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6 15:16

“표준운임 도입으로 한중카페리시장 안정화 시급”

인터뷰/ 일조국제훼리 정규하 사장
하역효율성 등 선사의견 반영한 평택신국제여객부두 건설 바람직


취임 5개월을 맞은 일조국제훼리 정규하 사장은 컨테이너선처럼 카페리선 시장에도 공표된 운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선사 간 과당경쟁으로 적정운임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협회 차원에서 표준운임을 정하고 준수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 평택항에 들어설 신국제여객터미널은 이용자인 카페리선사의 의견을 반영해 하역 효율성을 높이고 선박 입출항이 쉽게 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아울러 앞으로 카페리선의 가장 큰 특징인 안전과 정시운항에 주안점을 두고 회사 경영을 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Q. 취임하신 지 4개월 정도가 지났다. 소감은?

우선 우리나라 해운항만물류 부문에서 가장 유서 깊고 영향력이 있는 코리아쉬핑가제트를 다시 만나 뵙게 돼 정말 반갑다는 말씀 드린다. 30년 전 신입사원 때 동방 기획실에 입사해서 첫 번째로 한 일이 업계 동향 파악을 위해 신문이나 잡지 기사를 스크랩해서 윗분들에게 보고하는 거였다. 해운물류 쪽의 정보를 잘 파악할 수 있는 게 쉬핑가제트라, 관련된 기사를 스크랩해서 많이 봤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일조국제훼리 사장이란 중임을 맡게 됐다. 와서 보니 카페리 특성이 그 동안 경험했던 거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이 자리가 저한테 주어진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회사 발전과 평택항 발전, 한중간의 무역교류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큰 틀에선 물류라고 하지만 카페리라는 게 사람과 화물을 동시에 수송하는 특성이 있지 않나?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게 필요하다. 승객의 안전도 중요하고 페리화물 특성상 일반 컨테이너보다 정시성과 신속성이 중요하다. 안전과 정시성이 굉장히 중요한 게 곧 카페리다.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경영을 해야 할 거 같다.

화물은 나름대로 긴급한 것들이다. 큰 업체들은 요즘은 재고도 안 가져간다. 저스트 인 타임(적기납입) 방식으로 소량의 재고로 움직이다 보니 카페리를 이용한다. 거기에 맞춰주기 위해선 화주들과 약속한 시간대를 지켜내야 한다. 하지만 바다란 게 맘대로 안 될 때가 많다. 정시성 준수와 안전이 늘 긴장되는 부분이다.

Q. 평택-르자오항로는 지난해 여객에선 소폭 감소했지만 화물 부문에선 성장세를 띤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한 해를 평가한다면?

2017년은 중국발 사드사태의 영향으로 한중카페리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우리도 어려운 여건은 똑같았다. 큰 화주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의 중국 공장들이 사드 갈등 때문에 가동률이 현격히 떨어지고 수출물량이 많이 줄었다. 대신 수입 화물 유치에 신경을 많이 썼다.

수출도 대형화주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의 경우 중국 내수보다 중국 내 철도와 연계해 동남아나 중앙아시아 유럽으로 가는 화물을 개발하면서 물량 감소분을 보전했다. 궁극적으로 화물은 큰 폭의 실적 증가를 가져왔다.

여객은 감소한 게 사실이다. 단체여행객이 불허되다보니 ‘다이궁’(代工)이라고 하는 소상공인 위주로 태울 수밖에 없었다. 여객숫자는 작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운임은 제값을 못받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져서 전체적으로 어려운 한 해였다. 사드사태가 없었다면 한중 카페리업계가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텐데 많이 아쉽다. 저희는 그나마 선방한 선사 중 하나다.

Q. 한중 정상회담 이후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저희도 한중 정상회담을 하니까 앞으로 많이 좋아질 거란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다. 다만 한중 정상에서 형식적인 부분을 풀어놨으니 설 이후엔 조금씩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희망, 기대를 가지고 있다.

중국 파트너와 얘기해보면 설 이후엔 점진적으로 나아질 거란 생각들을 하더라. 한국여행 제재를 풀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단체여행객이 탑승한 케이스는 없다. 겉으로는 풀었다고 하는데 중국 내에서 눈치를 보는 지 실질적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서면으로 (제제 해제를) 약속한 것도 아니고 중국 측에선 처음부터 제재가 없었다고까지 하지 않나. 현재로선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

Q. 운임 수준 개선은 한중카페리항로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운임의 경우 적정 요금을 못 받고 있다. 선사 간 과당경쟁이 있다. 카페리뿐 아니라 컨테이너선사까지 경쟁을 하다보니 요금을 깎아주는 덤핑 영업이 심하다. 또 대형화주가 많아서 끌려가는 형국이다. 어쨌든 요금은 정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회 차원에서 표준운임을 정하고 준수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해야 장기적으로 항만물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지금처럼 덤핑요금들이 횡행하면 선사는 물론 항만물류분야가 어려워 질 거다. 한중카페리협회 내에서도 컨테이너선처럼 표준운임제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향후 이런 논의가 활발해지는 쪽으로 갈 거 같다.

Q. 선박 안전은 카페리선사들의 최대과제가 되고 있다. 3년째 운항 중인 < 르자오오리엔트 >호의 안전 정책이 궁금하다.

모두에서 말씀 드렸듯이 카페리의 특성이 많은 화물과 여객을 싣고 비교적 장거리를 운항하는 거다 보니 안전은 최우선으로 다뤄져야 하는 현안이다.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5년에 당시 7살의 < 르자오오리엔트 >호를 교체 투입했다. 매년 독(dock)에 들어가서 정기검사 할 때 선박검사도 철저히 하고 수리도 열심히 하고 있다. 또 안전점검 매뉴얼이 있다. 매뉴얼에 따라 늘상 점검하고 승무원 (안전) 교육도 주기적으로 한다.

선박 출항 땐 선장의 재량권을 최우선으로 부여하고 있다. 기상 악화 시 무리한 운항이 안 되도록 선장이 판단해서 운항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2회 해양수산부 점검이나 VTS(해상교통관제센터) 합동훈련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안전 문제는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하고 감독기관의 검사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 < 르자오오리엔트 >호가 평택항에 들어오고 있다.



Q. 평택해수청에서 2022년 목표로 국제여객선부두 건설에 착수했다. 기대가 클 것 같다.

현재의 국제여객터미널이 시설 면에서 고객들에게 많은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가 많은 돈을 들여서 새로 부두와 터미널을 건설하려고 한다. 시설이 완공되면 대고객 서비스나 하역 효율성이 향상되고 터미널 종사자들의 근무환경도 지금보다 크게 개선될 걸로 기대한다.

한 가지 당부 드리자면 터미널을 이용하는 선사 입장을 많이 반영해서 터미널을 건설해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구조 부분에서 하역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두배치나 하역시설을 잘 갖춰서 선박 입출항이 용이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또 출입국절차도 한 선사 한 선사씩 진행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최소한 2개 선사가 동시에 수속을 밟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인천국제공항은 (여러 항공기가) 동시에 수속이 이뤄지지 않나. 여긴 (오전) 10시에 배가 와도 승객들은 배에서 내리지 못하고 계속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소상공인 위주로 승객이 움직이다 보니 이 문제가 묻혀 있다.

일반승객들이라면 배가 들어왔는데도 하선을 못하면 불만을 크게 가질 것이다. 하선을 못해서 여행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면 되겠나? 지금처럼 소상공인 위주로 그림을 그려선 안 된다. 새 터미널은 출입국절차 부분까지 고려해서 지어져야 한다.

Q. 선박 도입 등 중단기 사업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지금 당장 신조 계획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평택-르자오항로에 최적인 배가 필요하다. 지금은 용선이라 최적화된 배는 아니다. 또 물량 증가추이를 봐가면서 주6항차 운항이나 르자오에서 인천 가는 카페리항로, 르자오에서 평택이나 인천으로 가는 컨테이너항로 개설도 중국과 협의하고 있다.

한중해운회담의 기류를 보면 컨테이너선은 조만간 개방될 수밖에 없고, 컨테이너선이 개방된 뒤 카페리도 개방 수순을 밟을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다 개방된다고 보면 이런 계획들도 준비돼 있어야 할 거 같다. 개방이나 항로 증설은 업계 내 뜨거운 감자다. 군산-스다오항로 주6항차 운항이 풀리지 않았나? 앞으로 물량이 많은 노선은 (주6항차 운항을) 따라가려고 할 거고 그렇게 되면 과당경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거다.

Q. 관계당국이나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평택항 발전을 위해서 늘 애쓰시는 항만 관계자 여러분께 우선 감사 말씀 드린다. 또 해상기후 악화 등으로 운항스케줄에 차질이 많이 생기는 데 그럴 때마다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와 주시는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종사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린다.

일조국제훼리는 앞으로도 안전하고 정확한 운항스케줄과 중국 내에서 다양한 운송수단들, 예를 들어 철송이나 트럭 해상 연안수송 등과 연계해서 동남아나 유럽으로 수출되는 화물을 적극 유치할 예정이다. 또 승객들도 적극 유치해서 평택항 발전과 한중 교류에 기여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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