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째를 맞은 임병규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앞으로 조직 쇄신에 중점을 두고 조합을 이끌어 나갈 계획임을 내비쳤다.
임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제3자가 시행하는 조직 진단을 통해 조합 명칭변경과 방향설정, 구조조정 등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임기 동안 공제사업 강화와 면세유 지원 등의 조합원 권익 제고 대책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 이사장은 간담회 동안 “어깨가 무겁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며 해운조합의 현안 해결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Q. 한국해운조합 이사장 취임을 축하한다. 소감이 궁금하다.
해운조합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조합과 해운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하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취임 후 현안문제를 파악하면서 해운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해운은 국가물류비 1%로 국내 전체화물의 20%를 담당하는 운송수단이다. 친환경 녹색성장의 견인차 역할도 하고 있다. 큰 경쟁력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취임 이후 여수 거제 통영 등 조합 지부의 절반 정도를 방문했다. 돌아다녀보니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근무지가) 로테이션 되면서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직원들이 많았다. 지부엔 직원도 몇 명 안 되는데 이것저것 할 일도 많아서 고생을 많이 한다. 조합원도 애로사항을 많이 얘기하더라.
남해안에 가선 (여객선과 사업모델이 겹치는) 유람선이 조합 여객선사들의 노선에 중복취항해서 이용객이 매년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는 고충을 들었다. 연안 유조선의 경우 운임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구상을 많이 한다. 화물선사는 영세해서 선박 개조나 신조할 능력은 없는 반면 화물 수요는 줄어서 수지타산이 안 맞아 고생을 많이 한다. 조합원사나 지부 직원들이나 여러 가지 말씀을 많이 해서 숙제가 많이 쌓이는 거 같아서 어깨가 무겁다.(웃음)
Q. 국회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해운과 관련된 업무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해운항만청이 교통부 외청이던 91년부터 4년 정도 (해운항만분야)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또 해양수산부와 건설교통부가 국토해양부로 합쳐졌을 때도 5년간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했다. 해운 쪽 담당을 총 12년 가까이 했다. 특히 해수부 본부와 많이 일했다. 해운법과 해운조합법 개정 등에 관여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큰 그림은 많이 들었다.
Q.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은 뭔가?
제가 처음 (이사장 후보에) 응모하고 선거운동을 다니면서 약속드린 게 몇 가지 있다. 조직 진단 등을 통해 조직을 생동감 있고 발전할 수 있는 쪽으로 개편하고 공제사업을 포함해서 신성장동력을 여러 가지로 구상해 보려고 한다.
해운조합이 <세월>호 여파로 4년 가까이 이사장 공백 상태였던 터라 직원들 사기가 떨어져 있고 조직도 전반적으로 느슨해져 있어 해결 안 된 현안이 많다. 조직을 정상적으로 복원시켜서 생동감 있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빨리 변화시켜야 한다.
오자마자 직원들에게 조직 진단을 해보자고 얘기했다. 처음 내건 공약대로 하루빨리 조직 진단을 해서 구조조정도 점검하려고 한다. 조직 진단을 전문성 있는 제3자에게 맡겨서 현 상태가 어떤지, 미래는 어떤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밖에서 판단하도록 과정을 밟고 있다. 3~4개월 걸리면 (조직 진단) 보고서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가지 조합 사업 중 가장 중요한 게 공제다. 그동안은 크게 요동치지 않아서 현상 수준을 유지해왔는데 작년과 올해 한진해운 사태 이후 해상보험시장이 굉장히 어려워졌다. 중요하게 챙겨볼 생각이다. 조합의 수입이나 예산 80%가 공제사업에 치우쳐 있다. 공제부분이 흔들리면 조합도 크게 흔들린다. 이 사업을 연구용역을 통해 재점검하고 신상품 개발도 강구할 작정이다.
올해 공제사업 목표는 776억원으로 잡았다. 해운업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고려해 상품별로 57억원 가량 요율을 인하하고 담보범위를 확대해 조합원사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계약분쟁비용(FD&D) 상품도 새로 출시했다.
선거운동 당시 조합원으로부터 조합원을 위한 조합으로 만들어달란 요구를 많이 들었다. 조합은 조합원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지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지 않나? 조합원을 위한 조합으로 다시 한 번 재정립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 내년이면 조합 역사가 70년이 된다. 더욱 발전해 가는 조합의 성장을 계속 지켜봐주기 바란다.
Q. 연안해운업계에서 가장 큰 현안은 뭐라고 보나?
운항관리 비용이라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여객선사 자체적으로 안전관리 인력을 두고 있지만 정부에서도 운항관리를 따로 하고 해사안전감독관도 두고 있다. 세 가지가 겹쳐서 규제가 심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운항관리 비용을 여객선사 자체적으로 내고 (3.2%를 선박안전기술공단에 내는) 이중 부담도 있다. 부담을 경감해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많이 하더라. (운항관리비 경감을 위해선) 해운법 개정을 해야 한다.
화물선에선 면세유 지급을 들 수 있다. 어선과 외항선 여객선은 면세유나 영세유를 (지원) 받고 있는데 화물선은 그런 세제 혜택이 없다. 경유세 (인상분의 100%에 해당하는) 유류보조금을 받고 있지만 그거 갖고는 안 된다. 운항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유류비가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바꿔줬으면 한다.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라 쉽지는 않지만 제 임기 내에 기반이라도 마련해볼까 생각한다. 선거 때 약속을 한 건데 중점을 두고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유조선은 운임 현실화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한다. 운임은 제자리인데 임금 인상이나 경비는 늘어난다. (선사가) 을의 위치에서 운임 때문에 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를 많이 하더라. 유조선사와 4개 주요 정유사가 참석하는 상생협의회 같은 정례모임을 만들어서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려고 한다.
이 밖에 물동량이 줄어들고 조선 경기가 죽고 해서 부선 등도 아우성이다. (지난) 16일 P&I(선주배상책임공제) 갱신할 때도 그 부분을 많이 걱정했다. 어떻게 조합원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하고 있다. 어깨가 무겁다.
Q. 말씀하신 사업들을 진행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운항관리 비용이나 면세유, 연륙연도교 건설에 따른 손실 보상 문제는 해운법이나 조특법 개정을 해야 해결 가능하다. 그에 따르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국회에서 33년간 있었으니 법안이 국회에 들어가면 남들보다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정부와 기조가 안 맞을 경우, 대표적인 게 면세유인데 상당한 진통을 겪을 거다. 개인적으로 행정부에 고시 동기가 있고 그동안 33년 국회에 있으면서 전 행정부를 총괄 담당하면서 쌓아온 네트워크도 있어서 합리성이나 정당성을 확보하는 법 개정안은 성안(成案)을 해서 통과시키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보다는 그런 쪽에 강점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Q. 해운조합법 개정 이후 경영본부장과 사업본부장까지 투표로 선출하면서 이사장 권한이 강화되기보다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말씀하신 본부장 문제는 선거운동 기간에 여러 대의원들이 말씀한 내용이다. (제가) 자문을 구하는 사람도 해운조합법이 이상하게 돼 있다고 하시더라. 기본적으로 법이 잘못됐거나 미비한 측면이 있다. 이사장이 오른팔 왼팔로 써야할 사람을 선거로 뽑는다 건 과도기적인 체제일지 모르겠지만 연속적인 조직으로선 고려해야할 게 많이 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앞으로 해운조합법을 개정해서 조직 명칭 변경 등을 포함해 불합리한 부분을 손을 대보려고 한다. 이때 이(본부장 선출) 부분도 정상적으로 환원하고자 생각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양 본부장을 이사장과 관계없이 대의원이 투표해서 뽑는 공공기관은 대한민국에 없을 거다. 기형적인 형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임기) 초반이라 양 본부장과 의견 충돌은 전혀 없다.
제가 보기에 해운조합은 이사장이나 본부장이 충돌하면서 일을 할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안도 없다. 현재 시스템대로 운영을 해도 큰 문제는 없는데 이론적으로 어색한 게 있지. 바로잡아야할 과제 중 하나란 생각이 든다.
Q. <세월>호 사고 이후 가라앉은 조직과 직원의 사기를 진작해야 하지 않나?
아직까지 해운조합 하면 <세월>호와 등호(=)로 생각한다. 조합원과 직원들도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고 해서 해운조합법 개정을 하면서 조합 이름도 바꾸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참신하고 우리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는 방향을 (설정) 해보자고 해서 조직 진단할 때 그 부분도 고민할 거다.
Q. 조합 이름 변경은 법인 성격까지 바꾸는 걸 포함하나?
현재 조합이 공제나 연안여객터미널과 같이 사업범위가 법에 명시돼 있어서 한정적이지 않나? 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건 변함이 없을 거다. 사업 범위를 손을 대서 확대하고 조합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적당한 이름이 없나 고민할 거다. 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조직을 엉뚱한 이름을 갖다 붙일 수도 없지. 성격에 맞으면서 참신한 이름을 고민하겠다.
Q. 남북 평화무드에 맞춰 해운조합도 해운 교류의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할 거 같다.
대화가 단절된 지 오래 되지 않았나? 아직까지 (북측에서) 구체적으로 접촉하거나 연락이 오거나 한 건 없다. 활성화될 때에 대비해서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단계다. 2004년 남북해운합의서 체결(편집자 주 : 남북간 해상운송의 성격을 내항운송으로 규정하고 인천 부산 포항 군산 여수 울산 속초(남) 남포 원산 청진 해주 고성 흥남 나진(북) 등 남북 7개항 상호개방함) 이후 2005년 10월 남북해상수송지원센터가 구성이 되면서 남북 물자교류도 꽤 많이 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중단됐다. (지원센터) 사무실도 있지만 운영을 안 하고 있다. 최근 남북 해빙무드가 되면서 해수부와 조합, 관계기관들이 모여서 대책회의를 가졌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서 2005년에 운영했던 것 이상으로 하려고 구상하고 있다. 당시엔 화물 위주였지만 제 생각은 선원 같은 경우 북한의 전문선원으로 대체하면 업계 애로사항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안해운) 선원은 수급이 어려워서 나이 많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평균연령이 60(살)을 넘었다. 남북해상수송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남북 해운교류를 풀어 나가겠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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