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7 09:03

새해 해운전망 원양 하락 근해 상승

전국 항만 물동량 3000만TEU 돌파


새해 운임이 원양항로에선 하락, 근해항로에선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2020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고병욱 해운빅데이터연구센터장은 올해 각 항로 운임 수준을 아시아-북미 1450달러, 아시아-유럽 750달러, 동남아 150달러 정도로 전망했다.

지난해 상하이발 평균 운임은 북미항로 1525달러, 유럽항로 759달러,  동남아항로 138달러였다. 북미항로에선 70달러 가량 떨어지는 반면 동남아항로에선 10달러 정도의 인상이 기대된다는 예상이다. 유럽항로 운임은 지난해에 비해 약보합세를 띨 것으로 점쳐졌다.

고병욱 센터장은 컨테이너선 시장은 매년 초대형선 확보 경쟁과 캐스케이딩(선박 전환배치) 등으로 만성적인 공급과잉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선복공급 증가율은 20년 평균 8.9%를 기록, 화물 평균증가율(6.3%)을 3%포인트(p) 가까이 웃돈다. 그 결과 한 슬롯당 평균 화물적재량은 2008년 14TEU에서 최근 9TEU로 35% 하락했다. 올해도 공급증가율이 수요증가율을 앞지를 것으로 관측됐다.

북미항로 수요와 공급 증가율은 각각 2.2% 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2% 감소했던 수요는 올해 반등에 성공하고 공급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거란 예상이다. 유럽항로의 경우 수요증가율은 지난해 3.9%에서 올해 2%로 위축되는 반면 공급증가율은 4.6%에서 6%로 확대된다는 전망이다.

올해 아시아역내항로 수요와 공급율은 각각 3% 4.1% 늘어날 거로 예측됐다. 수요증가율은 지난해보다 0.4%p 뒷걸음질 치지만 공급증가율은 0.1%p 확대된다는 의견이다.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1억9800만TEU에서 올해 2억200만TEU로, 2.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고 센터장은 치킨게임이 정점을 찍었던 2016년엔 오히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현상을 보였다는 점을 들어 컨테이너선시장 운임은 수요공급보다 당시의 경쟁조건과 환경, 선사 전략의 영향을 받는다고 풀이했다.

오는 4월 현대상선의 2만3000TEU급 신조선 12척이 시장에 진입하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는 “차별화가 쉽지 않은 컨테이너선시장 특성상 선사들이 운임으로 경쟁하기 때문에 현대상선이 신조선을 시장에 넣고 디얼라이언스 활동을 본격화할 경우 운임도 동반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벌크선 운임은 케이프에선 하락,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에선 상승세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만8030달러였던 케이프사이즈 평균운임은 올해 1만4000달러로 22%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전망이 제시됐다.

반면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 운임은 지난해 1만1100달러 9600달러에서 올해 1만1500달러, 1만500달러로 각각 3% 9% 증가한다는 장밋빛 예상이다. 그는 벌크 물동량은 지난해의 52억9900만t에서 올해 54억t으로 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1월6일자 해상운임선물거래(FFA) 평가치는 케이프 1만2400달러, 파나막스 9233달러, 수프라막스 8900달러를 기록했다. KMI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고 센터장은 “FFA가 전통적으로 1월에 시장을 저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FFA보다 높은 선에서 올해 운임이 형성될 것으로 점쳤다.

벌크선 시장의 긍정적인 요인으로 공급 측면에서 환경 규제에 따른 선박 해체 확대, 스크러버 설치에 따른 운항 중단, 수요 측면에서 중국의 경기 부양용 인프라 투자 확대, 아시아 개도국의 석탄 수요 증가, 미중 무역협상 1차 타결 이후 중국의 미 곡물 수입 증가 등이 꼽혔다. 반면 탈탄소화 경향에 따른 석탄 수요 감소, 미중 무역분쟁 지속,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2017~2018년 대규모 발주에 따른 신조 공급 증가 부담 등이 부정적인 요인으로 제시됐다.



    ▲고병욱 센터장                                                     ▲김은수 센터장                                                     ▲박한선 실장


국제물류시장 전망을 맡은 김은수 KMI 국제물류투자분석지원센터장은 전 세계 물류시장 연평균 매출액이 4.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센터장은 트랜스포트인텔리전스 데이터를 인용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이 6%, 유럽과 북미지역이 2.4% 2.5%의 연평균 매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3자물류와 전자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으로 중국이 고속 성장하면서 전체 물류시장을 견인한다는 의견이다. 전자상거래 물류시장은 2023년까지 10%의 높은 매출액 성장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김 센터장은 2017년 313조원이었던 전자상거래물류가 2023년엔 644조원까지 급성장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지역 점유율이 49.7%에 이른다는 관측이다.

3자물류시장에서도 아태지역의 성장은 두드러질 전망이다. 3자물류에서 2018년 8.1% 지난해 7.7%의 매출액 성장을 거둔 아태지역은 2023년까지 연평균 8.3%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이 밖에 서아프리카가 6.3%, 중동과 북아프리카가 4.8%, 남미가 4.1%의 평균 성장률을 5년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 센터장은 전 세계에 진출한 화주기업의 지원을 위해선 국내 물류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네트워크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현재 해외 진출 물류기업은 1681곳으로, 7만8000여곳에 달하는 전체 해외진출기업의 2%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창고나 터미널 같은 해외 인프라를 확보한 물류기업은 0.27%인 216곳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한선 KMI 해사안전연구실장은 선박 연료유 수요 흐름에 맞춰 선사들이 향후 선박을 지을 때 어떤 연료를 주력으로 사용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계기로 저유황유와 LNG 사용이 크게 늘어나고 2035년 이후엔 암모니아가 새로운 선박 연료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LNG(액화천연가스)나 암모니아 등 가스가 선박 연료의 대세가 된다는 분석이다.

박 실장은 “암모니아가 한동안 관심을 받았던 수소보다 제조 과정에서 경제성이 뛰어난 데다 압축률도 2배 이상 우위에 있다”며 “수소 100t을 담는 용기로 암모니아 200t을 담을 수 있어 수송이 편리하다”고 암모니아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가격이 싼 고유황유가 앞으로는 수요 감소와 생산 중단으로 저유황유나 LNG보다 비싸질 수 있다”며 “범국가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지 않을 경우 경쟁력 있는 해운산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항만물동량 3%대 성장…처리시설은 태부족

이제 우리나라 항만도 컨테이너 처리량 3000만TEU 시대를 열게 될 전망이다.

항만 세션의 주제발표를 맡은 KMI 하태영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올해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이 전년 2917만TEU 대비 3.4% 증가한 3016만TEU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3000만TEU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항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2263만TEU를 기록, 연초 부산항만공사가 제시한 2260만TEU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항은 5.9% 늘어난 328만TEU를 달성, 목표 물동량 325만TEU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광양항 역시 3.4% 증가한 247만TEU로 올해 목표인 243만TEU보다 4만TEU 늘어난 실적을 거둘 것으로 관측됐다.

물동량 전망과 관련해 긍정적 요인으로는 경기회복과 미중 분쟁완화, 설비투자 증대, 세계 교역회복 등이 꼽혔다. 반면 미중분쟁 악화와 중동 사태, 유가 불안, 브렉시트 등은 물동량 감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제시됐다.

사상 처음으로 3000만TEU 시대가 열리지만 이를 처리할 시설은 부족해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시각 또한 확산되고 있다. 올해 전국 항만 물동량이 하역능력을 뛰어넘으며 시설 부족이 가중돼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 센터장은 올해 전국 항만의 하역능력은 2819만TEU인 반면, 물동량은 이를 웃도는 3016만TEU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약 196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근거가 나온다. 특히 부산신항 시설 확보율은 85.2%에 그쳐 325만TEU를 추가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이 이뤄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벌크부문에서는 철광석(85.1%) 화공품(57.3%) 기타광석(48%) 목재(41.4%)로 시설 부족이 예상되는 반면, 모래(444%) 시멘트(138%) 양곡(123%) 석탄(120%)은 하역시설이 과다한 것으로 드러나 대조를 보였다.

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진행 중인 선박 대형화는 올해도 지속되면서 전 세계 항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 세계 컨테이너항로에 투입되고 있는 선박의 평균 선형은 지난 3년간 연평균 1.1% 증가한 6569TEU를 기록하며 몸집을 더욱 키웠다. 궤를 같이해 지난해 주요 항만의 평균 하역량 역시 2046TEU로 지난 3년 간 연평균 10.7%의 증가세를 보였다.

컨테이너 물량과 평균 하역량 증가는 선석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산항의 지난해 선석 생산성은 시간당 89.6회로 전년 93.6회 대비 7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정체된 생산성은 올해 전반적으로 정체하거나 감소세가 전망될 것으로 하 센터장은 내다봤다.

이 밖에 하 센터장은 카보타지 이슈와 관련해 “중국이 카보타지를 해제하면 대중국 환적물량 23.7%가 부산항에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 처리량으로 따지면 약 155만TEU 규모다. 
 

▲하태영 KMI 항만수요예측센터장


“부산신항 광양항 인천항 터미널통합 필요”

부산신항 광양항 인천항 등이 운영사가 많은 항만으로 분석돼 잠재적으로 터미널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근섭 KMI 항만정책연구실장은 국내는 항만 간 경쟁이 크지 않은 산업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매우 집중적인 사업 구조라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주요 컨테이너 항만은 국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한편, 주요 항만별로 추진이 계획돼 있는 기능 조정, 통합 등의 신속한 추진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 가속화에 따른 비용 증가도 항만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 해운시장에 공급되는 2만TEU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77척에 달할 예정이다. MSC 1척, CMA-CGM 7척, 현대상선 12척 등 총 20척의 신조선이 해운시장에 인도된다.

김 위원은 “8000TEU급 대비 2만800TEU급 컨테이너선 처리를 위한 항만 비용은 20% 이상의 증가가 예상된다”며 “터미널운영사 통합 또는 얼라이언스 등을 통한 비용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김 위원은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황산화물 배출 규제 시행과 관련해 “선사는 저속운항, 블랭크세일링(임시휴항) 등의 전략 추진이 예상된다”며 “항만 관점에서는 선박 기항과 항만 간 경쟁 심화로 물동량 불확실성 우려가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국내 항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이 개진됐다. 성결대학교 정태원 교수는 우리나라 항만 물동량 증가와 관련해 양적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준비를 해나가야 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항만 총물동량은 전년 대비 0.2% 증가한 16억3000만t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 교수는 증가폭 둔화에도 우리 처리화물이 이제는 고부가로 발전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더불어 2020년이 제4차 항만 기본계획과 제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연안정비계획 등이 있는 즐비한 해라며 질적으로 생각을 전환해 항만 프레임을 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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