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9 17:33

파나마운하 확장 1년, 호실적에도 마음 놓지 못한다

자동차 판매량 부진·트럼프 리스크에 불안감 여전

파나마운하가 확장개통한 지 1년이 지났다. 파나마운하는 부산에서 미국 동안으로 넘어가는 바닷길의 핵심 기항지로 꼽힌다. 파나마운하가 지난해 6월 확장개통하면서 극동아시아의 마지막 기항지로 꼽히는 부산항도 큰 수혜를 입었다. 국내 해운물류업계 관계자들도 파나마운하 확장 이후 미국 동안행 선사 서비스와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파나마운하 확장개통에 대비해 1년간 선제적 대응을 벌인 결과 부산항을 기항하는 선사 서비스와 물동량이 동반성장했다. 부산을 거쳐 미국 동안으로 가는 서비스는 전년대비 13개 증가한 42개로 늘어났다.

가장 서비스를 많이 늘린 선사는 에버그린이다. 미국 동안행 노선에 부산항을 기항하지 않았던 에버그린은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 이후 5개 서비스에 부산을 추가했다. 이어서 함부르크수드와 MSC가 각각 3개 서비스를 개설했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미주지역에 선박을 대거 투입했던 머스크라인도 2개 노선에서 부산을 추가했다.

컨테이너 물동량도 상당한 성장세를 맛봤다. 파나마운하가 확장 개통되기 전(2015년 6월~2016년 5월)의 물동량과 확장 개통 이후(2016년 6월~2017년 5월)의 연간 물동량을 비교하면 확장개통 이후 아시아발 미국 동안 주요 항만의 물동량은 7.6% 증가했다.

수출입물동량은 2015~2016년 대비 3.5% 증가한 43만TEU를 기록했고 환적물동량은 같은 기간 대비 11.1% 늘어난 46만8000TEU를 거뒀다. 주요 항만별로는 노퍽 휴스턴 마이애미가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거뒀다.
 

미국 동안을 기항하는 선박의 크기도 대형화됐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운하가 확장되기 전엔 대부분의 선대가 4500~5000TEU급이었지만 요즘은 최대 1만3926TEU급의 대형 선박도 배선되고 있다. 평균적으론 8000~9000TEU급 선박이 파나마운하의 주력 선종이 됐다. 선사들은 도착지 항만의 하역시설 부족으로 작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하자 한계 선형의 운항 빈도를 급하게 늘리지는 않고 있다.

파나마운하 확장은 선사들의 서비스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부산에서 미국 동안으로 가는 화물이 대부분 자동차부품(CKD)이다 보니 납기일과 해상운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통상 부산에서 미국 동안을 기항하는 방법으로는 한 번에 파나마운하를 거쳐 동안 항만에 도착하는 올워터서비스, 서안항만에 하역한 뒤 기차로 동안까지 수송하는 IPI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수에즈운하는 동남아시아나 남중국지역에서 미국 동안을 기항할 때 드물게 이용된다.

파나마운하가 확장되기 전엔 IPI서비스가 대세였다. 운임이 40피트 컨테이너(FEU)당 700~800달러 많게는 1000달러까지 차이가 나지만 철도를 이용하는 IPI서비스가 시간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짐라인과 CMA CGM을 시작으로 2M과 오션얼라이언스도 휴스턴과 모빌행 올워터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파나마운하를 이용하는 코스는 미국 동안행 수출길의 대세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현대차 공장에 납품하는 CKD 물량이 늘어나면서 서배너와 모빌행 서비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하역에서부터 육상운송까지 3일이면 공장에 도착해 부산발 기준으로 문전(도어)까지 28일이면 수송이 가능하다.

미국 동안지역을 주력으로 하는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동안까지 한 번에 가는 올워터노선이 IPI보다 운임경쟁력이 있다 보니 시장 점유율이 약 90%까지 늘어났다”며 “납기일이 크게 나지 않을 경우 물류비 절감을 선호하는 화주 입장에선 올워터로 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美 통상압박에 미동안 물동량 급감우려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선사 서비스가 늘어나고 수출물량도 꽤 늘어났지만 해운물류업계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판매량 부진과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흘러가는 대미 통상환경 때문이다.

특히 미국 동안행 화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CKD 물량은 현지 완성차 판매량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부상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중상위층 소비자를 주로 공략하던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일반 서민층을 대상으로 신차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반덤핑 품목으로 지목한 철강과 세탁기 수출물량도 앞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유정용 강관을 생산하는 넥스틸에 지난 4월 24.92%, 현대제철에 13.84%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세탁기도 관세가 적용되기 전인 올해 밀어내기에 나선다. 세탁기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용 물량으로 대거 수출될 예정이지만 혹시 모를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함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미국 세탁기업체인 월풀이 지난 5월 미국 상무부에 국내 주요 세탁기업체를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사를 신청해 관세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6월5일 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 조사에 나섰고 오는 9월과 10월 세이프가드 조사에 대한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 국내 한 대형가전업체는 추후 상당량의 세탁기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미주항로가 11월부터 비수기에 접어드는데다 통상환경도 악화되면서 수출물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교역량 부진으로 미국 동안행 해운시장도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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