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9 17:15

인공지능(AI)발 물류혁명 '현재진행형'

AI 도입, 전담 조직 꾸려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다시 뜨거운 화두다. AI가 처음으로 등장한 1956년 이후 몇 차례 ‘AI’ 열풍이 일었으나, 대부분 얼마 못가 거품 꺼지듯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데이터에서 중요한 정보를 찾아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 신경망인 ‘딥러닝(Deep Learning)’의 등장과 함께 인공지능의 수준은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2010년 전후로 글로벌 IT기업들은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며, 딥러닝 전문가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IBM이 개발한 AI ‘왓슨’은 인간과 퀴즈쇼를 벌여 승리한다. 구글은 2013년부터 2014년에 걸쳐 다수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단기간에 AI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구글의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의 바둑기사를 모두 무찌르며 인류에 충격을 안겼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IT 기업들도 AI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삼성SDS는 지난 6월 AI 기반 분석플랫폼 브라이틱스(Brightcis)를 선보인데 이어, 지난달 대화형 AI 플랫폼 ‘브리티(Brity TM)’를 공개했다. SK(주)C&C도 지난달 IBM의 왓슨 한국어 API 8종을 출시했고, LG CNS는 지난 8월 말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 DAP(Date Analytics&Platform)를 선보였다.

기업용 AI 관건은 ‘데이터’ 활용

삼성SDS가 선보인 ‘브라이틱스’와 ‘브리티’는 B2B(기업간거래) 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에서 향후 물류산업과 연동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회사 관계자는 삼성SDS가 참여하고 있는 해운물류 블록체인과 자사 AI가 연동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에는 해양수산부, 관세청,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부산항만공사, 현대상선, 남성해운, 삼성SDS 등 약 29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상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의 신뢰를 통해 거래를 검증하고 암호화해 분산된 원장에 보관하는 기술로 서류화된 문서 없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기술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블록체인에서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될 경우, 누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 최적의 운송경로를 산출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기술은 이미 AI와 연동돼 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AI와 자사의 물류 플랫폼 ‘첼로(Cello)’를 연동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블록체인을 통해 확보된 방대한 정보는 AI 기반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해 이를 고객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얼마 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어마’로 인해 포트가 클로우즈 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블록체인 참여기업들 간에 원활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면, AI를 이용해 항구에 입항하기 전 새로운 대안으로 최적 운송경로를 찾을 수 있고, 내륙운송을 연계할 수 있다”며 “앞으로 블록체인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AI 접목 분야 ‘광범위’

IBM의 AI ‘왓슨’ 역시 B2B 시장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물류산업에 접목될 가능성도 당연히 높다. 중요한건 AI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IBM 관계자는 AI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AI 전담조직이 꾸려져야 ‘내재화’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초기에 작은 범위에서 AI의 효과를 확인한 뒤, 차츰차츰 적용범위를 확대하며, 풍부한 정형·비정형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IBM 측은 일찍이 해외기업이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실패와 성공사례를 봐왔기 때문에, 국내기업들이 단계적으로 AI를 도입할 것을 권했다. IBM 관계자는 “(AI를 도입하려면) 자사 업무의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AI가 어느 영역에서 어떤 단계로 적용되면 좋을지, 이를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시각에서 생각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IBM에 따르면 물류산업에 왓슨이 접목될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지금까지 인력에 의존하던 물류센터 내 검품업무를 AI에 맡기는 것. 왓슨은 인간보다 학습효과가 뛰어난 강점이 있으며, ‘비쥬얼 레코그니션(이미지 인식)’기능도 갖추고 있다. 가령 물류센터로 입고되는 상품의 고유한 특성과 그에 대한 정보를 AI에 입력하면, 사람을 대신해 검품을 진행하는 식이다.


두 번째는 비정형데이터의 정형화다. 예를 들어 입찰 과정에서 개개인이 축적한 지식을 공유하는 게 어렵고, 입찰서나 계약방식을 직원들과 효율적으로 공유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AI가 이러한 비정형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이를 정형화된 데이터로 자산화 할 수 있다. 당연히 영업팀은 제안서를 작성하거나 수주에 참여할 때, 굉장히 큰 경쟁력을 갖게 된다는 게 IBM 측 설명이다.

마지막은 택배기사의 비서역할이다. 택배기사에게 최적의 배송경로를 안내하고, 단순 서류나 고객응대 전화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것. 양손이 바쁜 택배기사를 대신해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고, 배송완료 시간을 예측할 수 있으며, 당일배송 가능 여부 및 주요 이슈에 대해 브리핑도 가능하다. 만약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면, 택배기사의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AI가 접목될 수 있는 물류분야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AI 전문가는 물류를 모르고, 물류 전문가는 AI를 모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IBM 관계자는 AI를 도입하기 전, 로드맵을 그리고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POC)을 통해서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작은 부분에서 차근차근 단계별로 AI를 도입해 나가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 반드시 AI 전담조직을 꾸려야 도입에 따른 성공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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