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해운사들이 최근 통항료 인상에 골몰하고 있는 수에즈·파나마운하 측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아시아선주협회(ASA)는 19일 비대면 화상회의로 열린 제31차 정기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공동합의문을 채택했다.
수에즈운하청은 올해 들어 통항료를 50% 안팎으로 인상했고 파나마운하청은 지난해 통항료 계산을 개편하는 방식으로 요율을 최대 4배 이상 올렸다. 이 과정에서 선사들과 협의하거나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ASA는 공동합의문에서 “수에즈와 파나마운하는 해운산업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통항료 정책은 안정성과 투명성,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하고 양 운하청은 이용자와 이해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납득할 수 있는 요율 적용을 촉구했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취약한 위치에 있게 된 선원들 보호 △홍콩 선박재활용 협약(HKC) 발효 독려 △해양오염에 대한 선주 책임제한 권리 지지 △친환경 선박 개발을 목표로 한 국제해사연구기금(IMRF) 조성 등의 내용을 공동합의서에 포함시키는 한편 아시아 역내 해운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자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세계 무역의 최전선에서 종사하는 선원들이 코로나19로 매우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며 “해운산업의 필수 인적자원인 선원들이 해운에 대한 매력을 느끼고 계속해서 남아있을 수 있게 하고자 선원들의 복지와 참살이(웰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친환경 선박 도입으로 2023년 이후 노후선 재활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홍콩협약이 조기 발효될 수 있도록 중국과 방글라데시의 협약 비준을 적극 독려하기로 했다. 홍콩협약이 발효하려면 15개국 이상, 전 세계 상선대의 40% 이상이 가입하고 최근 10년 새 비준국의 연간 선박 재활용 톤수 최대치가 전 세계 선박 재활용 합계의 3%를 넘어야 한다.
현재 가입국은 가나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몰타 벨기에 세르비아 스페인 에스토니아 인도 일본 콩고 크로아티아 터키 파나마 프랑스 등 17개국으로 기준을 만족했지만 가입 선박량은 29.77%에 불과하다.
이날 행사는 당초 우리나라 서울에서 대면으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비대면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홍콩 대만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12개국 선주협회 대표와 ASA 준회원 등 60여명이 참석해 선원 환경 안전 정책 등 각종 국제해운 이슈와 해운시장 전망 등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제31대 ASA 회장인 한국해운협회 정태순 회장을 대신해 회의를 주관한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총회 주제를 ‘아시아, 친환경 해운을 향해 전진하다’로 정하고, 아시아 선사들이 친환경 해운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ASA는 1년간의 임기를 마친 한국해운협회 정태순 회장의 후임으로 중국선주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코스코 슈리룽(許立榮) 회장을 32대 수장으로 추대했다. 대만선주협회 회장인 에버그린 장옌이(張衍義) 회장은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아시아 해운업계의 이익을 도모하려고 지난 1992년 설립된 ASA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대만 홍콩 호주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미얀마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등 아시아 14개국 선주협회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5월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내년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차기 총회가 열린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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