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1 09:06

“스마트선박이 해운경쟁력을 주도합니다”

인터뷰/ 마린웍스 김용대 대표이사
세계 최초 데이터댐 방식 스마트 솔루션 My Fleet 개발
HMM 초대형선 20척에 납품해 화제


10년간 적자의 늪에 허덕였던 HMM이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가 12척의 2만4000TEU급 선박 도입이다. 국내 대표 선사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중무장한 초대형 스마트 선박을 운항하면서 경쟁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었다. 올해에는 1만6000TEU급 선박 8척을 인도받을 예정이어서 운항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초대형 신조선은 모두 토종 기업에서 개발한 스마트 솔루션 마이플리트(My Fleet)를 장착했다. 마이플리트는 선대 통합 모니터링, 선박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내비게이션, 네트워크, 사이버 보안 등을 하나로 묶은 스마트 선박용 종합 플랫폼이다. 솔루션을 개발한 해양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기업 마린웍스 김용대 대표이사를 만나 제품의 특징과 기대 효과 등에 대해 들었다.

Q. 마린웍스는 어떤 회사인가?

1985년 설립된 마린전자(계열사)에서 출발했다. 엑디스(ECDIS)라는 선박용 내비게이션 장비와 고도화 솔루션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하고 판매하는 일을 한다. 일본산 제품이 90% 이상을 장악한 국내 선박 항해통신 장비 시장에서 자체 개발한 장비를 공급해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현지 조선소에서 짓는 신조선 21척의 장비 공급을 수주했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R&D(연구개발) 과제와 코트라(KOTRA)의 수출 지원을 배경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지금도 계속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Q. 마린웍스가 개발한 마이플리트가 HMM 선박에 적용돼 화제를 일으켰다. 솔루션을 개발한 배경은?

2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산업 구조에서 기인했다. 앞서 말씀 드린 엑디스란 전자해도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운항 중인 선박에 단품으로 설치하는 성과를 냈지만 신조 시장에 납품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조선업체에선 각종 항해 장비와 엑디스를 일체화해 내비게이션 패키지 형태로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 대응하려고 엑디스 제품을 선박용 스마트 솔루션과 플랫폼, 통합 네트워크와 연계해 선박의 안전성 향상을 꾀한 제품이 마이플리트다. 대부분의 외산 장비들은 내비게이션 패키지로 접근했지만 우리는 스마트 패키지라는 신개념으로 대응했다.

두 번째는 기술로 선박 사고를 줄이고자 하는 희망이 있었다. 선박 사고의 85%가 인적과실로 일어난다. 인적과실을 없애기 위하여 승선 근무자를 늘리고 교육을 강화해 크로스체크를 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건 여러 여건상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게 제3의 관점에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육상 관제다. 때마침 2015년에 산업부와 산기평(KEIT)에서 진행한 원격지 선박의 안전과 운항 효율을 모니터링하는 R&D 과제에 저희 회사가 개발 주관사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마이플리트 솔루션 개발이 시작됐다.

Q. 솔루션의 기능과 주요 특징이 궁금하다. 

이 또한 크게 2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안전성이다. 마이플리트는 선박의 영상이나 항해 기관 화물 등 각종 인프라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육상으로 전송한다. 운항 중인 선박의 당직자들이 실수를 하거나 오판할 수 있는 부분을 육상에서 자동으로 체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어 안전성이 제고된다. 육상에서 원격으로 방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응 조치가 가능하다.

효율성 측면도 있다. 지금까지는 선박 솔루션들이 개별 장비 제작사 차원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선주가 데이터를 집약해서 관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마이플리트는 수집된 모든 데이터를 선주가 주도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데이터댐이란 용어가 있다. 모든 종류의 정보를 끌어 모아서 안고 있다가 이들을 방류해 다양한 부수 효과를 내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플리트는 모든 선박 정보의 댐 역할을 하는 솔루션이다.

앞서 개발된 스마트 선박은 각종 정보가 조각조각 나뉘어 하나로 취합하기 힘들지만 우리 솔루션은 모든 데이터를 모아서 처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다시 말해 해운에서 말하는 디지털화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Q. 마이플리트를 장착한 HMM 선박이 운항과 선대 관리 측면에서 어떻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나?

고객사의 스마트 선대 관리 전략을 우리가 직접 언급하기는 힘들다. 다만 솔루션을 장착한 의의를 생각해 볼 수는 있다. 선박에 ICT 시스템을 도입할 때 한 척에 설치하는 것으론 그 효과를 얻기 어렵다. 전 선대에 한꺼번에 설치해야 한다. HMM은 20척의 초대형 선박을 건조하면서 스마트솔루션을 적극 도입했다. 지금까지 해외 선주사에서도 흔치 않았던 일이다. 스마트 인프라와 데이터 플랫폼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

HMM은 이 같은 인프라와 플랫폼을 20척의 선박에 동일한 구조로 구성했다. 현재 HMM만큼 선박의 모든 데이타를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선사는 전 세계에 없을 것이다. 해운사는 강도 높은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면서 고효율의 운항 퍼포먼스도 갖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지 않나. HMM의 전략은 분명히 선대 관리 측면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스마트선박 솔루션 마이플리트


Q. 국내 대표 선사와 계약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와 비대면 마케팅을 활용해 홍보를 시작했는데 고무적이게도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의 글로벌 해운사와 세계 최대 오일 메이저에서 원격 미팅을 요청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관련된 준비를 철저히 진행 중이다. 국내 조선해양 기자재, 특히 항해통신 분야에선 일본에서 90% 이상의 기자재를 수입해 오고 있다. 신규 아이템인 스마트십 솔루션 분야는 유럽기업이 강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솔루션을 글로벌 해운사와 글로벌 화주가 관심을 보인다는 건 의미가 크다고 본다. 최근 대형 선박 사고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데 사고가 나면 가장 큰 피해는 화주에게 돌아간다. 선주와 화주가 최적의 운송을 할 수 있도록 우리 솔루션이 선박 사고를 줄이고 깨끗한 해상 환경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

Q. 향후 사업계획과 중단기 목표는?

우리는 항해통신 장비의 국산화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자체 개발한 엑디스를 500여대 이상 공급하는 실적도 달성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일본산 제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반도체처럼 선박 기자재도 일본이 경제보복 차원에서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다면 대한민국 조선소에서 대다수 선박을 인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조선소가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게 되면 수만개의 일자리가 위협을 받게 된다. 레이더 같은 선박 항해통신 장비를 순차적으로 국산화해 일본산 수입을 대체하는 게 단기 목표다.

좀 더 장기적으로 본다면 마이플리트로 선박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서 보험료 인하 등 선사의 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싶다. 선박 안전은 선박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매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여객선 등 다양한 형태의 선박을 이용하는 만큼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우리가 경쟁력을 갖춘 국산 제품을 만들어 공급한다면 시장의 반응도 분명 지금보다 개선되고 좀 더 국산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될 거라 기대한다.

Q. 관계 당국이나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우리 회사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제가 2005년 처음 입사했을 때 인원이 2명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62명이 일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내부 인력의 50% 이상이 조선소 해운사 등 대기업 출신이거나 전문 영역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 앞서 말한 거처럼 정부 지원이 있었기에 이런 일을 이뤄낼 수 있었다. 2015년부터 산업부 중기부 해수부 스마트선박 관련 R&D 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었다.

또 코트라가 지난 2년간 중국에서 저희 직원과 함께 뛰어다니면서 힘써 준 결과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더불어 우리 제품과 솔루션을 믿고 써준 해운조선업계에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 우리 회사 슬로건이 ‘사람을 위한 상상, 삶을 위한 기술’이다. 기술을 맹목적으로 개발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의미다. 받은 은혜를 사회에 다시 환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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