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17 09:05

“해운산업 구조개혁에 해운전문가 참여 긴요하다”

인터뷰/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회장
변호사시험 해상법 추가로 해상전문변호사 배출 길 터야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회장은 해운 구조조정에 해운산업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상 전문 변호사 최초로 변협 회장에 당선된 김 회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진해운 사태 때도 사실상 해운전문가가 아닌 금융전문가들이 나서서 사태 수습을 주도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해운 재건을 위해 비효율적인 노후 선박을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선박으로 대체하고 해양진흥공사 같은 기구들을 통해 기업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해사법원과 임의해사중재기구 설립을 두고 유럽이나 홍콩에 내줬던 재판주권을 되찾아 오는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변협 회장 취임 후 추진한 주요 사업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등을 꼽았다.

Q.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취임하신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작년 2월25일 취임한 이래 법치주의 확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전력투구하며 1년6개월을 보냈다. 국회가 특히 중요해서 거의 매일 국회를 방문했고 190여명의 국회의원을 만나 설득하고 대화했다. 남은 6개월도 초심을 잃지 않고 임기 첫 날의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국민과 회원을 위해 헌신하겠다.

Q. 협회장으로서 중점을 두고 추진한 사업은?

BMW 화재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리고 12개 법안을 국회에서 발의했다.

이 중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무담당관을 도입하는 법안, 준법지원을 모범적으로 하는 기업의 공정거래 과징금을 감경하는 법안, 대법원에 필수적 변호사변론주의를 도입하고 경제적 약자를 위해 민사 국선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 변호사단체의 법관평가 결과를 법관인사에 반영하는 법안, 고위 법원 검찰 전관의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법안, 형시기록 열람 등사권을 보장하는 법안,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을 보장하는 법안, 민사소송 인지대를 절반으로 감액하는 법안, 형사공탁을 쉽게 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를 할 수 있게 하고 피해자의 피해를 완화하는 법안 등이 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도록 힘을 다하고 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도 중요하다. 대한변협이 추천한 김선수 조재연 노정희 대법관과 유남석 헌법재판관이 임명됐다. 과거에는 없던 일로, 변협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거지. 국회와 법원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 더욱 좋은 분들을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어깨가 무겁다.

Q. 로스쿨 도입 이후 해상법 쪽에도 해운을 경험한 현장 감각을 가진 변호사들이 진출하고 있다. 다만 해상법 전공자가 많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국제거래가 활발하지만 정작 이를 다루는 해상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변호사시험 출제범위에 해상법분야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에서 해상 전문 변호사를 배출하지 못하면 항공기 추락사고나 대형 해상사고가 발생해도 사고를 처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를 찾기 어렵게 된다. 로스쿨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거지.

몇몇 변호사와 제가 로스쿨에서 해상법을 가르치고 있지만 열의를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변호사시험 선택과목에 해상법이 꼭 들어가야 한다. 상법에서 회사법만 출제하지 말고 해상법도 같이 출제하면 좋겠다.

Q. 최근 국내에 임의해사중재기구가 설립된 데 이어 해사전담법원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해상법전문변호사로서 의견을 듣고 싶다.

해사사건의 경우 국내기업 간 분쟁도 영국 런던이나 홍콩에서 중재 절차를 밟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에서 재판이나 중재를 진행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언어적 장벽이나 의사소통의 한계 등으로 원하는 정도의 심리가 이뤄지지 못한 채 분쟁이 종결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임의해사중재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단순히 국부의 유출을 막는 것을 넘어서 재판주권을 찾는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최근 서울에 임의해사중재기구인 서울해사중재협회(SMAA)가 설립됐고 기관중재의 성격을 가진 해사전문 중재기관인 아시아태평양해사중재센터(APMAC)가 지난 3월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도 국제중재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임의해사중재기구 설립으로 결실을 맺게 돼 너무나 기쁘다. 임의해사중재기구가 활성화돼 접근이 용이하고 효율적인 분쟁해결의 길이 열리길 간절히 바란다.

다만 임의해사중재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전문성과 신뢰성이 보장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선사나 P&I클럽(선주상호보험조합) 화주 등 분쟁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해사법원 설립은 국회의원들이 관심이 많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어디에 설치할지 여전히 논의 중이다. 제 생각엔 서울에 본원을 두고 부산과 인천에 지원을 두는 게 바람직할 거 같다. 해사법원이 활성화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해사사건이 많지 않아 해사법원이 정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문성을 갖춘 법관이 신속하고 신뢰성 있는 판결을 한다면 조기에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해사법원이 설립된다면 해상법 발전뿐 아니라 임의해사기구와 함께 재판주권을 찾는데 큰 역할을 할 거로 기대한다.

Q. 국내 최초의 해운전담지원기구인 해양진흥공사가 설립했다. 공사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까 말씀드렸듯 수출주도형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해운분야는 굉장히 중요한 업종이다. 해상운임은 수출입단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적선사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벌써부터 화주들이 외국선사들과 운임협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늦게나마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해운산업을 육성하려는 해수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해양진흥공사가 단순히 금융 지원뿐 아니라 각종 비금융적 지원을 통해 해운업을 성장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

경남지역 일부 조선소가 어려움에 처하자 경남지역 경제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해운조선은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데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산업이다. 우리나라 선사나 조선소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다방면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정책적인 지원이 자칫 WTO(세계무역기구) 보조금협정에 위반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해양진흥공사가 업무를 수행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산업 전체를 지원하는 건 괜찮겠지만 개별 기업을 지원하는 건 보조금으로 간주될 수 있다.

 


Q. 국내 해운업계의 위기극복과 대형 해난사고 예방을 위해 법적·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선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박 대형화로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치킨게임형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뒤떨어지는 경우 한국 선사는 세계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 당장 어렵더라도 비효율적인 노후 선박을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선박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해운업뿐 아니라 터미널이나 창고 등 물류업계가 전반적으로 외국기업에 잠식되고 있는데, 국내시장을 방어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자본이 남아돌고 있고 고급인력도 많지 않나? 그런데도 외국자본에 의해 국내시장이 잠식되는 건 정책 실패로 대한민국의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양진흥공사와 같은 매개적인 기능을 하는 기구들을 통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해난사고는 법이나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아서라기보다는 법과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게 시스템을 운영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형식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각종 안전관리시스템을 법과 제도의 취지에 맞게 실질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해난사고를 줄일 수 있다. 해운조합 자료에 따르면 <세월>호 사고 이후 선박관련 사고가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안전의식의 제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얼마 전 직원들을 다 데리고 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재난체험센터를 방문해 화재 지진 선박침몰을 다 체험해봤다. 크게 도움이 되더라. 평소에 훈련하는 게 참 중요한 거 같다.

Q. 최근 해운 불황으로 해상법 전문 로펌과 변호사들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해기술 향상과 선박의 현대화 등으로 선박관련 사고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해운관련 클레임도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해사사건을 주로 취급하는 변호사들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신 용선이나 선화증권 자문 등은 꾸준히 있다. 그런 걸 많이 수임해서 극복해 나갈 생각이다.

Q. 독도지속가능이용위원회 민간위원이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독도지속가능이용위원회는 위원장이 국무총리고 위원은 정부위원 8명과 민간위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위원은 해수부 국토부 교육부 장관과 외교부 기재부 행안부 차관, 문화재청장, 경북도지사 들이다. 해수부 장관이 위원회의 간사를 맡고 있다.

한 달 전에 회의를 했는데 이낙연 총리가 독도에 관심이 많더라. 환경적으로 관리하고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데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울릉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2022년에 설립한다.

Q. 끝으로 해운업계 및 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사실 해운업은 전문적인 분야다. 그런데 해운업에 정통한 사람들이 해운업과 관련한 구조개혁이나 제도개선에 충분히 참여를 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어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사실상 해운전문가가 아닌 금융전문가들이 나서서 사태 수습을 주도했다. 정부도 적절하게 정책결정을 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했다.

한진해운 사태를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개별기업 문제가 아니고 대한민국 해운 물류산업 전체의 일인데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다신 일어나선 안 된다. 화주들이 우리나라 선사들을 애용하고 맡기는 분위기도 필요하다.

해운업계의 많은 인재들이 주도적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고 정부도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처럼 대표선사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또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3자물류시장 잠식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자기업종에 집중해야지 싹쓸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각 분야 전문화에 역행하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상생하지 않고 다른 기업을 다 죽이면서까지 혼자서 모든 걸 하겠다는 생각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에서도 (대기업 물류자회사들이 3자물류를) 하지 않도록 말려야 한다. 물류가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물류는 물류인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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