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헌법 개정에 해양수산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있는가. 이제 30년 된 낡은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됐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이뤄지는 개헌에 발맞춰 해양수산인들이 해양강국 실현을 위해 밝힌 힘찬 각오다.
해양수산업계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양수산 분야 헌법 개정 토론회’에서 헌법 개정안에 ‘해양’이라는 단어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급변하고 있는 해양수산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해양수산의 가치를 충분히 담아내 해양강국을 실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헌법 제3조 영토 조항에 ‘영해’라는 명문상 표현을 추가하자는 제안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숭실대학교 고문현 교수는 헌법 제3조를 “대한민국의 영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하는 영토, 영해, 그리고 그 상공인 영공으로 한다”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은 영토와 영해, 영공으로 구성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현행 헌법 규정은 육상 영토만으로 한정짓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해를 포함시켜 독도, 이어도 등의 주권 수호는 물론, 드론과 미사일 등 미래 과학기술 발전에 발맞춰 개정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이어 국제법 규정이 충분히 반영된 법항 신설도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헌법 제6조 ‘대한민국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대륙붕과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주권적 관리와 관할권을 가진다’라는 3항의 신설을 제안했다.
1987년 헌법은 UN 해양법 발효 이후 국제법 규범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법상 주권국가가 해양에서 행사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국내외적으로 확고히 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는 게 고 교수의 의견이다.
아울러 고 교수는 제35조에 해양환경·생태계의 건강성이 유지되도록 ‘국가는 해양환경의 건강성이 유지되도록 필요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라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 환경변화 고려한 개정안 마련돼야”
현행 1987년 헌법에서 해양수산 관련 조항은 어업권, 어업육성, 농어촌 개발 및 어민보호 등 단편적인 규정에 불과하다. 역대 헌법에서도 해양을 언급한 직접적인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토론자로 나선 신연철 한국해양재단 사무총장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서 해양수산 분야 일반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9장(경제)에 어업, 농어촌 개발 ‘수산’에 관한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지만 해양수산 환경변화를 반영한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제120조 및 제122조에서 ‘수산자원’의 용어를 ‘해양수산자원’으로 개정해 다양한 해양수산 자원의 이용·개발 행위를 지속 가능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파산 등 수출입 물류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 이후 원활한 대외무역을 위한 개정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신 사무총장은 제125조에 효율적인 국제물류 체계를 갖추기 위한 국가의 의무에 관련된 개정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해운업 매출액이 25% 감소하는 등 국제물류산업에 매우 큰 악영향이 발생했다”며 “국가 정책적 계획과 지원을 통해 해운산업의 재건과 더불어 물류강국의 위상 강화를 위해 개정안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분야에서의 국민 인식도 제고를 위한 작업도 병행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덕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연구위원은 이미 100여국이 훨씬 넘는 국가에서 헌법적 가치를 인정해 주요 키워드로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OECD 35개국 중 21개국이 헌법에 해양수산 관련 조항을 담고 있다. 영국이 13개 항목으로 가장 많았으며, 뉴질랜드(10개) 멕시코(9개) 호주(6개) 캐나다(6개) 독일(6개) 순으로 분석됐다.
헌법에 직접적으로 해양규정을 두고 있는 국가는 독일 미국 러시아 호주 스위스 캐나다 중국 아르헨티나 필리핀 아일랜드 등이다. 각국 헌법에 해양수산부문의 중요성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이번 헌법 개정 시 글로벌 해양강국 실현을 위해 국가적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게 김 위원의 설명이다.
임정수 한국수산경영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수산업의 공익적 기능과 국가의 지원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수산업 관련 조항이 독립적으로 신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헌법에 명시돼 있는 제123조에 수산업·어촌 관련 조항을 대폭 강화해 정부·어업인·국민간의 상호 준수의무를 명확히 하게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2018년 6월 국민투표로 개정될 새로운 헌법이 ‘해양헌법’이 됐으면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해양강국으로서의 국가 위상을 제고하고 해양국가성장의 목표를 재확인할 수 있도록 우리 헌법에도 ‘해양’을 명문으로 담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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