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24 13:16

‘유럽 컨선사 집중공략’ 시스팬, 거래처 다변화 속도

컨선 임대시장 점유율 세계 1위…선복량 100만TEU 웃돌아


아시아에 치우쳐 있던 영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컨테이너선 임대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거듭난 캐나다·홍콩 선주사 시스팬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컨테이너선 임대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스팬은 보유 컨테이너 선복량이 100만TEU를 웃돈다. 

현재 중국 코스코, 대만 양밍해운,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뿐만 아니라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과거 한진해운의 최대 용선주이기도 했다. 

직접 화물을 운송하는 대신 선박을 대선하는 방식으로 시황 변동 노출 위험을 줄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시스팬은 올해 2월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도입을 결정해 이목을 끌었다. 

한국형 선주 사업을 추진 중인 해양진흥공사는 글로벌 선사 경쟁력과 미래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시스팬의 경쟁력과 주요 전략 등을 소개하며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했다.

탄력적 선대 운용으로 매출 극대화

해양진흥공사는 시스팬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피더선부터 대형선까지 다양한 선형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시스팬은 2500TEU급부터 1만4000TEU급 이상의 대형선까지 다양한 선형의 컨테이너선을 확보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2018년 캐나다 금융지주사인 페어팩스에 지분 37%를 매각해 확보한 123억달러로 선대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선대 확장은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시스팬은 올해 2월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신조선 2척은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고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에 대응해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장착할 예정이다. 가장 최근인 올해 4월엔 CSSC 자회사인 후둥중화조선과 장난조선에 1만55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했다.

이 선사의 지난해 외형은 확대됐지만, 수익성은 뒷걸음질 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11억3200만달러 대비 25.5% 증가한 14억2100만달러(약 1조6100억원)로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은 6억8700만달러에서 33.1% 감소한 4억5900만달러에(약 5200억원) 그쳤다. 컨테이너 운임 상승과 보유 선복량 증가에 힘입어 매출은 늘어난 반면, 감가상각비 상승으로 수익성이 하락했다. 

해양진흥공사는 탄력적인 선대 운용으로 매출을 극대화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시스팬은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바탕으로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총 선복의 67.9%인 72만8900TEU(67척)가 장기계약에서 발생하는데 일일 약 261만8000만달러의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 현황을 보면, 1년 미만은 10만7000TEU, 10년 이상은 46만3200TEU로 대조를 보인다. 

시스팬의 컨테이너선 임대시장 점유율은 13.1%로 세계 1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보유 선복량은 108만662TEU로 점유율 2위인 일본 쇼에이기센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선복을 보유하며 임대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위 쇼에이기센은 55만4700TEU, 3위 그리스 코스타마레는 55만3600TEU를 각각 기록 중이다. 

선박 나이가 경쟁사 기업들에 비해 젊어 선대 현대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보유 선대 현대화를 통해 선비와 수리비 보험료 등의 운항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시스팬의 평균 선령은 10.6년으로 코스타마레 12.7년, 그리스 다나오스 15.8년에 비해 어리다. 최근 4개년 평균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운항비용 비율은 20.5%로 코스타마레 28.2%, 다나오스 23.4%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4개년 평균 영업이익률 역시 43.1%를 달성, 해운시장 평균인 34.4%를 상회하는 수익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2016년 대비 지난해 선복량은 약 3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24%에서 156%로 꾸준히 감소하며 재무 레버리지가 완화되고 있다.

유럽선사 의존도 51%로 ‘2배’ 늘어 

시스팬이 올해 내건 주요 전략은 영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친환경 선박 확보,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비용 절감으로 압축된다. 특히 기존 아시아 선사 위주의 영업 포트폴리오를 유럽 등으로 확대하며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2017년 코스코, 양밍해운, ONE 등 톱 3의 비중이 75%에 육박했지만 3년이 지난 2020년엔 48%로 절반을 밑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CMA CGM, 하파크로이트, 머스크, MSC, 짐라인 등 유럽 선사들의 비중은 25%에서 51%로 두 배 늘었다. 머스크가 9%에서 18%로, 짐라인이 11%로 각각 늘어난 게 눈길을 끈다.

규모의 경제 실현과 운항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친환경 대형선을 늘려나가고 있는 점도 시스팬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시스팬의 2021년 4월 기준 발주잔량은 54만8700TEU로 2024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다. 1만1800~1만2100TEU급이 9척, 1만5000~1만5500TEU급이 26척, 2만4000TEU급이 2척 등이 발주잔량에 포함돼 있다. 스크러버 설치 선박이 22척,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박이 10척으로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대형선 확보로 TEU당 선비 보험료 비품 소모품 윤활유 수리비 관리비 등의 운항비를 절감하고 있다. 저비용 고효율 선대 확보를 통해 연료유 비용을 절감하며 운항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해양진흥공사의 설명이다. 

국제은행자본규제 기준인 바젤 III 시행에 따른 금융권의 유동성 규제로 일부 선사들의 선박금융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우량 대선전문회사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해진공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시스팬은 저비용·고효율 선대를 앞세워 장기현금흐름을 구축하고 시장변동에 대한 노출을 줄이며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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