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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09 09:04

판례/ 창고보관료는 누가 부담하나?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12.19일자에 이어>

1. 문제의 소재
최근 물류대란으로 컨테이너사용료에 대한 클레임이 급증한 바 있다. 한편 수하인이 화물을 수령하지 않는 경우, 보세창고업자는 운송인에게 보관료를 청구하게 되는데, 누가 운송인인지 여부와 관련해서도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국제물류주선업자(“포워더”)가 계약상 항공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순한 운송주선인이나 계약운송인의 대리인의 역할을 한 경우인데도 포워더를 항공운송인으로 잘못 알고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2021년 8월19일 선고 2020나2038479 판결(“선행판결”)에서는 항공운송장에 Handling Information에 기재된 포워더를 항공운송인으로 보았는데 반해, 서울남부지법원 2022년 11월10일 선고 2021가단298878 판결(“대상판결”)에서는 포워더의 운송인으로서의 책임을 부인한 바이다. 이에 어떤 판결이 타당한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2. 대상판결 사실관계 및 판결내용 
가. 사실관계 및 소제기 경위 
(1) 보세창고업자인 원고는 2014년 2월13일경 대만의 수출업자로부터 수입업자인 U가 수입한 텅스텐바 510kg과 텅스텐바 505kg(“화물”)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인도받아 이를 원고의 김포국제공항 소재 보세창고에 보관했다. (2) 수입자이자 수하인인 U는 화물이 수출자가 사기로 수출한 것이라고 하면서 화물수령을 거부해 화물은 장기적체 됐다. (3) 이에 원고는 U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선행소송”), 법원은 선행판결에서 U의 수하인으로서의 책임을 부인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피고가 항공운송인이라고 기재했다. (4) 이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다시 대상소송을 제기했다

나. 원고의 주장  
(1) 화물을 운송한 운송인은 피고이므로 화물이 보세창고에 입고됨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화물에 관한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했다고 주장하면서, 임치계약에 따라 화물에 관한 보관료인 청구취지 기재 금액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아울러 피고가 설령 화물의 운송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Arrival Notice 등의 문서를 통해 화물인도 지시의 주체가 피고인 것처럼 행동했고 원고로서는 피고가 화물의 운송인이라고 주장하는 실제운송인인 A항공 주식회사(“A”)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피고는 상법 제48조에 따라 임치계약에 따른 보관료 책임을 부담한다. 

다. 피고의 주장 
(1) 화물의 운송인은 실제운송인인 A이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계약운송인인 P 또는 O, 피고는 O의 대리인으로서 화물인도를 핸들링(Hnadling)했을 뿐이어서 화물의 운송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와 사이에 임치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 (2) 운송계약은 정형계약으로서 항공운송계약 당사자가 항공운송장에 명확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에 상법 제 48조에 따른 책임을 부담할 이유가 없고, 세관 수입화물진행정보란에 ‘특송업체’라고 기재하고 있는 것은 운송인을 표시한 것이 아니고 포워더를 표시한 것일 뿐이다. 

라. 법원의 판단 
(1) 원고는, 피고가 화물의 운송인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갑 제2 내지 5호증의 각 1, 2 및 갑 제9호증을 제출하고 있으나, 갑 제3, 5호증의 각 1[항공화물운송증(Air Waybill)]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화물에 관한 항공화물운송증에는 발행인이 기재돼 있지 않고 ‘화주/선적자’로는 대만 수출업자가, ‘수하인’으 로는 U가 각 기재돼 있으며, ‘운송인(Issuing Carrier or its Agent)’ 란에 A가 운송인 또는 그 대리인이라는 취지로 ‘As Arranged As Agent For The Carrier Of  A.’라고 기재돼 있다. (2) 이와 별도로 피고에 관해는 ‘Handling Information’이라는 항목에 기재돼 있을 뿐인 점, 다른 한편 피고가 제출한 항공화물 운송증(을 제1호증)에는 A가 발행인으로 돼 있고 ‘화주/선적자’로 오리엔탈이, ‘수하인’으로 피고가 각 기재돼 있는 점, 한편 원고가 제출한 수입화물 진행정보(갑 제9호증)에도 ‘선사/항공사’로 A가 기재돼 있고 피고는 ‘특송업체’로 기재돼 있을 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위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화물의 운송인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평석
(1) 대법원은, 대법원 2004년 1월27일 2000다63639 판결에서, “운송인과 보세창고업자 사이에 항공화물에 관해 묵시적 임치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것이고, 따라서 보세창고업자는 운송인과의 임치계약에 따라 운송인 또는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고, 한편 운송인은 항공화물운송장상의 수하인이나 그가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으므로, 보세창고업자로서는 운송인의 이행보조자로서 항공운송의 정당한 수령인인 수하인 또는 수하인이 지정하는 자에게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2) 포워더는 계약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있고, 단순히 운송주선인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계약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는 경우는 화주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운송인의 지위에 있고, 실제운송인(예를 들어 선사)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화주의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반면 포워더가 운송주선을 하는 경우에는, 화주와의 관계에서는 운송주선계약이 체결된 것이고, 실제운송인과는 화주의 대리인의 지위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3) 대상 판결과 관련 판결의 사안에서는, 포워더가 운송인의 지위를 취득하지 않고 단지 항공운송인의 대리인(파트너) 역할을 하는 경우이므로, 보세창고업자와 임치계약을 체결할 당사자로 볼 수 없음에도, 선행판결은 포워더인 피고를 계약운송인으로 보고 있어 사실 오인에 이르고 있다.

(4) 선행 판결과 달리, 판결은 운송주선인의 업무의 형태를 잘 고려해 판단하고 있으며, 상법 제48조에 따른 주장을 배척한 것도 타당한 것이다. (5) 이러한 잘못된 판결이 나오는 것은, 국제거래사건의 경우, 소송을 수행하는 변호인이나 법원의 입장에서는 생소한 내용이 많아 계약관계에 대한 오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6) 잘못된 판결로 인해, 또다시 잘못된 소송이 제기됐던 것이다. (7) 이렇게 볼 때, 계약당사자를 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전문적이 부분이므로, 소를 제기함에 있어서는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 여부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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