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테랑 보셨어요? 화물기사가 화물을 운송하고도 운송료를 수금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비용 수금은커녕 폭행까지 당하죠. 영화 베테랑으로 물류시장의 화물운송료 지급 구조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상황이 너무 열악했습니다. 을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영화 베테랑은 정당한 일의 대가에도 대형 화주의 횡포로 피해를 겪는 을의 눈물을 극적으로 연출했다. 물류 전용 결제 카드를 개발한 DK로지스페이의 김진성 대표이사는 영화 베테랑을 보고 중소 국제물류주선(포워딩)업계의 어려움을 떠올렸다고 카드를 만들게 된 배경을 소개했다.
DK로지스페이는 화주-포워더-선사가 주요 사용자다. 실화주와 포워더 간 거래의 경우 결제자인 화주가 물류전용 카드를 발급하고, 수금자인 포워더는 지불결제사업자(PG·Payment Gateway) 가맹점을 등록해야 한다. 이후 포워더가 결제 전용프로그램을 설치해 물류비 청구내역을 등록하면 화주는 인터넷에서 해당 청구내역에 카드정보를 입력하고 결제하면 된다.
포워더와 선사 사이에선 결제자인 포워더가 물류전용 카드를 발급받고 수금자인 선사는 PG 가맹점을 등록해야 한다. 화주-포워더 결제모델처럼 포워더는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물류비 지급내역을 등록하고 카드정보를 입력해 결제하면 된다. 선사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사업자번호와 은행계좌만 인터넷에 등록하면 된다.
믿을 수 있는 결제시스템도 한 몫 한다. DK로지스페이는 우리카드와 제휴해 물류비 전용 결제카드를 발급해주고 있다. 법인 매출 규모와 신용도에 따라 최대 5억원까지 SGI서울보증보험(SGI)에서 보증해준다. SGI가 보증을 거부하면, 우리카드에서 법인매출과 신용도를 심사해 결제한도를 부여하거나 체크카드로 대체 발행할 수 있어 모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결제일 45일 연장 재정부담 ‘↓’
김 대표가 몸담고 있는 DK해운은 프로젝트화물, 해외 특수장비운송, 자동차부품 등을 주력으로 수송하는 포워딩업체다. 여느 포워딩업체나 다름없는 DK해운이 왜 물류전용카드에 눈뜨게 됐을까.
“30여년간 물류업계에 몸담으면서 물류비 결제는 왜 카드로 안 될까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또 물류의 중요성을 망각한 일부 실화주들이 지불 우선순위에서 물류비용을 가장 늦게 처리할 때가 많습니다. 물류비를 선납해야 하는 포워더로선 수금이 늦어지면 재정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물류전용카드를 개발한다면 포워딩업계의 숨통을 트여줄 거란 확신이 섰습니다.”
김 대표는 DK로지스페이를 개발하면서 물류시장의 결제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실화주의 입장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많은 실화주들이 화물을 선적할 때 운송비용을 선급하는 걸 이해하지 못합니다. 화물이 목적지에 운송되지도 않았는데 선적하려면 돈부터 내라고 하니까요. 또 화주들이 물건 단가에 집중하다보니 급작스런 운송료 인상은 재무적으로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DK로지스페이는 실화주의 특성을 간파해 플랫폼 구성에 적극 반영했습니다.”
김 대표는 DK로지스페이가 리스크 헤지와 캐시백 등 순기능을 가지고 있어 중소·중견포워딩업체와 선사, 실화주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포워딩업계는 이 카드를 이용해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실화주는 납품대금일자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또 카드 장기 이용 고객은 우리은행의 신용대출을 유리하게 적용받을 수 있다.
실화주들은 카드 출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운송료 결제일이 카드 덕분에 최저 30일, 최장 45일까지 연장된 점을 높게 사고 있다. 캐시백도 덤이다. DK로지스페이는 실화주에게 결제액의 0.2~1.2%까지 비용을 환급해줘 이를 마일리지처럼 활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대부분 포워딩업체가 영세하다보니, 선사에겐 운송료를 선급하고, 화주에겐 비용을 늦게 청구받아 재정적 어려움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며 “DK로지스페이로 결제를 대체하게 되면 영세 포워더는 자금압박에서 숨통을 틀 수 있다”고 말했다.
▲DK로지스페이 김진성 대표는 포워딩업계가 물류전용카드를 활용하면 재무건전성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
“카드, 물류결제시장의 대세로 자리할 것”
DK로지스페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결제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사용자층의 수수료를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카드결제 시 지불해야 하는 PG 가맹점 수수료는 3%대에서 2%로 줄였다. 수수료가 3%라 부담스러운 사용자를 위해 2%로 부담을 덜었다는 설명이다.
물류비가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되는 관행은 해결과제다. 현물교환이 익숙한 물류업계에 카드결제는 생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금 대신 카드, 카드 대신 스마트폰 결제에 익숙한 점을 지적하며 카드결제가 전혀 새로운 게 아닌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물류비 대부분이 현금으로 결제되고 있죠. 카드로 바꾸는 게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카드결제가 보편화된 시대입니다. 정부에서도 전용카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 하고요. 시간이 흐르면 화주 포워더 선사 모두가 카드결제를 선호할 거라 믿습니다.”
김 대표는 사업의 성패가 향후 6개월에 달려있다며, 해운물류업계의 인지도 제고를 위해 본격적인 플랫폼 홍보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DK로지스페이는 다음달 20일 국제물류협회와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이 플랫폼의 설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또 DK로지스페이의 활성화를 위해 향후 정부 국세청 국토교통부와 물류전용카드 활성화를 논의할 계획이다.
“물류시장은 연간 10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해외와 국내 매출을 투명하게 보려면 카드만한 게 없죠. 일부 영세업체는 현찰이 편하겠지만 투명한 결제를 바란다면 카드결제에 눈을 떠야 합니다. DK로지스페이가 포워더·선사·실화주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겠습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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