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08 09:05

논단/ 2015년 영국보험법과 해상보험에서의 고지의무와 워런티 법리의 변화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법학박사)
- 2015년 영국보험법의 제정, 시행에 따라 영국해상보험법상의 고지의무와 워런티에 관한 법리도 수정, 변경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검토, 연구가 요망됨 

<10.25자에 이어>

(2) 관련 대법원 판례 소개 및 검토 의견
대법원 2001년 7월27일 선고 99다55533 판결은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해 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계약자에게 보험약관에 기재돼 있는 보험상품의 내용, 보험료율의 체계, 보험청약서상 기재사항의 변동 및 보험자의 면책사유 등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한 명시·설명의무를 지고 있으므로, 만일 보험자가 이러한 보험약관의 명시·설명의무에 위반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 약관의 내용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지만, 보험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 약관이 바로 계약 내용이 돼 당사자에 대해 구속력을 가지므로 보험자로서는 보험계약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약관의 내용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볼 것인 바(대법원 1998년 4월14일 선고 97다39308 판결, 1999년 3월9일 선고 98다43342, 43359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보험계약자나 그 대리인이 그 약관의 내용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보험자측에서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입증책임을 전도해 보험계약자인 피고가 위 약관의 내용을 몰랐다는 점 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부가해 보충적으로 반대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도 단지 피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이전에 수차례에 걸쳐 원고와 이 사건과 같은 선박미확정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했던 사실만으로 피고가 위 약관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추인하고 있는 바, 이는 피고가 위 약관의 내용을 모른 채 반복해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사실심인 원심으로서는 보험계약자인 피고가 이 사건 협회선급약관상의 계속담보조항의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 좀 더 심리해 밝혔어야 할 것이고, 그 입증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입증책임에 관한 일반원칙에 따라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원고에게 불리하게 판단했어야 할 것이다. 한편, 보험자에게 약관의 설명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보험계약자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약관에 정해진 중요한 사항이 계약 내용으로 돼 보험계약자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데 그 근거가 있는 것이므로(대법원 2000년 7월4일 선고 98다62909, 62916 판결 등 참조), 해상보험계약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관이라 할지라도 개별적으로 그 내용이 거래 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이어서 보험계약자가 별도의 설명 없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이거나 혹은 이미 법령에 의해 정해진 것을 되풀이하거나 부연하는 정도에 불과한 사항인지 등을 판별해 그 경우에 한해 설명의무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인바, 이 사건 선박미확정의 해상적하보험계약에서 사용된 위 협회선급약관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은 기록상 찾아 볼 수 없고, 원심이 들고 있는 해상보험계약의 부합계약성, 기업보험성, 국제적 유대성 등의 성 질을 고려하더라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해 담보위반을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을 당사자가 알 수 없었다거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등의 사유가 있으면 담보위반의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 바 있고, 대법원 2010년 9월9일 선고 2009다105383 판결도 워런티조항의 약관성을 인정하는 한편 보험자인 원고는 피보험자에게 그 중요한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를 부담하는데 이러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판시하면서 보험금지급채무의 존재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인정한 바 있다.

위 대법원 판결들은 워런티(담보)위반을 사실상 인정하면서도 그 내용을 당사자가 알 수 없었다거나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등의 사유가 있으면 워런티위반의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것으로 판시했던 것이나, 워런티는 당사자간의 약속, 확약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부지 또는 설명의무의 불이행 등은 워런티위반의 효과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법상의 워런티로서의 요건을 구비했는지 여 부에 관한 문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이므로 워런티로서의 요건에 대한 검토 없이 무조건 워런티위반으로 전제한 후 설명의무를 들어 보험자의 면책을 부정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편, 대법원 2015년 3월20일 선고 2012다118846, 2012다118853(반소) 판결은 위 판결들과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적하보험이 남빙양의 일부분만을 조업구역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조업구역 제한에 관한 규정이 약관규제법 제3조에 의해 이 사건 적하보험에 편입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은 정당한 것으로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이 사건 선박보험에서 해상보험업계의 일반적 관행에 따라 영국법준거약관을 사용하고 있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공익이나 공서양속에 반한다거나 피고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선박보험과 관련된 모든 법률관계의 준거법은 영국법이고 달리 약관규제법을 적용해야 할 사정이 없어, 이 사건 선박보험에는 약관규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했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선박보험에 약관규제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원심판결에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에 관해 일부 판단을 누락한 위법이 있다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상고이유에서 들고 있는 대법원 2010년 9월8일 선고2009다105383 판결은 선박보험계약이 준거법 지정 외에 외국적 요소가 없는 순수 국내계약인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외국적 요소가 있는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므로 이 사건에서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라고 판시했다. 위 2015년 대법원 판결이 약관규제법 적용 여부 및 설명의무와 관련해 종전의 위 2010년 대법원 판결을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한 것으로 적시하고 워런티조항에 대한 약관규제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약관규제법상의 설명의무도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영국법상의 워런티의 개념, 요건 및 범위, 효력에 대한 보다 충실한 해석으로 보여져 타당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준거법 지정 외에 다른 외국적 요소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사안에 따라 그 구체적 판단기준, 해석기준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다툼의 소지가 있어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워런티조항의 약관성 여부 및 약관규제법 적용여부는 보험증권 등의 문언 내용, 보험계약을 체결한 동기와 경위, 그로 인해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안별로 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3) 2015년 영국보험법과 약관설명의무 문제
1915년 영국보험법은 워런티위반에 관한 여러가지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영국해상보험법상의 특수한 워런티조항도 그 범위에서 해석이 달라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약관성과 약관설명의무는 국내 강행법규인 약관규제법의 적용여부 및 적용범위의 해석과 관련된 것이므로 2015년 영국보험법에 의한 워런티 법리의 수정, 변경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이고, 따라서 위 판례들의 판시내용과 필자의 검토 의견들은 2015년 영국보험법의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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