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HMM 매각 여건을 조성하고 선박 조세리스(Tax Lease) 등 민간의 선박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을 도입해 지난해 말 9300만t이었던 국적선대를 2027년까지 1억2000만t으로 24%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또 광양항과 부산항 진해신항에 완전 자동화항만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11일 오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새정부 해양수산부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해수부는 윤석열 정부 5년간 ▲세계를 선도하는 해상물류체계 구축 ▲역동적인 신해양경제 육성 ▲깨끗한 바다, 안전한 연안 조성 ▲지속가능한 수산업, 사람이 돌아오는 어촌 구현 등 4대 전략을 추진해 해양수산 분야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해상물류체계 구축
해수부는 해운산업을 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고 공공부문의 역할을 재정립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특히 사상 초유의 시장 호황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HMM의 경영권을 민간에 이양하기 위한 여건을 중장기적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대통령에 보고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현재 HMM을 관리하고 있는 해양진흥공사와 회사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한 해수부는 이 전략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감독하는 한편 경영권 매각도 밑그림을 그린다는 구상이다.
해운업계의 관심사인 선박 조세리스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내용도 업무 보고에 포함됐다. 선박 조세리스제도는 가속 상각을 허용해 선박 자산 구입 초기에 시중은행 등의 투자자들에게 법인세 절감 혜택을 제공해 민간의 선박투자를 유인하는 금융기법이다. 영국과 프랑스 일본 등 해운 선진국에서 조세리스제도를 도입해 민간의 선박 투자를 활성화하고 자국선사의 선박금융 조달 방안을 다각화했다. 영국은 1960년, 프랑스와 일본은 1998년과 1999년 선박 가속상각제도를 각각 도입했다. 특히 프랑스는 선가의 12~15%를 절감할 수 있는 조세리스제도를 도입해 CMA CGM 등의 국적선사와 항공사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선가 5%를 절감할 수 있는 JOLCO 제도를 운영 중이다.
정부가 설계한 선박 조세리스 구조는 이렇다. ①단수 또는 복수의 투자자가 국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지분 100%를 출자하면 ②선사는 선박을 발주한 뒤 해외 SPC에 계약을 이관하고 국내 SPC는 최후순위를 포함한 선·중순위 선박금융을 조달하고 할부매매 방식으로 선박을 소유한다.(99% 초기 납입) ③국내 SPC는 선박을 인도받아 이를 선사에 나용선(BBC·운용리스) 방식으로 임대하고 ④선박 가속상각으로 수입(리스료)보다 비용(이자와 감가상각비)을 늘려 초기에 대규모 세무상 손실을 발생시킨다. ⑤연결 합산 과세를 적용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이전시켜 법인세를 절감한다. ⑥마지막으로 투자자는 법인세 절감액 일부를 선박금융 상환 등에 활용하고 선사는 선박 지분 또는 국내 SPC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선박을 인수하게 된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조세특례 예비타당성 평가를 진행 중으로, 예타 평가가 마무리되는 대로 한국형 조세리스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해수부는 또 공공기관이 선박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도록 정책금융기관의 선박 펀드 규모를 21억달러에서 36억달러로 확대하고 경기 침체에 대비해 2026년까지 선박 매입·임대 전문 리스사를 설립하는 전략도 수립했다.
항만시설을 자동화하고 항만물류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책도 추진한다. 국내 기술을 활용해 2026년까지 광양항에 완전자동화항만 가늠터(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2029년까지 부산항 진해신항을 스마트 메가항만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국내 주요 항만에 LNG 급유시설과 수리조선소 등 고부가가치 항만서비스를 도입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물류난을 겪고 있는 국내 수출기업 지원도 이어간다. 정부는 임시선박 투입, 중소기업과 농수산물 전용 선복 배정 등 수출기업 물류 지원을 지속하고, 부산항에 수출기업 전용 화물보관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역동적인 신해양경제 육성
해수부는 또 해양레저관광, 해양바이오, 해상교통서비스 등 미래 유망분야인 해양 신산업을 집중 육성해 15조원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거점형 마리나와 소규모 계류 시설을 확충해 마리나 산업을 육성하고, 해양치유센터 등을 조성해 해양레저관광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낚시 복합타운을 조성할 계획으로, 복합 해양레저관공도시는 내년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로 했다.
또 디지털 해상교통, 자율운항·친환경선박 기술을 고도화하고, 고망간강 소재 국제표준, 평형수 처리장치 부품 국산화, 선체 부착생물 제거 장비 등 첨단 선박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개발을 지원해 해상교통 신시장 선점을 유도하는 정책도 업무보고에 포함됐다.
조 장관은 극지·대양 연구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 6번째로 남극 내륙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2026년까지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하겠다고 말했다.
◆깨끗한 바다 안전한 연안 조성
해수부는 해양생태계를 보전하고자 해양쓰레기 발생, 수거·처리, 재활용 전 주기 관리를 강화하고, 지난해 현재 우리 영해의 9.2%인 해양보호구역 면적을 17%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등을 조성해 생태관광과 결합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유도한다.
아울러 최근 관심이 높아진 상괭이, 돌고래 등 해양동물의 복지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전시 중인 남방큰돌고래(비봉이), 흰고래(벨루가)의 해양 방류를 추진한다.
또 지구 온난화에 따른 위험에 대응하려고 해일 이안류 등 해상에서 발생한 재난이 육상에 도착하기 최소 30분 전에 국민들에게 알리는 해상 예·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침식·재해 고위험 해안가를 중심으로 완충구역과 재해안전항만을 조성한다.
어업인과 갈등을 빚어 왔던 해상풍력은 개발 과정에 어업인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질서 있는 개발을 추진한다. 아울러 지자체 간 해상경계를 획정하기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해 해양공간 활용에 대한 갈등 관리를 강화한다.
◆지속가능 수산업, 사람이 돌아오는 어촌 구현
해수부는 수산 분야에선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수산물 유통‧가공 구조를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지난해 국내 전체 생산량의 29%였던 총허용어획량 제도(TAC) 적용 대상을 60%까지 확대하고 전국 6개소에 조성 중인 스마트 양식클러스터를 조속히 완공해 2025년부터는 대서양 연어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또 노후화된 수산물 산지 위판장을 저온·친환경으로 현대화하고, 글로벌 스타 수산물인 김을 수출 10억달러 품목으로 육성하는 등 수산물 수출 지원을 확대한다.
이 밖에 어촌지역 소멸 위기를 막고 활력을 제고하고자 전국 어촌을 거점형·자립형·정주유지형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생활 편의성을 개선하는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 가운데 거점형 사업엔 어촌지역의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자 총사업비 4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정부는 그간 여객선이 다니지 않아 교통권을 보장받지 못했던 40개 소외도서에 선박 투입을 지원해 대체 교통편이 없는 모든 도서 주민들의 편의를 제고하는 사업도 수립했다.
조승환 장관은 “신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산, 해운, 항만 등 전통 해양수산업의 디지털화ㆍ스마트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해양 신산업분야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새 정부내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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