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7 15:36

전국 13개 항만 250선석에 AMP설치…클린항만 육성 본격화

미국·유럽·중국 등 해운강국, 보조금 등으로 AMP 설치 강제화


해양수산부가 친환경 항만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놨다. 2030년까지 전국 13개 항만 248개 선석에 1단계로 고압육상전력장치(AMP)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이다.

해수부 김우철 항만기술안전과장은 2일 서울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MP기술의 현재와 미래’ 심포지엄에서 “해수부는 부산 인천 광양 등 현재 8개 선석에 AMP를 설치하고 있다. 내년 1월에 준공되고 바로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라며 “조만간 발표하겠지만 2030년까지 전국 13개 항만 248개 선석에 1단계로 AMP를 갖추게 된다. 웬만한 선석이나 부두는 AMP를 기본으로 설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정부 방침은 AMP를 정기적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앞으로 AMP가 선사나 엔지니어링업계 모두에게 공통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 김우철 항만기술안전과장


AMP는 선박이 항만에 입항해 선석에 접안하면 자체 엔진을 돌려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는 대신, 육상에서 고압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설비다. 이 설비를 설치하면 정박 중인 선박이 값비싼 기름을 소모하지 않고도 엔진을 가동할 수 있게 돼 경제적이고 대기오염이나 미세먼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AMP 설치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AMP 기술을 세계 최초로 알린 미국은 장기적인 계획을 내걸고 AMP 육성에 나서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기환경위원회(CARB)는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책으로 ‘클린에어액트’를 실시해 지난 2014년부터 LA항 롱비치항 오클랜드항 샌디에이고항 등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주요 항만에 AMP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미 서안으로 입항하는 70% 이상의 선박은 AMP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내년에는 설치 규제가 10%포인트(p) 이상 강화돼 80% 이상의 선단이 AMP를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엠포코리아 강병삼 대표이사는 “(이 정책에 따라) 육상으로부터 고압전기를 공급받지 못하면 2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미국 오클랜드에서 (올해) 1~8월까지의 수전표를 보면 18%는 선박에 육전설비가 미비해 (전기를) 받지 못했고, 기타 사소한 이유로 8%의 선박이 육전을 사용하지 못했다”라며 “놀랍게도 74%의 육전성공률을 기록했다. 지난 20년간 노력이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유럽도 미국의 정책을 빠르게 흡수하며 AMP 보편화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대체연료인프라 강령인 ‘DAFI’를 제정해 유럽 전 지역 항만과 선박에 2025년 12월31일까지 AMP를 활용하도록 강제화 했다. 이에 따른 당근책으로 AMP 플러그를 설치한 선박에는 항만시설사용료를 절감해주고, 예비시설을 갖춘 항만은 설치비용의 절반인 50%를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최근 AMP를 가장 빠르게 도입 중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내년까지 자국 항만에 정박하는 선박의 90%가 AMP 설비를 갖추도록 강제하고 있다. 컨테이너부두 로로(RORO)부두 크루즈부두 벌크부두 등 50% 이상의 부두시설에도 AMP를 마련해야 한다. 

 
▲엠포코리아 강병삼 대표이사


해운사, AMP 장착한 신조선박 발주↑

동서항로와 세계 최대 해운시장인 중국이 AMP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수요자인 해운업계도 AMP 설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일렉트릭 이동구 차장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320여척의 신조 선박에 AMP 설비가 구축됐다.

지난 2006~2007년 대만계 선사인 양밍해운이 AMP가 장착된 8200TEU급 선박 4척을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인도하며 AMP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최근에는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발주한 2만3000TEU급 선박 중 7척이 AMP 설비를 갖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운항 중인 선박에 AMP 설비를 추가 개조한 선박도 약 40여척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선사 MSC는 1만3100TEU급 선박 2척에 AMP 설비를 추가로 개조해 친환경 선박으로 거듭났다.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8600TEU급 선박 7척을 AMP 선박으로 개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옛 한진해운 외에도 현대상선 SM상선 등 주요 선사들이 운항 중인 선박에 AMP를 추가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장은 세계 주요 항만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선종을 불문하고 AMP 설비를 갖춘 선박이 필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자동차운반선인 PCTC와 벌크선 등 부두에 정박하는 빈도가 높은 선종부터 AMP 설치에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했다.

AMP 설비를 장착한 선박이 늘어남에 따라, 부두에서도 선종별 전력공급시설을 표준화하는 데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차장은 “AMP 설비의 표준화를 위해 접안 상태에서 사용하는 부하를 선종별로 규격화하고 신조 선박에 예비 설비를 갖춰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해수부가 주최하고 한국항만협회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선사 터미널운영사 설계사 시공사 외 항만당국 등 약 1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향후 항만 AMP 기술 발전 및 이용이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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