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적극적으로 물어보는데 싫어할 사람 있나요? 전 없다고 봐요.” 그는 현직에 종사하면서 현업에 관심 있는 예비 해운물류인들을 후배라 생각했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공통된 이야기겠지만, 전공을 이론으로 접할 뿐 현직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이번에 인터뷰를 진행한 성우린 변호사는 본인도 학생 때 궁금한 것이 많았는데 제대로 물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학생들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도와주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는 현재 해운조선물류 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청년들의 단체인 ‘청년 해운조선물류인 모임’의 대표이기도 하다. 상선항해사로 근무하다가 지금은 국내 굴지의 대형로펌에서 해상 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성우린 변호사를 만나, 예비 해운물류인을 꿈꾸는 대학생의 다양한 고민들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상선항해사로 3년간 근무하시다가 해상전문변호사가 되셨는데 어떤 동기가 있었나요?
저는 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해상법’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상선항해사로 일정 부분 경력을 쌓은 후, 해상법 연구로 저명한 영국의 대학교에서 해상법을 심층적으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상선에 항해사로 승선을 해보니 해상법을 단순히 연구하는 것보다는 제가 가지고 있는 해기경력을 활용하여 실제로 해사분쟁을 해결하는 ‘실무가’가 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국내의 기본 6법을 제대로 공부해야만 해상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몫 했습니다.
상선항해사와 해상전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인상 깊은 일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상선항해사로 근무할 당시 영국의 도버해협을 통과하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도버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승선한 영국인 도선사는 당시 저에게 “내 친구가 영국변호사인데 한국 해운회사의 사건을 도맡아 한다. 한국에는 해상 변호사가 없는가?”라는 자극적인 질문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해운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도선사에게 웃으면서 “내가 조만간 한국에서 변호사가 되어 그 친구 분 일을 뺏어야겠다”라며 호기롭게 답변한 기억이 있습니다. 해상전문변호사로서 제가 담당한 사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은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부근에서 일어난 낚시어선과 급유선과의 충돌 사건입니다. 그 사건으로 안타깝게도 낚시어선 승객을 포함하여 15명이 사망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낚시어선의 선장도 같이 사망하면서 생존한 급유선의 선원들에게만 수사가 집중되었습니다. 저는 변호인으로서 좁은 수로에서 낚시어선의 항법상 과실을 지적한 변론을 통해, 최종 수사 결과 낚시어선과 급유선의 ‘쌍방 과실’을 이끌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생 때 본인만의 해운물류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방법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해양계 대학을 나오다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양계 대학에 재학하지 않거나 관련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산업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방법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현업의 실무자와 질의 응답을 하는 것입니다. 요즘은 SNS 등이 발달하여 쉽게 연락을 할 수 있고, 유관 협회에서 주최하는 다양한 세미나가 수시로 열리므로 적극적으로 참석하여 ‘소통’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해운물류 산업체에서 ‘인턴십’의 기회가 있는 경우에 적극적으로 지원하십시오. 최근 청년 취업난으로 인턴십이 취업을 위한 하나의 스펙으로 전락하여, 대학생들이 대기업의 인턴십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업체의 인사담당자에게 자신의 강점을 피력하는 방법 등으로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재학 시절 ‘취업공고’를 하지 않는 업체에 직접 연락하여 인턴십을 진행한 경험도 있습니다. 이는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신의 이러한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적성에 맞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학생 때 이론으로 배웠던 해운업과 현업에서 직접 느낀 해운업의 차이점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대학생 재학 시절 전공 책 또는 교수님의 수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것들 대부분이 소위 ‘뜬 구름을 잡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일례로 해운업을 영위하는 계약 당사자들이 주고받는 서류나 해운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들입니다. 현업에서 실제로 일을 하니 대학생 시절 배웠던 것들이 비로소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대학생 때 간접적으로라도 해운업 등 산업에 대한 이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동종 업계의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를 게을리 하면, 실무를 처음 접할 때 많은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미래의 예비 해운물류인들이 대학생 때 어떤 능력을 갖추고 현업에 나가면 도움이 될 지 궁금합니다.
해운이나 물류 산업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 자체로서 미래의 예비 해운물류인이 되기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 답변 드린 바와 같이 대학생 때 배울 수 있는 것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있으므로,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합니다. 현업에 종사하면서 전공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여러 전공 책들을 통독하시길 권해 드립니다. 그밖에 동종 산업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동료들과 스터디를 하는 것은 산업에 대한 이해에서 나아가 향후 실무에 종사하면서 필요한 관계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청년 해운조선물류인 모임을 만드셨는데, 모임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와 만든 이유 그리고 가입하기 위한 조건들이 궁금합니다.
모임을 만든 이유는 관련 업계에 함께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서입니다. 해운조선물류 업계는 업무의 특성상 ‘상생과 공존’이 필수입니다. 선주와 화주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 중개인, 국제물류운송주선인(포워더), 육상운송(트럭킹)업체, 창고업자, 조선소, 기자재업체 등 마치 거미줄과 같이 수많은 계약관계들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변호사가 되기 이전에 직접 상선을 운항하면서 현장의 최전방에서 업무를 경험했지만 현재 업계에서 직접 뛰고 있는 분들에 비해서는 아직 산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관련 모임을 꾸준히 진행해 관련 업계의 청년들과 소통하고 열심히 배워 간접적인 경험을 축적해 나가려고 합니다. 저희 모임에 현재 200명이 넘는 업계 종사자 분들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2016년 모임을 창설하여 지금까지 총 7번의 공식 모임을 가졌고 연 3~4회 모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영국 런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 해외에서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들까지도 회원으로 하는 등 모임의 외연을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가입 조건은 동종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입을 받고 있습니다.
해상전문변호사로서 그리고 청년 해운조선물류인 모임의 대표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신데, 미래의 예비 해운물류인들에게 앞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운이나 물류산업이 전체적으로 침체되어 있다고 하나, 연혁적으로 볼 때 위 산업들은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산업입니다. 해운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국내 수출입 물량의 99.7%를 담당하고 유사시 군수품 및 전략물자를 수송하는 등 우리 경제와 안보를 지키는 핵심 산업이며, 물류산업은 기존의 산업 체계에서 벗어나 온라인 커머스의 급성장,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스마트팩토리, 신유통 시스템 구축, ICT산업 성장 등)으로 산업의 경쟁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예비 해운물류인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산업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산업의 역군으로서 가까이는 산업의 발전 나아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력사항]
2008.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경찰학과(항해학과) 졸업
2015.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법학석사)
[경력사항]
2008~2011. 팬오션(주) 상선항해사
2015. 제4회 변호사시험 합격
2015~2017. 법무법인 충정 소속변호사
2017~現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소속변호사
청년 해운조선물류인 모임 대표
해양수산부 해양안전심판원 심판변론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해운산업위원회 공익위원
인천항만공사 법률고문
해양경찰청 고문변호사
< 성지현 대학생기자 asda17@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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