알파라이너는 앞서 올해 컨테이너선 폐선이 35만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1월 14척 1만8800TEU가 무더기로 해체 시장에 나온 뒤 나머지 세 달 동안 17척 3만6200TEU가 추가로 폐선되는 데 그쳤다. 2월 6척 7300TEU, 3월 3척 4400TEU, 4월 8척 2만4500TEU였다. 2월과 3월에 크게 줄었다가 4월에 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4월 실적은 척수로는 1월에 많이 뒤지지만 선복량 기준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체된 컨테이너선의 평균 나이는 28살로, 지난 2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2007~2008년 30년이었던 평균 해체 선령은 한진해운 사태가 일어난 2016년에 19살까지 떨어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시황이 급등하면서 다시 늘어났다. 공급난이 극심해 해체 수요가 급감했던 2021년과 2022년의 폐선 선령은 평균 28~29년이었다.

올해 들어 선사들은 1000~2000TEU 사이 선형을 집중적으로 폐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폐선 물량의 77%인 24척이 이들 선형이었다.

가장 작은 사이즈는 256TEU급 <탄토센토사>(Tanto Sentosa), 두 번째로 작은 사이즈는 그리스 선주사인 레반트머린의 591TEU급 <레반트호라이즌>(LEVANT HORIZON)호였다. 가장 큰 선박은 이란 선사 이리슬(IRISL)이 운항했던 6572TEU급 <플로라>(FLORA)호다. 

 


선사별로 보면, 대만 완하이라인이 가장 많은 선박을 폐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선사는 지난 1월 1994년부터 1998년 사이에 일본 조선소에서 지어진 1088~1368TEU급 선박 10척을 폐선소에 매각했다.

다음으로 세계 1위 선사인 스위스 MSC가 총 6척을 해체했다. 1800~2000TEU급 피더선박 4척과 4800TEU급 파나막스급 선박 2척이다. 파나막스 선박은 2011년 머스크에서 인수한 4800TEU급 <엠에스씨베로니크>(MSC Veronique)와 <엠에스씨필라>(MSC PILAR)호로, 올해 해체된 선박 중 두 번째로 큰 선형이다. 두 선박은 각각 1989년과 1990년에 지어졌다.

MSC는 전 세계 컨테이너선사 중 가장 많은 164만TEU의 신조선을 발주한 상태여서 추가적으로 노후선 해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인도 선사 슈레야스쉬핑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싱가포르 트랜스월드그룹이 4척을 처분해 그 뒤를 이었다. 이 선사는 1200~1700TEU급 선박을 인도와 방글라데시 해체업자에 넘겼다.

이 밖에 우리나라 장금상선과 러시아 선사 페스코가 방콕막스 선박 1척씩을 각각 폐선했고 덴마크 머스크가 1000TEU급 1척을 해체 시장에 넘겼다.

 


견고한 용선료가 폐선 더딘 이유

예상보다 해체 속도가 느린 이유로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용선요율이 꼽힌다.

클락슨에 따르면 일명 방콕막스로 불리는 1700TEU급 컨테이너선 1년 정기용선료는 4월 현재 일일 1만8000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 호황기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강세를 띠고 있다.

동형선 평균 정기용선료는 2020년 1만달러에서 2021년 4만5000달러, 2022년 5만4000달러로 급등한 뒤 올해 1월 1만4000달러로 3분의 1 토막 났다. 하지만 다시 반등해 3월 1만6000달러 선을 회복했고 4월엔 1만8000달러를 넘어섰다.

선사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서 용선료가 크게 하락했지만 운임에 비하면 하락 속도가 빠르지 않다”며 “선사들이 코로나 호황기에 늘린 해운 항로를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와 신조선 인도 러시가 본격화할 경우 선사들이 향후 폐선에 관심을 쏟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알파라이너는 올 한 해 250만TEU에 육박하는 신조 컨테이너선이 인도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1~2020년 평균 인도량(97만TEU)의 2배를 훨씬 웃도는 물량이 올 한해 쏟아지는 셈이다.

예상과 달리 선사들이 선박 지키기에 나서면서 폐선 가격은 상승세를 띠고 있다. 영국 베셀즈밸류에 따르면 5월 현재 컨테이너선 해체 가격은 경배수톤(LDT)당 방글라데시 640달러, 인도 610달러 수준이다. 정점을 찍은 1년 전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지만 55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연말에 비해선 크게 올랐다.

지난 2016년 2월 말 최저치인 240달러까지 떨어졌던 폐선가는 2020년 상반기 300달러대 초반을 맴돌다 코로나발 호황기 동안 선사들이 폐선을 미루면서 크게 치솟았다. 지난해 4월 인도와 파키스탄 시장에서 720달러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해운 시황이 급격히 꺾이면서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해 연말 500달러대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반등해 3월께 600달러 선을 회복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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