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2 13:06

“해운사에 과징금 물린 공정위 조치 허점 많아”

인터뷰/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금융·인력’이 한국해운발전에 가장 중요한 ‘두가지’ 지적
부산신항 개발 참여 공로 ‘대통령표창’ 가장 기억에 남아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임 담합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적 해운사에 500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는 심사보고서를 낸 것을 두고 허점이 많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 58조와 해운법 29조에 따라 선사는 운임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공정위 과징금이 확정되면 외국의 보복조치가 뒤따르고 선사들의 운항이 타격을 입을 거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해운 발전에 꼭 필요한 정책으로 양질의 인력 양성과 금융시스템 도입을 들었다. 30년간 해상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로 부산 신항 개발에 참여해 받은 대통령표창과 해양수산부 최장수 고문변호사 활동 등을 들었다.



Q. 최근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법률 잡지인 후즈후리걸(WWL)에서 해상법 분야 글로벌리더로 선정됐다. 축하드린다.

영광스럽다. 추천해 준 해운회사들에게 더욱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겠다. 

Q. 내년이면 법무법인 세창이 설립 30주년을 맞는다. 오랫동안 해상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30년간 활동하면서 기억나는 일이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먼저 1997년 광양에서 열린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가덕도 부산 신항을 개발할 때 정부 협상 대표로 참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부산 신항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 항만 개발 사업이다. 당시 10개 건설사가 구성한 삼성건설컨소시엄과 협상을 벌였다. 이를 인연으로 항만 민자 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미국 유학 후) 귀국을 1991년에 했는데 귀국하자마자 해수부 고문변호사가 된 것도 잊지 못할 일이다. 이후 만 30년 동안 하고 있다. 최장수 해수부 고문변호사다. 같은 해 KSS해운 고문변호사도 맡았다.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이다. 하나는 공적부분 하나는 민간부분이다.

의뢰인과 세창이 동반 발전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당시 해수부는 해운항만청이었다가 한 부처가 됐다. KSS해운도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 보람을 느낀다.

그 못지않게 한국해운조합 도선사협회도 오랜 기간 고문변호사를 하고 있다. 20년간 맡고 있다. 인연을 맺으면 굉장히 오래 가는 의뢰인들이 많다. 

2000년께 태풍이 와서 부산을 휩쓴 일도 기억난다. 태풍으로 부산항의 컨테이너가 다 떠내려가고 엉망이 됐다. 당시 천경컨테이너터미널을 대리해서 소송을 진행했는데 불가항력을 주장해서 면책을 받을 수 있었다. 귀한 판례를 얻어냈다.

2010년 피조개조합을 대리해서 기름오염 손해 국제기금을 상대로 소송을 해서 승소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가난한 조합원들에게 큰 기쁨이 돼 드렸다. 또 허베이스피리트호 오염 사고에선 삼성중공업을 대리해서 자문을 많이 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다.

작년엔 춘천 의암댐에 홍수가 났을 때 인공수초를 업자가 건지려고 무리하게 댐에 뛰어들어 공무원들이 구하려다가 배가 뒤집힌 사건이 있다. 지금도 소송을 하고 있는데 춘천시를 대리해서 시는 잘못이 없다는 부분을 밝히고 있다. 

Q.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결실을 맺으면서 한국해운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해운사와 화주가 동반 발전하려면 제도적으로 무엇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수한 인력 양성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선원이 있어야 해운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다. 해양대 지원이 주춤한데 해양대에 좋은 인재들이 많이 가서 해운업과 물류업에 봉사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또 좋은 외국인선원을 양성하기 위해 해양대를 (선원 송출을 많이 하는) 인도네시아 등에 세우거나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을 우리나라에 데려와서 교육시키는 선원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선 선복량 확보도 중요하다. 해운과 밀접한 조선산업도 지원해서 필요한 선복을 그때그때 공급받도록 해야 한다. 컨테이너박스도 중요한데 장기계획을 세워서 박스를 확보해서 수출업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해야 한다.

다만 지금 발주한 선대가 전체 선복량의 14%나 된다. 2년 뒤에 신조선이 인도되면 공급 과잉이 될 거 같다. 거기에 대응하려면 장기운송계약을 해서 선주와 화주가 상생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금융과 인력, 이 두 가지다. 해양진흥공사가 잘 하고 있지만 신조선을 지을 때 금융을 쉽게 할 수 있게 정부와 산업은행이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 

최근 추세는 선박자동화 아닌가.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거 같다. 좀 더 연구와 투자를 많이 해서 우리나라가 선박자동화 분야에서 앞서 갔으면 좋겠다.

북극항로도 중요하다. 이번처럼 수에즈운하 사고가 났을 때를 대비해 대체항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해서 대표적인 해운회사들이 북극항로를 이용해 유럽에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류비도 절약할 수 있고 쇄빙선을 우리나라가 짓는다면 조선업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다.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도 정부에 자료나 이론을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선박자동화나 북극항로 금융문제 선원정책 조선산업까지 긴 미래를 내다보고 대책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또 대형화주가 운송업을 하려고 시도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자기 할 일을 충실히 하고 운송은 3자물류업체에 맡겨서 각자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 


 
▲김현 변호사가 인터뷰에서 공정위 이슈 등 여러 해운물류산업 현안에 의견을 밝히고 있다. 뒤로 24년 전 김영삼 대통령에게서 표창장을 받는 사진이 걸려 있다. 



Q. 최근 공정위에서 운임 담합 혐의를 받는 국적해운사에 5000억원을 웃도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심사보고서를 냈다. 어떻게 평가하나? 

과징금 문제는 너무나 안타깝다. 공정거래법 58조에 사업자가 다른 법률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는 예외라는 조항이 있다. 해운법 29조는 외항화물운송사업자가 운임 또는 운송조건에 관한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참가나 탈퇴를 제한해선 안 된다. 즉 선사는 운임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공정위가 왜 시비를 거는 건지 안타깝다. 세수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 해운법에 해수부 신고 절차를 규정하고 선주와 화주 협의기구를 규정해서 공정위가 시비 걸 수 있는 부분을 원천 차단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다만 공동행위는 할 수 있는데 질의 문제다. 운임을 담합해서 소비자에 피해를 끼치고 해악이 크다면 해운법 29조가 다 정당화해줄 순 없다. 화주와 협의했고 피해도 얼마 안 된다면 봐줄 여지가 있지.

해수부 역할이 중요하다. 공정위와 협의해서 해운법 특성을 잘 설명하고 정치적으로도 해결해서 과징금을 10분의 1 또는 2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낮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과징금을 내야 할 거 같다. 해운사라고 완벽하게 한 건 아니다. 기본합의는 신고했는데 보조합의는 신고 안 한 건 약점이다.

그럼에도 공정위 조치는 스스로 허점이 많은 거 같다. 해운법 규정이 있고 (선사가) 해수부와 수시로 잘 협의해 왔으니까 소송으로 가면 아마 많이 삭감할 수 있을 거 같다. 

(과징금이 확정되면) 보복조치도 걱정된다. 외국에서 우리 국적선사들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과징금을 받은 해외선사를 둔) 그 나라도 경쟁당국이 있지 않나? 이렇게 과징금을 부과하면 동남아항로를 운항하는 선사들이 타격을 입고 정상운항이 안 될 거다. 지금처럼 선복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지.

특별법 우선 원칙이란 게 있다. 선원 근로 조건은 선원법이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아니다. 선원법은 특별법이고 근로기준법은 일반법이다.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은 일반법이고 해운법은 특별법이다. 

Q. 대형 해난사고가 났던 인천-제주항로에 여객선이 재취항한다. 여객선 안전을 강화하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인천-제주항로에 다시 취항하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여객운송업자의 자각이다. 당시 <세월>호는 화물 과적, 무리한 증축과 구조 변경으로 균형을 잃었다. 여객선사의 과욕 탐욕으로 사고가 발생한 거지. 여객 정원이나 흘수선 같은 배의 용량을 지키겠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감독관청의 사심 없는 철저한 감독도 필요하다. 그 때 해운조합과 선박안전기술공단(현 해양교통안전공단) 등이 미흡했는데 앞으론 그런 일이 없게 철저히 검사했으면 좋겠다. 

Q. 수에즈운하 좌초사고 이후 피해보상 문제로 선박이 억류 중이다.

이집트가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부당하게 요구하고 있다. (현지) 도선사의 과실이 상당히 있는 거 같다. 이집트가 큰소리 칠 입장은 아닌데 자기 잘못을 덮으려고 큰 소리를 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잘못하면 운하의 책임을 공격받을 가능성도 있다. 전부터 수에즈운하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끊임없이 났다더라. 운하 깊이가 깊지 않은 게 이번 사고에 기여한 면이 있다.

조만간 합의가 되지 않을까? 배를 아무리 가지고 있어 봐야 (수에즈운하청에선) 도움 될 게 없다. 국제 관행에도 어긋난다. 대개는 보증장 받고 화물을 풀어준 뒤 협상을 해서 그 금액을 받는다. (선주는) 그렇게 하겠다는데 압류해서 다 내놔 하는 건 신사답지 못하다.

아까 북극항로 얘기도 했지만 이런 사고를 보면서 수에즈운하를 대체할 루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Q. 변협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이란 단체를 발족해 대표로 활동 중이다.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궁금하다.

착한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법률을 만들고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2019년 10월28일 설립했다. 현재 변호사 221명, 시민 15명 등 총 23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7차례의 세미나를 열어 존엄사,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세금감시, 재정 건전성, 도시계획, 건강보험, 차별금지법 등 여러 중대한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냈다. 앞으로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법제도에 용기 있는 발언을 해 나갈 계획이다. 

Q. 앞으로 해상법 분야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일은 뭔가?

1993년에 해상법원론 초판을 낸 뒤 지금까지 5판을 냈다. 내년에 6판을 내려고 한다. 책을 발간하려고 판례를 입력하고 다른 책들을 많이 보고 있다.

또 세창은 영국 홀만펜윅이나 클라이드앤코 같은 위대한 해상로펌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고 싶다. 클라이드앤코와는 올해 1월에 웹세미나도 같이 여는 등 협력하고 있다. 

Q. 끝으로 해운업계와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운업이 국가경쟁력과 국가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니까 특별히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해수부가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선제적으로 해운업이 필요한 사항을 미리미리 청취해서 해결해줬으면 좋겠다.

민간인을 옴부즈만으로 임명하면 민간의 고충을 해수부에서 적극적으로 들을 수 있지 않겠나? 과거엔 옴부즈만이 활성화돼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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