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31 09:07

“인천내항 항만기능 여전히 유효하다”

내항부지 상업용으로 변경하면 땅값 보상 감당못해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

인천항 시민단체가 인천 내항 부지를 모두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하는 인천시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귀복 인천항발전협의회 회장은 해양수산부 출입 해운기자단을 인천항에 초청해 유정복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내항의 항만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회장은 인천 내항의 역사와 재개발 사업에 착수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1974년 1만t과 5만t급 갑문 2개가 완공되면서 내항이 문을 열었고 이후 인천 경제 발전에 큰 이바지를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20만~30만t의 선박이 출현하고 2만TEU급 컨테이너선이 운항하면서 파나막스급 이상 선박은 들어가지 못하는 내항은 경쟁력을 조금씩 잃어갔다. 물동량이 폭주하면서 내항에 들어오려고 선박들이 2~3일씩 갑문 밖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도 인천항 외항 시대를 연 계기가 됐다.

항과 남항 인천신항 같은 외항이 가동에 들어가자 해양수산부는 내항 재개발 사업에 착수해 윤진숙 장관 시절 1·8부두 재개발 계획의 로드맵을 발표했다. 인천시민이나 내항이 위치한 중구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익시설과 해양관광·문화·상업을 특성화해 구도심과 연계 개발하는 해양문화관광지구로 이원화해서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문제는 정부에서 재개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토해양부 시절부터 8부두에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내항을 민자 개발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해수부도 로드맵에서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인근에 유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간에선 내항 재개발 사업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이 회장은 기업들이 내항 재개발 사업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입찰을 두 번이나 벌였지만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업은 난항을 겪었다.

박남춘 시장 땐 인천도시공사와 LH가 사업 참여를 추진했다가 철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지난 2020년 인천항만공사(IPA)가 1·8부두 재개발 사업계획서를 해수부에 제출했고 올해 3월 사업시행자로 최종 선정됐다. 

 
▲인천 내항 갑문 전경


인천시장 바뀌면서 재개발 기조 급변

이 과정에서 인천 시장이 교체되고 사업 기조도 함께 변경되면서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박남춘 시장은 1·8부두 부지를 기본적으로 녹지로 개발하려고 했다. 이 방침에 맞춰 용도에 맞게 아파트나 콘도 등의 수익시설을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 취임한 유정복 시장이 내항과 제물포역을 엮어서 구도심을 재개발하는 내용의 제물포 르네상스 계획을 제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유 시장은 내항 부지를 모두 상업용지로 변경하려는 입장이라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내항 부지를 모두 상업용지로 바꿔야 비용편익 분석에서 경제성이 도출된다고 하는데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며 “상업용지로 바꾸면 땅값이 비싸져서 IPA가 토지 비용을 다 보상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귀복 회장은 또 인천 내항의 항만 기능을 계속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곡물부두와 자동차부두, 중소선박 전용부두, 선박 피항지 등의 측면에서 내항은 아직까지 활용도가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내항에 있는 TBT 대한싸이로 대한통운 한진 선광 등 5개의 사이로 시설을 옮기는데 총 4조가 들어가 사실상 이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곡물부두로 계속 활용하는 게 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갑문이 있어서 항상 12~13m의 수심이 항상 확보되기 때문에 램프(ramp·화물차 출입구)로 하역하는 자동차선이 별도의 부유시설(폰툰) 없이 쓰기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항은 파도와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폭풍이나 태풍이 왔을 때 소형선이나 관공선 역무선 경비정 잡종선 등의 피난처 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이라며 해군 군함 역시 기상 특보가 발효되면 내항을 피난처로 이용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외항 시대가 도래했지만 여전히 내항은 특수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좋다”며 “내항의 가치를 정부와 시에서 알고 그 콘셉트에 맞춰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에 이어 인천신항을 소개한 성호용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 상무는 인천항의 올해 물동량 실적이 7% 감소한 가운데 환적화물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성 상무에 따르면 1~9월 인천항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34만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51만TEU에 비해 6.9% 감소했다.

하지만 환적화물은 같은 기간 5만4000TEU를 처리해 지난해 동기 4만1000TEU에서 31% 급증했다. 한중 간 수출입화물이 중심이었던 인천항의 환적 기능 확대는 향후 항만 발전 가능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대목이다.

같은 기간 SNCT 한진인천터미널(HJIT) 등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150만TEU로, SCNT에서 8% 감소한 68만6000TEU, HJIT에서 2% 감소한 81만3000TEU를 각각 담당했다.

성 상무는 이와 함께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대응해 항만회사들이 자동화 시설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는 “자동화부두를 건설하면 100명의 인력이 하던 일을 11명이 할 수 있게 된다”며 “일자리는 많이 줄지만 그만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신국제여객터미널 견학을 주관한 김영국 IPA 항만운영실장은 정부가 외국인 크루즈선 관광객의 국내 입국을 허용하면서 내년에 10척의 크루즈선이 인천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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