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3 10:07

전략적 거점항만, 알헤시라스항

<세계항만순례>
지정학적 요충지, 벙커링·페리산업 특화

세계적인 건축거장 안토니오 가우디의 나라, 스페인은 지역마다 건축양식이 다르다. 특히 남부지방은 이슬람문양의 건축물로 가득해 스페인 여행의 묘미로 꼽힌다. 스페인이 한때 이슬람 세력인 무어인(모로코 알제리계)의 지배를 받은 영향이다. 무어인은 왜 남부지역에 터전을 잡았을까. 그 배경에는 지브롤터 해협과 알헤시라스가 있다.

알헤시라스항은 유럽과 아프리카 사이에 있고, 멀게는 대서양을 건너 중남미지역까지 넘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해상관문이다. 과거 무어인들은 지리적 가치를 높게 여겨 알헤시라스항을 군사적 거점지로 활용하기도 했다. 특이한 건 알헤시라스항이 위치한 지브롤터 해협은 현재 스페인령이 아닌 영국령이란 점이다. 이 해협 일대를 눈여겨 본 국가가 많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중해와 유럽의 주요 환적거점인 알헤시라스항은 현재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초대형선박 입항도 ‘OK’

알헤시라스항은 부지 122만㎡에 안벽길이 2.6km로 세계 컨테이너화물의 거점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심은 17.5~18.5m로 2만TEU급 초대형선박의 입출항도 가능하다. 알헤시라스항이 처리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유럽에서 네 번째로 많은 편으로 지난해에만 5.4% 늘어난 476만TEU를 처리했다. 중량기준으로는 스페인에서 사상 처음으로 1억t을 돌파했다.

컨테이너부두로 지중해지역 첫 반자동터미널을 도입한 토털터미널인터내셔널(TTI)과 머스크라인의 계열사인 APM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다. 이슬라베르데부두 A단계에 위치한 TTI는 총면적 35만7750㎡에 연간 186만TEU의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접안시킬 수 있는 현대식 터미널이다.

안벽은 동측에 650m, 북측에 550m가 구축돼 있으며 수심은 17.5~18.5m에 달한다. 8대의 갠트리크레인(STS), 32대의 레일식 자동화 야드크레인(ASC), 20기의 셔틀캐리어로 화물을 신속하게 하역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파산 전까지 유럽행 핵심부두로 TTI를 한껏 활용했으며 지난 5월 터미널 지분 100%(5000만주)를 1176억원에 인수한 현대상선으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알헤시라스항만청과 현대상선은 2040년 7월까지 임대차계약을 맺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중해와 북유럽 멀게는 아프리카항로까지 내다보고 TTI를 인수했다.

머스크라인 CMA-CGM 코스코 MOL 케이라인과 같은 글로벌 해운사들이 부두 주요 고객이다. 현대상선은 아직 선박을 배선하지 않고 있지만 지중해노선이 개발되면 TTI를 이용할 계획이다. 항만청은 추가 컨테이너터미널 부지인 B단계 개발을 오는 10월 31일 마칠 계획이다.
 

APM터미널은 후안카를로스1세 부두에 67만㎡의 부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수심은 17m에 달한다. 현재 19대의 STS크레인 중 8대는 슈퍼 포스트-파나막스(수에즈막스)급이다. 지난해 알헤시라스를 입출항한 선박은 3만건에 근접했으며 2013년부터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총면적 300만㎡에 달하는 알헤시라스만 물류단지는 아시아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간 화물을 이어주는 핵심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물류단지에는 철도터미널도 구축돼 있어 효율적이고 경쟁력있는 고부가가치 물류망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알헤시라스항은 환적항으로 유명하지만 자국 수출화물 처리실적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액체화물과 벙커링의 최고 요충지

알헤시라스항은 스페인 최대 액체물류 중심 항만으로 연간 2700만t의 액체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스페인 석유기업인 셉사의 지브롤터-산로케 정유소는 정박된 석유탱크선에서 35만t까지 액체화물을 처리할 수 있다. 시간당 하역능력은 1만2000㎥이며 원유 정제능력은 연간 1200만t에 달한다. 정유소는 석유관련 제품의 하역을 위해 7개 선석을 갖추고 있으며 수심은 6~20m로 최대 17만5000t급의 선박까지 정박이 가능하다.

세계적인 오일 메이저 기업인 보팍도 액체화물 부두의 터줏대감이다. 보팍터미널은 알헤시라스항에서 탄화수소와 주요 액체화물의 공급처 역할을 맡고 있다. 보팍터미널의 액체화물은 22개의 액체탱크에 40만㎥까지 저장할 수 있으며 최대 22만5000t급의 선박 정박이 가능하다.

선박 급유(벙커링)도 알헤시라스항이 자랑하는 서비스 중 하나다. 알헤시라스항에는 매년 10만척의 선박이 오가고 있다. 지형적 특성상 1269만㎡ 이상의 부지가 선박 정박지로 활용이 가능해 벙커링에 최적인 항만으로 꼽힌다.

탄화수소 물류업체인 CLH사가 구축한 6만㎡ 부지의 터미널 시설을 활용해 셉사 렙솔 페닌술라페트롤리움 등과 같은 석유업체들이 선박 급유를 맡고 있다. 탱커선으로 액체화물을 하역하고 있으며 처리시설이 확장돼 현재 20만3000㎡의 알헤시라스항 부지를 활용하고 있다. 알헤시라스항의 벙커링은 항만청의 철저한 환경모니터링 및 내부 감사 등으로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알헤시라스만 동쪽에 위치한 캄파멘토항은 최근 신성장동력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모나코 플로팅도크나 아드리아틱 LNG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LNG프로젝트는 세계 최초 해상LNG터미널로 완공되면 알헤시라스항에 상당한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카페리선으로 북아프리카 고고!

알헤시라스항에서 스페인 주요 관광지 및 북아프리카행 해상여행을 즐기는 여객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해상여행을 즐긴 관광객은 2011년 447만명을 기점으로 지난해 562만명까지 치고 올랐다.

인기 관광지는 북아프리카 모로코 탕헤르행 노선이다. 국내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인근 스페인령인 세우타까지 가는 카페리선 여행은 인기만점이다. 5개 카페리선사가 세우타를 기항하고 있으며 하루에만 29항차의 배편이 세우타로 항해하고 있다. 세우타까지는 통상 한 시간이 소요되며 편도운임은 평균 30~40유로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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