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노동계가 선원 급여의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정태길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은 기자단과 만나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기반인 선원 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려면 선원직의 매력을 크게 높여야 한다. 외항선원에 비해 세제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내항선원의 불만이 높아지는 실정”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현재 소득세법은 외항선원은 300만원 이내의 급여, 내항선원은 20만원 이내의 승선수당을 비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뜩이나 근무 환경이 열악한 내항상선 선원이 세제 혜택에서도 차별적 대우를 받으며서 불만과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는 게 선원 노동계의 진단이다.
정 위원장은 “영국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프랑스 필리핀 등 주요 해운선진국이나 선원국가는 다양한 방식으로 선원의 소득세를 경감 또는 면제하고 있다”며 “선원 급여의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줄어 원가경쟁력이 높아지고 선원 실질소득이 높아져 승선 근무 기피 현상이 완화되고 청년층의 유입이 활발해질 거”라고 기대했다. 선원노련은 지난 7월4일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과 만나 관련 내용을 건의했다.
정 위원장은 가스공사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일자리 문제도 짚었다. 가스공사는 2024년 만료되는 FOB(본선인도) 조건의 LNG 운송 계약을 DES(착선인도) 조건으로 전환하려는 방침인 것으로 파악된다. FOB 조건은 수입자가 선박을 배정하는 반면 DES는 판매자가 운송을 책임진다. 그동안 가스공사 물량은 대부분 국내 선사가 운송을 맡았지만 DES 조건으로 전환하면 외국선사로 수송권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 주력 선종인 LNG운반선은 외국인 선원에 잠식된 선원 고용 시장에서 그나마 한국인 선원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분야”라며 “FOB 계약을 유지해서 한국인 선원의 일자리를 사수할 수 있도록 선원노련 내에 LNG선 소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선원이 승선근무를 하다 사망했을 때 유족에게 보상하는 특별위로금을 현실화하는 것도 선원노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현재 선원이 사망하면 내항선원 유가족에게 5000만원, 외항선원 유가족에게 4000만원의 특별위로금이 각각 지급된다. 2004년 노사가 합의한 금액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2019년 특별위로금을 상향조정하는 노사 협상이 진행됐지만 다른 의제로 양측이 부딪히면서 중단된 바 있다.
당시 협상에서 선주측은 1억원, 노조측은 4억원을 조정 금액으로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합의서 개정 전까지 현재 기준을 최저치로 산정해 현실적인 보상금이 유족들에게 지급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단위노조에 권고했다고 말했다.
주인 없는 해운사 주주들, 선원 처우 관심 가져야
정 위원장은 두 달 전 기금 전달을 마친 국적선원 일자리지원사업의 경우 조만간 미달된 인원을 대상으로 추가 모집을 실시한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 2월20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해운산업위원회는 한국 상선대에 한국인 정규직 해기사를 우선 고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합의문을 체결했다.
합의서엔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합의 정신을 살려 선원노련과 해운협회에서 매년 각각 5억원을 출연하고 정부도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근거로 노사정은 총 15억원의 일자리 기금을 마련해 지난 6월8일 사업 시행기관인 선원복지고용센터 이중환 이사장에게 전달했다.
이날 전달식에선 올해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외국인 해기사를 한국인 해기사로 대체해 신규 채용한 뒤 고용을 유지한 선사에게 국적선원 1명 당 1500만원의 지원금이 지원됐다. 1차 모집에서 혜택을 받은 선원은 총 46명으로, 조성된 기금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6억9000만원이 집행됐다.
정 위원장은 미달된 나머지 54명을 모집하는 절차를 조만간 진행한다고 소개했다. 2차 모집에선 외국인 해기사를 대체해 한국인 해기사를 고용한 곳뿐 아니라 비정규직 한국인 해기사를 정규직으로 전환 고용한 선사까지 대상을 확대한다.
그는 또 현재 공백 상태인 선원노련 본부장직 인사에 대해서도 속내를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정승택 재정본부장과 김혜경 ITF코디네이터, 김상기 국제본부장, 이유승 해운정책본부장이 줄줄이 정년퇴임했다. 김택훈 수산정책본부장도 9월5일자로 물러난다. 졸지에 5개의 본부장 자리 중 4자리가 비게 됐다. 본부장 공백으로 선원노련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자신의 임기 내엔 본부장 인선을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그는 “연맹 위원장 임기가 6개월이 채 안 남았다”며 “31대 위원장이 조직을 새로 꾸려서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인들이 (본부장에) 오면 일을 할 수가 없다. 젊은 사람들이 올라와야 하는데 사람을 키우지 못했다”며 선원노련 인재 육성에 한계가 있었음을 고백했다.
이 밖에 두 개의 조직으로 양분된 해운노조협의회와 관련해선 “마지막 소원이 상선 부분의 (협의회) 통합”이라며 “양측에서 마음을 비우고 하나로 합쳐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모펀드가 해운에 들어오면서 선원 처우가 상당히 퇴보하고 있다”며 “수산은 식량산업이고 해운은 수출입화물의 99.7%를 운송하는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특별히 관리하고 주주들도 선원 처우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에이치라인해운 선원노조가 모회사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선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지적한 말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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