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05 09:08

기고/ 새 정부에 대한 물류산업의 기대

이헌수 항공대 교수(한국물류산업정책연구원장)


많은 국민이 기대했던 대통령 선거 과정은 아니었을 수 있지만, 어쨌든 선거가 무사히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되었다. 국민들이 새 정부에 대해 많은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겠지만, 좀 냉정하게 얘기하면, 우리 산업계 및 기업들의 역대 정부 및 새 정부에 대한 기대는, 기업활동 및 경제 활성화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동안 국민들을 이리저리 많이 갈라놓은 것을, 새 정부에서 어떻게 통합하고 화합하느냐가 가장 우선적인 과제가 되겠지만, 필자가 거기까지 언급할 수준은 되지 못하는 것 같고, 물류산업에서의 기대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최근 경제 관련 단체들의, 새 정부에 대한 바람을 보면, 민간 주도의 성장, 잠재성장률 제고, 규제 개혁, 기업하기 좋은 환경 및 경제 활성화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세계 경제 선도국가로의 발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물류산업에서의 기대 또한 기본적으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며, 잠재성장률 제고, 세계 경제 선도국가로의 발전 등을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할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새 정부에서도 여러 국가발전 비전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의 대표적인 전략산업인 물류산업의 적극적인 역할 및 협력이 핵심 전제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아래와 같은 물류 정책과 이와 관련되는 경제 및 산업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류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함을 통한 국가 경제 및 산업 경쟁력 제고

2020년 우리나라 물류산업은, 현재의 국가 통계 체계상에서의 매우 제한된 통계 수치만 보더라도, 기업체 수 38만 개, 종사자 수 75만 명, 매출액 114조 원으로서 국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업체 수, 종사자 수, 매출액 모두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당 매출액은 3억 원으로서 많은 물류기업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 물류경쟁력지수(LPI)도 2012년 세계 21위에서 2018년 25위로 하락하였다. 따라서,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서의 물류 위상을 조기 확립함을 통해, 국가 경제 및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여야 한다.

주요 추진 과제로는, 첫째, 부처 간 산재한 물류 관련 업무를 통합한 물류산업 중심의 정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물류청 혹은 물류교통부 설립을 검토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농축산식품 유통물류), 보건복지부(의료물류), 기획재정부(관세청, 통관), 중소벤처기업부(중소 유통물류) 간의 긴밀한 연계 협력이 가능한 물류 거버넌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그밖에 물류정책비서관 신설,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물류 기능 강화, 대통령 직속 물류위원회 혹은 유통물류위원회 운영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물류-유통-IT-장비제조-각 산업 간의 긴밀한 연계가 이루어지는 융합의 시대에 대응하는 통합물류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물류 및 공급체인 관련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국가물류정책위원회, 민관합동물류지원센터의 활성화가 필요하며, 물류-유통-IT-각 산업 간 융합을 위한 생태계 구축, 화주-물류기업 공생발전협의체의 활성화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기대 효과로서, 첫째, 전자상거래 물류, D2C(Direct-to-Consumer) 물류 등 전자상거래-유통-무역-IT-물류 융합 비즈니스 활성화 및 이를 위한 물류산업의 선도가 가능하고, 둘째, 물류-유통-IT 융합 기반의 미래 성장산업 발전 및 스타트업 육성이 가속화될 수 있다. 셋째, 물류와 각 산업 간의 연계를 기반으로, 고객 서비스 제고, 소요 시간 단축,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각 산업에 있어서의 세계 수준의 국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이제 많은 화주 기업들이 절감하고 있는 것처럼, 물류는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통해서 수요 및 매출 창출에 직접 기여하는 핵심 기능이며, 재고관리비를 포함한 총물류비는 총매출액의 20% 이상을 차지하므로,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가 가장 큰 부문이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물류산업 육성을 통한 글로벌 밸류체인 선도국가 위상 확립

물류산업의 선도적 역할 확립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밸류체인 및 공급체인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세계 수준의 물류산업 발전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중심국 위상을 확립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 경제 성장률보다 2% 높은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고성장 산업인 세계 물류 시장의 선도국 위상을 확립하여야 한다.

주요 추진과제로는, 첫째, 물류기업과 제조‧유통기업 동반 진출을 통한 동아시아 시장 밸류체인의 선도 위상을 확립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제조‧유통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시, 우리 물류기업과의 글로벌 공급체인 연계를 지원하고, 해외시장 동반 진출 지원 및 해외 진출 공동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세계 10대 종합물류기업을 육성하여야 한다. DHL과 같은 세계적인 물류기업 육성을 위한 재정 지원 및 화주 기업 연계 지원이 필요하며, 2020년 기준 매출액은 현대글로비스(12.9조 원), CJ 대한통운(6.9조 원) 등 국내 기업과 DHL(39.3조 원) 등 글로벌 기업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셋째, 수출 산업 발전을 위한 글로벌 공급체인 지원 체계를 확립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부문별 물류기업을 종합물류기업으로 발전시키고 산업별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재정 및 컨설팅 지원을 제공하며, 항만-공항-물류-산업 연계 클러스터 구축을 통한 국제 공항‧항만의 글로벌 밸류체인 허브 기능을 강화하여야 한다.

기대 효과로서, 첫째, 우리 물류기업들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함에 따라, 16.4조 달러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2026년)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 수출 수준의 점유율(한국의 세계무역 점유율: 수출 4%, 수입 3%, 2017)을 적용할 경우, 우리 물류기업의 잠재 매출액은 79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우리 물류기업의 글로벌 공급체인 지원 능력을 기반으로 우리 제조‧유통기업의 글로벌 시장 개척을 가속화할 수 있으며, 셋째, 국내 물류 시장의 140조 원(2030년, 국가물류기본계획) 규모로의 성장 가속화에 기여할 수 있다.

소비생활 및 생산의 단절이 없는 강력한 공급체인 및 물류 기반 확립

97%의 글로벌 기업이 코로나 19로 인한 심각한 공급체인 장애를 경험하였으며(Procurious, 2020), 글로벌 제조업체 중 65%가 공급체인을 경쟁우위의 핵심 근원으로 판단하고 있다(IDC, 2020). 따라서 코로나 19와 같은 글로벌 재난 및 불확실성에 대한 강력한 대응능력을 가진 공급체인 및 물류 기반 확립이 시급하다. 이러한 공급체인의 강력한 대응력 확보에는 디지털 전환이 핵심 전제가 되며, 이를 공급체인 리더 역할을 하는 물류기업이 선도하여야 한다.

주요 추진과제로는, 첫째, 국민 소비생활 및 생산의 단절을 막는 핵심 기간산업으로서의 물류의 중요성에 대한 정책 기관 및 산업계의 인식 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물류기업을 중심을 한 전체 밸류체인의 디지털 전환이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로보틱스, 사물인터넷, 가상현실, 블록체인, 드론, 공유 플랫폼 등 최첨단 기술 기반의 강력한 글로벌 공급체인 및 물류 틀이 구축되어야 하며, 인더스트리 4.0 기반 지능형 차세대 공항·항만 시스템, 자율운항 선박, 스마트 물류센터 구축 등이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소비생활 단절 예방을 위하여 인더스트리 4.0 기반 유통물류 밸류체인이 구축되어야 한다. 다섯째, 빅데이터 기반 국가 물류 정책지원 시스템인 국가 물류 e-컨트롤 타워, 항공-해운-산업-물류 통합 플랫폼 기반 물류 비즈니스 창출 시스템 구축이 추진되어야 한다.

기대 효과로서, 첫째, 코로나와 같은 재난 발생 시, 필수 구매 품목의 품절을 예방할 수 있고, 둘째, 세계적인 재난 발생 시,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 및 공급체인 단절을 예방할 수 있다. 셋째, 각종 재난 및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체계가 미흡한 타 국가에 비해, 강력한 공급체인 및 물류 기반을 확보하고 활용함을 통해, 코로나와 같은 세계적인 재난 상황을 오히려 새로운 시장 침투 및 성장을 위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국제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하는, 신속 대응 기반 공급체인 및 물류 기반 구축

코로나19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으며, 또한 이의 극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이 전자상거래 산업 및 물류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자상거래 산업이, 봉쇄 등으로 인한 엄청난 물량의 증가, 생필품, 의료품 등의 수요 폭증, 글로벌 공급체인의 단절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물류산업이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해줄 수 있어야 한다.

주요 추진과제로는, 첫째, 국제 전자상거래를 국가 경제 및 산업 발전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항 및 항만을 국제 전자상거래 무역 및 물류 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하며, 특히 한-중-일-아세안을 연계하는 전자상거래 및 특송 거점공항 위상 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중소기업 해외 판로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중소 제조기업-유통기업-전자상거래기업-물류기업-유통물류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기반 유통물류 체계 구축이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한-중-일-아세안 간을 포함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허브 네트워크 구축이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온라인, 오프라인 관계없이 소비자들의 주문, 배송, 반품을 자유롭게 지원해줄 수 있는 옴니채널 물류 체계 구축을 지원하여야 한다. 다섯째, 공동화를 통한 국제 전자상거래 선도 위상을 확립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첨단 전자상거래 물류시스템 공동개발, 공동 풀필먼트 네트워크 활용, 물량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제고 등을 추진하여야 한다.

기대 효과로서, 첫째,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도, 우리 경제와 국민 생활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해진다. 둘째, 해외 유통망 구축을 위한 개별 기업 차원의 투자 없이, 중소기업의 판로개척 및 수출 증진이 가능하며, 강력한 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류 체계를 기반으로 고객 서비스 및 가격 경쟁력 우위 확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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