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5 09:15

기고/ 연안여객항로 선진화 조건과 정책 과제

김명재 목포해양대 교수(경영학박사)


2021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연안여객항로는 전국적으로 총 104개가 운영되고 있고 연안여객선사 수는 66곳에 이른다. 이 중 정부보조금 지원 없이 운영되는 일반항로는 77개이며 수익성이 없어 정부보조금에 의존해 운영되는 보조항로는 27개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항로를 이용하는 이용객도 꾸준히 증가해 여객 수는 1060만명에 달하고 차량수송도 268만3000대에 이르는 등 물적·인적 물류흐름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  

국민여가문화 향상과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중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친환경 해양치유산업 발달 등으로 섬 관광 수요 및 이용객 수는 향후에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중요 운송수단인 여객선들은 대형화 고속화 현대화 등의 추세에 편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에 대응한 정부의 연안여객항로 선진화 정책은 매우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연안여객항로는 육지의 철도나 버스 등과 같이 공공교통수단으로 그 역할이 막중하지만 해상이라는 특수성으로 늘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해상에는 육지와 차별되는 해상고유의 위험 즉, 거친 파도, 선박의 침몰, 좌초, 화재·폭발, 충돌 등의 돌발 사고에 노출돼 있으므로 안전대책이 각별히 요구되는 환경을 가지고 있다. 

또한 사고가 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져 한 번에 많은 인명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여객항로의 조건은 바다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불안감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육지의 대중교통 수단처럼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반 시설과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4년에 발생된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는 연안여객항로의 운영에 나타난 문제점들을 위주로 상당한 개선책을 마련하였으나 현업에서 체감하는 입장은 주로 안전관리 감독 강화, 차량 탑재 축소, 선박 개조 금지 등 규제 위주의 정책들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업체들의 중요 시설인 연안여객선은 증가하는 해상교통 수요에 힘입어 현대화 대형화 고속화하면서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국민들의 향상된 의식 수준에 부응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상응하는 정부의 정책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아직도 보완 및 개선할 점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지원 정책이 미흡하다. 여객선항로 운영을 위해서는 항로에 적합한 선박과 접안장 등 부대시설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나라 연안여객항로 사업을 위해서는 사업자가 ‘해운법 제5조(면허기준)’에서 정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 주된 요건은 상기와 같은 선박과 접안장 등 부대시설의 확보다. 

이 중 초기에 거대자본이 투입돼야 하는 선박 시설은 사업자의 자금조달 능력에 따라 사업성만 있다면 금융권 등을 이용해 충분히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도서지역을 주된 기항지로 하는 여객선항로의 특성상 접안장과 주차장 및 여객터미널 등 편의시설은 사업자가 자본조달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에 정하는 시설 확보 요건을 충족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대도심을 벗어난 영세 도서지역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존의 어항시설을 어민들과 공유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 경우 선착장과 주차장 등 부대시설 이용과 확충을 위해서는 해당 어촌계와 관할 지자체의 점·사용 동의를 받아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더구나 접안장 인근 대부분의 가용 부지가 국가 소유 토지에 편입돼 있어서 개인 또는 법인 사업자가 안전시설 및 여객터미널 등 부대시설을 축조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컨테이너 등 이동용 임시 구조물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므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보완책으로 어촌어항 뉴딜사업을 여객항로 기항지를 우선적으로 선택해 시행토록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둘째, 합리적 항로보상법 지원 정책의 부재다. 우리나라는 연륙교의 건설로 많은 여객 또는 도선항로가 폐쇄되고 있으나 그에 따른 정부의 합당한 지원책이 미흡한 실정이어서 많은 사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해운법 제43조(손실보상을 위한 조치 등)’에 의하면 “내항여객운송사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에 관한 사항은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관련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라고만 돼 있어, 지급방법과 보상범위(8.3년간 수입액) 등이 명확히 명시된 ‘어업보상법’과는 현저한 차별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웃 일본의 경우에도 ‘특별조치법’ 등으로 연륙·연도교 건설로 인한 여객항로 사업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영업손실 보상법’을 오래 전에 마련한 바 있다. 

도선·여객항로업은 도서민의 생활 편의 증진과 국가 물류 체계의 개선에 공헌하며, ‘해운법 제14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해양수산부 장관이 공공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사업계획의 변경이나 선박의 증감까지 명령할 수 있을 정도로 공익적 성격이 강한 사업이다. 

그럼에도 국가사업으로 항로가 폐쇄될 경우 육지에서 적용되는 ‘토지보상수용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바다라는 차별적 특수성이 고려된 합리적이고 정당한 재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 현실적이고 선진화된 보상법 수정·보완이 시급하다.   

셋째, 선박금융 지원 정책의 확대 필요성이다. 우리나라 연안여객선 162척 중 500t 이하의 소형선은 128척으로 약 80%, 15년 이상의 노후선은 55척으로 약 34%에 이른다.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대형화와 현대화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아직도 미흡한 실정이다. 

정부의 해운업진흥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선박시설 현대화를 위한 금융보증제도를 마련해 건조자금 지원을 시행하고 있으나 정책 수혜자는 매우 한정된 수에 머물러 있어 이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과 범위를 도선업체 등 영세사업자 위주로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들이 체감하는 바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미흡한 실정에 있으나 연안여객선항로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이임을 고려할 때, 정부 입장의 규제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현장의 어려움이 반영된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편익이 증가하는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이며 선진화된 정부 지원 정책이 시급히 요망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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