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1 09:05

“낮은 하역료 체제는 국부유출”

인터뷰/ 한국항만물류협회 김종성 회장
8월께 하역요율 개선 연구용역 마무리
부두통합 이견 팽팽…정부 조율 필요


한국항만물류협회 김종성 회장(동원로엑스 대표이사)은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하역료 인가제가 시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다각도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외국 항만의 하역료가 국내항보다 2~3배 이상 높은 점을 들어 현재의 낮은 하역료 체제는 국부 유출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부산 신항 통합 협상을 두고 운영사들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정부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Q. 취임한 지 2년이 지났다.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소감은?
항만물류를 처리하는 일이 상당히 중요함에도 을의 입장에서 업무를 하다보니 약자적인 느낌이 많이 들더라. 항만물류업은 굉장히 중요하고 종사자들도 열심히 하는 산업이다. 컨테이너터미널에선 24시간 체제로 일한다. 3교대로 일하고 있지만 굉장히 열악하다. 노동조건 등이 개선돼야 한다. 항만자동화를 통해서 육체적인 노동을 경감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협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하역료 정상화 등의 업계 현안문제 해결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선진화된 항만물류시장 환경을 만드는 데 신경 쓰려고 한다. 

Q. 협회의 당면 현안과 향후 사업계획이 궁금하다. 
가장 큰 현안이 항만하역료 인가제 준수다. 현재 인가된 하역요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인가요금은 최저선을 정해 놓은 거다. 이를 받아야 비용을 보전하고 성장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인가요금의) 50~60% 수준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에서) 받고 있는 하역료는 컨테이너당 4~5만원 수준이다. 호주 출장 갔을 때 봤더니 하역료로 20만원을 받고 있더라. 일본이나 중국 같은 나라도 우리보다 2~3배는 높게 받는다. 우리가 제대로 된 요금을 받지 못하면서 외국선사들이 혜택을 많이 본다. 국부가 유출되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일을 방치해선 안 된다. 국가 차원에서 막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컨테이너전용부두 임대료도 하역사업자 입장에선 비용만 계속 증가하는 요인이 발생한다. 부두임대료 산정체계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오르는 방식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다. 인가요금을 받지 못해 매출은 떨어지거나 정체하는 반면 임대료는 계속 올라서 수익률이 악화되고 있다. 업계가 생각하는 쪽으로 임대료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항만시설보안료도 경비나 보안을 위해 시설이나 장비에 투자하는 비용에 견줘 실제 받는 금액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100% 수준으로 보안료를 받아야 보안을 철저히 하고 안정적인 항만하역사업이 진행될 거라 생각한다. 이 밖에 항만시설사용료 감면, TOC(터미널운영사) 부두 현대화기금 10% 감면 연장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한다. 

Q. 하역료 인가제가 지켜지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그렇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경쟁이 발달해 있는 나라다. 준수해야 할 책임을 항만운송사업자만 지고 있다. 선주 화주 이해관계당사자에게도 부담을 지워야 한다. 법 개정해야 할 부분은 그거 아니겠나? 현재 해수부에서 컨테이너 하역요금 개선방안과 항만시설 보안료 현실화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컨테이너 하역요금 개선방안은 올해 8월, 항만시설 보안료 현실화 방안은 12월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협회에선 운영사의 의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Q. 하역료 인상으로 외국선사보다 국적선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환적화물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부산항 이용률이 국적선사 30%, 외국선사 70% 수준이다. 국적선사들은 외국에 나가서 그 나라의 높은 하역료를 다 주는데 외국선사들은 우리나라에서 할인된 요금만 내면 되는 상황이다. 제도가 문제다. 인가요금이란 게 그 정도를 받아야 경제적인 효율성과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가격 경쟁을 시키다보니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 서비스 경쟁을 시켰으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 거다.

수출입화물의 99.7%가 항만을 통해서 움직이는데 선사와 화주는 계속 (하역료) 입찰을 요구한다. 현재의 항만운송사업법 규정으로는 안 된다. 하역운송사업자들이 인가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 양벌 규정이 들어가야 한다. 요금을 올려달란 게 아니라 인가요금을 제대로 받게 해달란 거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우려하는 게 하역료가 오르면 우리나라로 물동량이 안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저는 정당한 가격을 받고 모든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50% 후려친 가격을 받아서 적자가 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요금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도 서비스에 만족하면 오는 것이고 물동량이 줄어도 (오른 요금을 받은 하역업체들에게) 이득이 되는 거다. 과감하게 이런 정책을 써야 하는 게 아닌가? 하역료를 높이는 것도 기재부 물가정책과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오르는 게 제한이 돼 있다. 빨리 현실화됐으면 좋겠다. 

Q. 정부 주도로 부산 신항 통합이 진행되는 가운데 부두운영사들 사이에선 통합에 부정적인 기류가 포착된다. 협회 입장은 어떤가?
정부에서도 보면 통합파가 있고 자유경쟁파가 있더라. 통합파는 하역업계가 워낙 어렵다보니 통합해서 국가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자유경쟁파는 자본주의에서 자유경쟁하란 주장이다. 관련 업체들도 의견이 다른 거 같다. 통합을 원하는 곳은 통합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다른 쪽에선 통합하는 곳이 경쟁력을 가지면 우린 경쟁력이 떨어지는 거 아니냐고 우려한다. 업계가 자율적으로 논의해서 통합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긴 어려울 거 같다. 정부가 조금만 도와주면 잘 되리라 본다. 

다만 부두 공급이 과잉된 부분이 있다. 지자체도 지방 발전을 위해서 부두 개발 사업을 계속해서 하다 보니 공급 과다 상태가 됐다. 거기다 하역업체 설립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업체도 난립해 있다. 물동량이 수반되지 않은 채 터미널을 개발하면서 수급 균형이 깨지고 요금도 영향을 받았다. 지자체에 맡길 게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계획을 세워서 수요·공급을 어느 정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최근 항만 산업재해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조만간 시행된다. 우려가 클 거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산업재해가 자꾸 발생하다보니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어야겠다는 입법 취지를 인정은 한다. 하지만 무조건 사고가 났다고 해서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건 문제가 있다.

정부와 회사 양자가 동시에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 입장에선 법을 만들어서 시행하고 지키지 않으면 징벌하겠다고 단순히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과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려는 목적이면 정부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에선 정부에 요구할 건 요구하고 자체적으로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할 건지는 2가지 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안전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안전시설 장비 도입 비용을 조사했더니 200억원을 넘더라. 설비 보완을 지원해 줄 것을 해수부에 요청하고 있다. 100% 지원해달라고 하는데, 최대한 지원율을 높여서 안전시설 장비를 도입했으면 좋겠다. 다음은 소프트웨어다. 결국은 사고 대부분은 안전 절차를 따르지 않아서 생긴다. 평소 하는 거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게차 기사가 지게차에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방심해서 당하는 거지. 표준화된 항만하역 매뉴얼을 개발해서 배포해야 한다. 사업장마다 특수한 건 자체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 전반적인 교육뿐 아니라 실제작업 중에 간략한 교육을 어떻게 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회사 대표가 이런 안전 의무에 최선을 다했다는 게 증명되면 책임에서 면제해야 한다.

Q. 최근 맹성규 의원이 항만안전특별법을 발의했다. 중대재해법과 겹치는 거 아닌가?
최근 항만에서 사고가 많이 나서 맹 의원에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안다. 맹 의원은 항만 사고가 많이 나다보니 항만안전감독관을 도입하자는 내용을 법안에 넣었다. 과거 항만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는 내용의 항만운송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가 소위에서 논란이 돼 보류됐는데 맹 의원이 별도 법으로 이 제도를 다시 꺼내들었다.

또 현재 항만하역업체들이 근로자를 위해서 산재보험을 들고 있는데 맹 의원 법안은 별도의 보험을 추가로 들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산업이 없다. 업계 의견 조회 과정을 거쳐 중복문제, 과도한 부담 등이 정리될 거라 본다. 

Q.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발표하면서 하역사의 일감과 고용 감소가 우려된다. 손실 보상 대책은 논의 되고 있나?
정부의 탈석탄 정책으로 석탄화력발전소의 유연탄 하역량은 2019년 7%, 지난해 18% 줄었다. 하지만 항만물류업체는 발전사와 체결한 계약으로 인력 장비 등 고정 비용을 줄일 수 없어 경영수지가 악화하는 상황이다. 협회는 항만물류업체가 최소한의 고정비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부두당 연간 500만t을 기준물량으로 정하고 이에 못 미치면 기본요금의 50%를 보전하는 물량연동제를 신설해줄 것을 해수부에 건의해 협의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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