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12 09:12

‘취항 50돌’ 부관훼리, 고객신뢰 앞세워 백년대계 밑거름 다진다

인터뷰/ 부관훼리 김정호 총괄임원
고객 입장에서 끊임없는 물류장비·시스템 개선 노력
36시간 중·한·일 페리투페리 환적서비스로 물류경쟁력 제고


올해 부산-시모노세키 취항 50돌을 맞은 부관훼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한일 무역 갈등 등의 악재 속에서도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와 물류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1985년 입사해 부관맨으로 활약해온 김정호 상무(총괄임원)는 카페리시장 한 우물만 파며 물류혁신을 이뤄냈다. 김 상무는 코로나 이후 다가올 비대면 시대에 대비해 특송화물 서비스를 개시하는 한편, 한·중·일 환적서비스 등을 강화해 차별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다가올 50년 항해를 순조롭게 이어가 새로운 100년을 맞이하겠다는 각오다. 김 상무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관훼리의 50년 발자취를 돌아보고 백년대계의 밑거름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대내외 악재에도 부관항로 연중무휴, 고객 신뢰도 ‘굳건’

1970년 6월18일 저녁 승객 234명과 자동차 30대를 싣고 일본 시모노세키를 출항한 부관훼리의 <관부>호가 다음 날 아침 부산항에 입항한 지 어느덧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969년 개통한 경부고속도로가 한반도의 대동맥이었다면, 부관훼리의 카페리선은 ‘바다의 하이웨이’로 불리며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사라진 한일해협의 연락선이 양국 간 협력과 우호의 상징인 부관훼리로 부활한 것이다. 3800t의 선박으로 역사적인 운항을 시작한 이후 부관훼리는 현재 <성희>호 <하마유>호 등 1만6000t급 2척을 투입해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매일 운항하고 있다.

김 상무는 한일 국교 수립에 맞춰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카페리선사 부관훼리가 타 업체에게는 특별한 서비스 임에도 당사에게는 일상의 노멀한 서비스로 평범함 속에 숨겨진 비범함을 의미하는 ‘슈퍼 노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모토를 내걸며 여객과 화물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성과는 50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선박 운항을 중단하지 않고 고객과의 신뢰의 끈을 이어간 부관훼리의 의지에서 나온 결과다.

부관항로는 한일 양국 관계의 바로미터이자 미래로 통한다. 과거엔 재일교포·학생들의 방문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엔 일본 수학여행단의 이용 횟수가 늘어난 데 이어 시간이 지나며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늘었다. 

특히 비자 면제로 부관훼리의 여객실적은 크게 개선되며 우리나라 해외여행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김 상무는 “이때부터 새로운 상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카페리를 통한 해외여행이 저가 항공사의 출현을 촉발했고 여객의 모객 패턴 변화를 이끌게 됐다”고 말했다.

반세기 동안 나타난 여객과 화물의 변화 과정도 주목할 만하다. 선적 화물 변화는 국내 산업발전 흐름의 축소판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며, A부터 Z까지 모든 화물을 처리하는 부관훼리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에선 농·수산물을 시작으로 가공식품, 공산품, 기계류, 선박부품,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까지 폭넓은 화물을 취급했다. 수입은 대기업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 설비와 원자재 부품, 소재, 기계류 등이 주를 이뤘고 2000년대 이후엔 일본의 완성차를 우리나라로 대거 들여왔다.

부관(부산-간문)항로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안정적 성장을 거듭한 결과 서비스 영역도 더욱 넓어졌다. 주력인 부산-시모노세키 노선뿐만 아니라 중국 옌타이와 칭다오 스다오 다롄 단둥을 연결하는 중·일간 환적 서비스와 부산-시모노세키-타이창을 순회하는 한·중 간 환적 서비스, 더 나아가 항공과 해상·육상운송을 이용한 동남아-부산(인천)-시모노세키 환적 노선까지 3국 간 물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관훼리는 매일 밤 9시에 출항해 다음 날 아침 8시에 도착하는 서비스를 앞세워 항공기와 철도에 버금가는 안정적인 운송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특히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우며 혼슈 최남서단에 위치한 시모노세키는 육해공 물류거점으로 일본 전역을 빠른 시간에 연결한다. 시모노세키항을 중심으로 카페리를 통한 SNS(Sea and Sea) 서비스로 일본 전역을 연결할 수 있으며, 일본화물철도(JR화물)로 고베 나고야 도쿄 센다이 등의 접근이 용이하다. 

이 밖에 인근 기타큐슈공항과 야마구치 우베공항을 이용한 항공과 육상 운송 등도 또 다른 수송 루트로 꼽힌다. 시모노세키는 연중무휴 통관 시스템과 고가·긴급·특수화물의 대응이 가능한 데다 주 9편의 한중·한일항로 스케줄을 제공하며 일본 최대 국제 카페리 거점으로 거듭났다. 

김 상무는 “편의성 정시성 정확성을 최고의 서비스 가치로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며 “안전하고 독립된 당사만의 CY(컨테이너장치장) CFS(컨테이너작업장) 공간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외교분쟁과 경제 침체 등의 악재에도 50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서비스를 이어간 덕에 화주들은 365일 언제나 부관훼리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취급하는 품목이 변화하면서 값싼 노동력을 이유로 해외에 둥지를 튼 기업들은 중국 동남아 등에서도 부관훼리의 환적 서비스를 이용하며 인연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50년이라는 시간 동안 포워딩, 클레임 처리, 장비 관리, 현장 영업 등 하나부터 열까지 수행하는 부관훼리 임직원들이 자꾸 혁신하고 아이디어를 냈다. 모든 업무에 능통하다 보니 농담으로 직원 한 명이 나가서 회사 하나를 차려도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더라.”(웃음)

 


반도체설비·도요타 자동차수송 등으로 물류혁신 일궈

항공 운송으로만 이뤄지던 반도체 설비를 해상으로 전환한 건 부관훼리를 대표하는 물류 혁신으로 꼽힌다. 반도체를 완충 작용이 가능한 무진동 평판 트레일러 위에 올려 육상과 해상운송을 통해 수입자의 생산라인 가동 전에 보내는 방식이다. 

화물차 헤드와 트레일러의 결합과 분리가 빨라 하역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초정밀물품 등의 운송이 높은 위험과 운임 등을 고려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항공기가 아닌 카페리선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강점이다. 부관훼리는 안전과 시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화물들을 50년 동안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실어 날랐다. 

김 상무는 “해상운송이 항공보다 왜 안전하고 빠른지 화주를 설득하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운송을 진행한 결과, 기간은 항공보다 하루를 더 단축하고 비용도 종전의 4분의 1수준으로 절감하는 획기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도요타의 완성차 해상운송을 성사시킨 것도 부관훼리의 부단한 노력과 치밀함이 녹아든 결과다. 선적 시 차량 간격 유지와 차량 안전 상태, 별도의 차량 공간 확보 등의 검사를 통과한 결과, 부관훼리 단독으로 도요타 자동차를 우리나라로 들여올 수 있었다. 도요타를 통해 얻은 물류 노하우가 스며든 매뉴얼을 제시하면 국내 유수 기업들의 현장심사는 프리패스였다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김 상무는 “차량 이격 거리 등 매뉴얼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인공위성의 사진을 이용할 정도로 도요타의 심사는 당시 우리나라 정서나 안전수준으로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도 “덕분에 우리나라의 빠른 스피드와 일본의 꼼꼼함 등 양국의 장점만을 흡수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국적 활어 차량의 일본 국적선 선적도 눈에 띄는 성과 중 하나다. 우리나라 정부의 해상운송용 차량에 대한 안전관리 시스템 부재로 국내 활어 차량의 일본 국적선 이용이 불가능했지만 일반 자동차 검사업체와의 자체적인 안전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며 우리나라 카페리선사들의 활어 차량 선적을 이끌어냈다. 이 성과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대(對) 일본 수산물 수출길이 더욱 넓어졌다. 

이 밖에 자동차부품의 순회집화 배송서비스(밀크런)의 더블넘버 트레일러 실현으로 발주에서 납품까지 최대 60일이 걸리던 기간을 6일로 단축하는 물류 혁신도 이뤄내며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부관훼리는 2011년 카페리업계 최초로 선사 부문에서 종합인증우수업체(AEO)인증 AA등급을 따냈다. 김 상무가 회사의 물류 혁신에 기여한 공은 컸다. 

김 상무는 “저희가 선도적으로 혁신을 이뤄내며 좋은 결과를 냈지만 궁극적으로 더불어 사는 카페리시장이 됐다”며 “화주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는 건 물론 수송 시스템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관항로는 1차산업인 농수산물부터 반도체 및 완성차까지 일본의 대기업은 물론이고 한국의 거의 모든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며 “50년간 축적해온 부관훼리의 물류 노하우와 지금까지 고객과 지켜온 신뢰가 결합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부관훼리 <성희>호


서비스 확대·특수화물 개발 등으로 차별화 승부

부관훼리의 50년 물류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부산항을 제외한 마산 광양 동해 등 지자체의 지원 정책에 선사들의 항로 개설이 잇따르며 부관훼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카페리시장은 운임 덤핑으로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2002 한일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개설한 히로시마항로의 실패, 한일 간 무역·역사분쟁,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동일본 대지진 등의 악재도 잇따랐다. 특히 지자체 지원을 등에 업은 선사들의 잇따른 항로 개설은 부관훼리에 큰 시련으로 다가왔다. 

김 상무는 “10년 이상의 적자를 감수하며 한일간의 가교 역할을 위해 버텨온 부관훼리가 1980년대 말부터 한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정상 궤도에 진입하자 새로운 기업들이 부관항로에 도전했다”면서도 “공교롭게도 모든 업체가 운항을 중단하는 기이한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부관훼리의 향후 미래 키워드를 서비스 확대와 특수화물 서비스 개발, 컨테이너선과의 차별화로 압축했다. 우선 부관훼리의 한중일 페리 투 페리 서비스를 한중간 취항하는 모든 카페리항로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중일 간을 36시간에 연결하는 부관훼리 만의 당일 환적 및 365일 데일리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동남아-한국-일본 항공·해상 복합운송 환적 서비스도 미래먹거리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한국(부산 인천)과 일본을 연결하는 고속물류 영역을 중국에서 동남아 여러 나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홈쇼핑 및 해외직구 확대에 따른 특송화물 서비스도 이 회사가 주목하는 신사업 중 하나다. 항공처럼 빠르고 정확한 스케줄 정시성을 갖춘 데다 당일 통관시스템을 구축한 부관훼리의 강점이라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해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불어 기존 강점인 활어차량 및 초저온 냉동차 확대 운영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초정밀 설비수송을 위한 최적의 운송시스템 유지, TSR(시베리아횡단철도)·TCR(중국횡단철도) 연계 서비스 운용, 한일 간 일관운송 시스템 등을 통해 차별화에 나선다는 각오다.

코로나 직격탄으로 카페리업계는 여객 실적이 제로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특히 한일 여객항로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여객 급감에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며 존립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김 상무는 정부를 비롯한 유관기관의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가뭄의 단비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와 유관기관이 부산국제여객터미널 화물장치장 내 특송장 설치와 선박 안전검사 완화 등을 이뤄내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카페리업계가 숨 쉴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업은 물론이고 카페리업계가 혼자만의 힘으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건 어려워 정부와 유관기관의 장기적인 지원계획 수립이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부관훼리가 50년 동안 이뤄낸 물류혁신과 카페리항로 다변화 등의 주 무기를 앞세워 남은 50년도 카페리전문그룹으로의 성장과 발전을 모색하겠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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