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28 10:05

“이 정도 넓은 배후단지, 유럽에서 찾기 힘들어”

위클리이사람/ 독일 빌헬름스하펜항 안드레아스 불빈켈 대표
배후단지 활성화 주력, 폴크스바겐 입주 확정
BPA와 MOU 등 한국 기업과 교류 확장 기대

▲ (왼쪽부터) 데트홀드 아덴 전(前) 독일연방물류협회 회장, 윌프리드 애덤 전(前) 빌헬름스하펜시장, 안드레아스 불빈켈 빌헬름스하펜항 대표, 잉고 메이딩거 빌헬름스하펜항 이사



컨테이너항만으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낸 빌헬름스하펜항은 해군용 항만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넓은 배후부지와 원활한 교통망을 지닌 차세대 항만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독일 니더작센주 빌헬름스하펜항 안드레아스 불빈켈 대표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항만 배후단지와 운영 계획 등 못다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은 불빈켈 대표와의 일문일답.
 

Q. 빌헬름스하펜항의 강점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스피드’라고 말할 수 있다. 3가지 근거를 들겠다. 첫 번째로는 항만 대표 슬로건이기도 한 깊은 수심과 짧은 거리다. 우리는 독일에서 유일하게 18m의 깊은 수심을 보유했다. 뿐만 아니라 공해와 항만 간의 거리가 42.6km에 불과해 1.5시간이면 항만에 도착할 수 있다. 독일 제1의 항구인 함부르크항은 8시간이 걸린다.

두번째로는 컨테이너터미널의 최신식 하역 장비다. 슈퍼 파나막스 갠트리크레인 8기를 보유해 현존하는 가장 큰 선박도 무리 없이 하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넓고 편리한 배후단지다. 아우토반 고속도로와 16개 노선의 철도조차장이 인접해 있으며, 이 중 6개 노선이 터미널을 지난다.

Q.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항만 배후단지에 대해 좀더 설명해달라.

배후단지의 총 면적은 180만㎡(약 54만5천평)이며 기업당 20만㎡(약 6만5백평)까지 임대 가능하다. 임대 기간은 30년에서 최대 75년이나 협상 후 99년까지 연장해준다. 안트베르펜(앤트워프) 로테르담 등 유럽 주요 항만의 배후단지는 소규모로 여러 곳에 퍼져 있고 입주 공간도 이미 다 찼지만, 우리는 터미널 바로 옆에 넓게 조성돼 아직 여유 부지가 충분하다.

현재 독일 콜드체인(신선물류)시장의 선두 기업인 노드프로스트가 지난 1월부터 급속 냉동 물류창고를 개장해 육류 등을 처리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35m 높이의 완전 자동 물류창고도 추가로 착공했다. 폴크스바겐도 2019년부터 포장 물류센터를 가동한다. 약 7000개의 차량 부품을 15개 국가에 출하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중국계 기업들의 입주도 확정됐다. 한국기업들에도 물론 기회가 열려있다.

Q. 한국도 항만 배후단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부가가치 창출 측면에서는 성적이 저조하다. 빌헬름스하펜항은 어떤가?

앞서 말한 노드프로스트의 물류창고가 대표적이다. 철로, 육로, 해로 운송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면서, 단순 창고업을 넘어선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창고에서 신선식품의 가공, 포장, 급송 냉동 처리 등 고객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 최근 개최된 한독물류콘퍼런스에서는 ‘디지털화’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디지털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우리는 물류 공급망에 IT솔루션을 도입해 선박, 화물 운송, 터미널 운영 부문에서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에 국제항만협회의 세계 항만 콘퍼런스 IT부문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디지털화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화가 항만·물류 산업에 어떤 영항을 미칠지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완전 자동화 항만과 배후단지에서는 더 이상 인력이 필요없어질 수 있다. 디지털화로 선사에서 최적화된 운송이 가능하게 될 경우 소규모 포워더들도 존폐 위기에 놓일 것이다. 정부에서도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독일 법상 갠트리크레인의 완전자동화는 허용되지 않는다. 안전 문제도 있지만, 실업률이 연관돼 있다.

Q. 친환경물류가 화두다. 빌헬름스하펜항의 대응책이 궁금하다.

현재 배후단지 내 트럭서비스센터에서 냉동·냉장 컨테이너에 전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가스 배출량이 감소했거나 저소음 브레이크 장착, 디젤 연료 선박의 경우 항만 사용료를 환급해주고 있다. 선사의 수요가 늘어나면 항만 내 선박전력공급장치도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정부에서 LNG 벙커링(선박연료공급) 지원 사업을 공고한 터라 우리를 비롯해 독일 내 타 항만들이 모두 지원했다.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을 방문한 소감은?

한국에 있는 동안 여러 항만물류 기관·기업들과 만남을 가졌다. 특히 BPA와 정보 공유 및 협력 체계 구축에 대해 협의한 것이 의미 있었다. MOU(업무협약) 체결 관련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독물류콘퍼런스에서는 한국의 물류업계 종사자들과 물류의 미래에 대해 깊게 논의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심해항 컨테이너 터미널 그룹’ 결성을 제안하고 싶다. 같은 고민을 지닌 이들 간 정보 공유와 협업이 이뤄지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의 교류가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
 

< 박수현 기자 s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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