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4 09:10

국내항만 ‘컨’ 물동량 3000만TEU 뚫었다

지난해 물동량 3004만TEU 잠정기록…전년比 3%↑
“부산항 선석생산성 하락 부두확충으로 극복해야”


우리나라 전국 항만에서 처리된 컨테이너 화물이 글로벌 경기 회복과 물동량 호조 지속 등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3000만TEU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기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지난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2 해양수산 전망대회’에서 2020년 전국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0.4% 감소한 2910만TEU에 그쳤지만, 이듬해 3.2% 증가한 3004만TEU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3000만TEU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1년 2000만TEU를 넘어선 이후 10년 만에 3000만TEU를 돌파하며 연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항만에서 처리되는 컨테이너 화물도 전년 대비 4.9% 증가한 3150만TEU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도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컨테이너 물동량 3000만TEU 달성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이 센터장은 올해 항만시장의 긍정적 요인으로 신흥국 백신 보급 확대와 선진국의 재정정책 안정화에 따른 경기 회복세가 지속된다는 점을 들었다. 아시아 생산공장 가동률 회복과 해상운임 진정세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의 점진적 회복 등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증가세를 보일 거란 예측이다. 

다만 미중무역분쟁 지속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재확산, 글로벌 물류대란,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소폭 둔화될 거란 점은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전국항만물동량 5% 증가한 16.4억t 전망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국내 전국 항만 물동량도 증가세를 띨 것으로 관측됐다. 

이 센터장은 올해 국내 항만 총 물동량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16억4000만t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물동량은 코로나19 여파로 전년 대비 8.6% 줄어든 15억t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이듬해 4.8% 증가한 15억7000만t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할 것으로 점쳤다. 

올해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세를 띠면서 2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갈 거란 판단이다.

이 센터장은 올해 부산 광양 인천 울산 평택·당진 등 23개 항만은 증가세를 기록하는 반면, 군산 목포 여수 등 7곳에서는 감소세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항은 전년 4억3600만t에서 7.7% 늘어난 4억7000만t, 광양항은 2억8900만t에서 3.4% 증가한 2억9800만t, 울산항은 1억8200만t에서 1.1% 증가한 1억8400만t, 인천항은 1억5800만t에서 4.4% 늘어난 1억6500만t을 각각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서 물동량이 증가해 전국 항만은 올해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탄은 석탄발전소 증설로 전년 대비 16% 늘어나며 14개 품목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모래 역시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가와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골재 채취량 증가, 건설경기 호조 등으로 10.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밖에 유류 양곡 철재 목재 화공품 철광석 기타광석 시멘트 고철 잡화 등도 한 자릿수 성장이 기대된다. 반면 자동차는 수입자동차 증가세에도 반도체 수급 및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성 등으로 4%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물류대란 등으로 선석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부산항은 2018년 이후 선석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향후 하역품질서비스 악화가 우려된다. 선석 생산성은 선박의 접안시간 동안 처리된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평균을 계산한 것으로, 컨테이너 터미널의 하역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2018년 1분기 부산항의 선석 생산성은 시간당 103.4회로 최대치를 달성한 이후 지난해 3분기 70.9회로 크게 하락했다. 글로벌 컨테이너항만 평균 생산성도 2019년 3분기 70.3회로 최대치를 찍은 뒤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지난해 3분기 62.2회로 곤두박질쳤다. 이 센터장은 “선석생산성 향상을 위해 부두운영사를 통합하거나 적기에 부두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T 최소화로 컨선사 환적비용 줄여야”

부산항의 환적 효율이 여전히 낮아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부산신항 내 터미널 간 운송(ITT)은 컨테이너선사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어 부산항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20년 부산항이 처리한 환적화물 1202만TEU 가운데 ITT로 발생한 물량은 16.4%인 198만TEU에 달했다. 전년 173만TEU에 견줘 14.5% 증가했으며, 2016년 143만TEU와 비교하면 38.5%나 급증했다. 

김근섭 KMI 항만정책연구실장은 “ITT가 부산항의 잠재적인 내부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어 선사들의 환적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ITT를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항-신항 간 왕복 운송을 제거하는 신항으로의 기능 통합과 글로벌 복합물류 허브를 공고히 해줄 진해신항 적기 개발 등을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들었다.

 


이 밖에 김 실장은 부산항 장치 능력 포화, 피더선사 기항공간 부족 등을 비효율 요소로 꼽았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2018년 70%를 초과한 장치장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80%로 치솟았다. 그는 “장치장 점유율은 안전수준을 넘으며 정상적인 운영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북극항로 진출, 범부처 협력에 달려

북극항로 진출을 놓고 범부처 간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망이 밝은 북극항로를 향한 국가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를 관장하는 주무 부처를 찾아볼 수 없다. 컨트롤 타워 부재로 북극 해운물류와 관련한 정책들이 하나둘 늦춰지고 있는 셈이다. 

김민수 KMI 북방극지연구실장은 지난해 10월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는 범부처 해양폐기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한 사례를 들며, 정부 민관 연구기관 등과 촘촘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북극위원회(가칭) 설립 운영이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처 간 업무 협의 기능을 가진 ‘북극정책실무협의회’를 운영하는 정부, 실질적 협력 주체인 공공기관, 지자체, 기업을 지원하는 ‘민관협의회’의 민관, 북극 연구를 수행하고 국책 연구기관 간 협력을 추진하는 ‘정책연구 얼라이언스’로 구성된 연구기관을 전 방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북극위원회 설립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2050 북극 거버넌스 선도국가로 도약하자는 게 김 실장의 견해다.

 


한편 이날 김종덕 KMI 원장(사진)은 개회사에서 “미중 갈등과 선복량 부족, 요소수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기간산업이자 물류핵심인 해운과 항만의 경쟁력 제고는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국가전략”이라며 “KMI는 이번 행사에서 해양수산 전망과 함께 해양선진국이 되기 위해 고민해온 미래비전과 과제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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