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국제해운 분야에도 배출권거래제도(EU ETS)를 도입하려고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유럽의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유럽의회(MEP)는 지난 8일 열린 본회의에서 해운까지 EU ETS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탄소시장 개혁법안 패키지를 반대 340, 찬성 265, 기권 34로 부결시켰다.
탄소 개혁법안은 지난해 7월 유럽집행위원회(EC)가 채택한 ‘2030년 55% 감축’ 정책 패키지(Fit for 55)를 기반으로 한다. EU는 2050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대륙이 되고자 1990년 대비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를 기존 40%에서 55%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 같은 계획에 맞춰 해운 분야에도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배출권 거래제도(ETS)는 정부가 기업에 탄소 배출 상한선을 설정하는 환경 규제다. 시장 기반 규제조치(MBM)로 불린다. 기업은 정부에게 할당 받거나 구매한 한도 내에서만 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 배출권은 다른 기업과 거래할 수 있다. EU는 지난 2005년 이 제도를 도입한 뒤 2012년 항공에도 적용했다.
EU는 의회의 승인을 받은 뒤 EU이사회와 EC 유럽의회의 3자협상을 진행해 내년 초까지 법안 도입을 마무리한다는 목표였다. 이 계획에 맞춰 유럽의회 환경위원회는 지난 5월17일 탄소개혁법안을 승인하고 본회의에 상정했다.
환경위원회에서 승인된 안은 EU 역내 항로는 2024년부터 100%, EU를 오가는 국제항로는 2024~2026년에 50%를 배출권 대상으로 지정키로 했다. 2027년부터는 국제항로에서도 100%가 배출권 대상에 포함되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50%로 낮추는 당근책이 포함됐다.
아울러 도입 첫 해 배출권을 무상으로 배정한 뒤 2025년 90%, 2026년 80%, 2027년 70%, 2028년 50%, 2029년 25%, 2030년 0%로, 무상 배정 비율을 단계적으로 낮춰 간다는 계획이다. 해상에서 배출권 거래로 얻은 수입의 75%는 해운 탈탄소 연구를 지원하는 해양기금에 투자된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제도 도입 일정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유럽의회 측은 “개혁안은 환경위원회로 환송돼 정치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보류된다”고 말했다.
외신에선 개혁안에서 동시에 제안한 도로 수송과 상업용 건물 분야 유예 정책이 환경 급진파 의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고 관측했다.
영국 로이즈리스트는 “이번 부결이 해운 분야에서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목표를 훼손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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