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안전기술공단 목익수 이사장은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여객선 안전운항관리업무 인수를 꼽았다.
목 이사장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운항관리업무를 이양 받아 2년간 중대사고 한 건 없이 성공적으로 운영해 온 건 큰 성과라고 자평하고 앞으로 해상교통 종합안전관리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선언했다. 아울러 효율적인 선박운항관리를 위해 정부 예산 지원을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중소 내항선 10만척을 현대화함으로써 붕괴 직전인 해운조선을 살리는 밑거름으로 활용하자는 이른바 ‘십만양선론’을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Q.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2년8개월이 지났다. 대표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취임 당시 <세월>호 여파, 6개월간의 이사장 공백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이었다. 지난 2년8개월 동안 내부 소통을 최우선으로 해 조직 안정을 도모하고 대외에 공단이 처한 입장과 계획 등을 전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또 차질 없이 선박검사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현장 검사 인력을 10% 이상 늘렸다. 지난해 11월엔 전 세계 중소형 선박 안전 기술과 정책 정보를 공유하고자 전 세계 6개국 2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중소선박안전기술포럼을 창립했다.
무엇보다 여객선 안전운항관리업무를 인수 받아 2년간 중대사고 한 건 없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건 큰 성과다. 기존 정원이 260명이었는데 (운항관리인력) 115명을 더 뽑았으니 인사기획에서 조직을 구성하는 데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하다.
Q. 운항관리업무 인수 당시 정부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 현재 여건은 어떤가?
2년 전 운항관리자 106명과 지원인력 9명 등 총 115명으로 운항관리업무를 인수했다. 15억원의 금융부채를 안고 시작했다. 예산은 그 사이 5억원이 늘어 15억원이 됐다. 하지만 인원이 32명이 더 늘었기 때문에 인건비와 일반경비 등을 고려하면 (현재 예산 규모는) 많이 부족하다. 작년에 (운항관리부문에서) 4억원 적자가 났다. 월급을 안 줄 수도, 퇴직충당금을 (적립) 안 할 수도 없지 않나? 여러 가지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작년에 저희가 8천만원을 들여서 울릉도 태하등대에 선박 무선중계기를 설치했다. 그 전까진 울릉도-주문진 해역을 다니는 배가 무선이 안돼서 포항을 거쳐서 통화하는 처지였다. 이젠 여객선이라면 강릉 울진 묵호 할 것 없이 울릉도를 연결하는 노선에선 무선통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예산이 없어도 안전 확보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써야 하니 적자가 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선사에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운임에서 3.2%를 떼 운항관리비를 보전 받고 있는데 정부에서 추가 비용을 대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운임에서 운항관리비 비율을 높이는 것도, (운항관리비를 올리려고) 운임을 인상하는 것도 어렵다. 현재 운임 수준에서 여객이 1700만명은 돼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작년 1530만명일 땐 (운항관리수익) 약 60억원을 거둬들였지만 적자였다. 올해 여객이 10% 늘어도 여전히 적자가 예상된다. 예산이 현재의 2배 수준인 30억원은 돼야 효과적인 운항관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Q. 운항관리자와 해사안전감독관이 운영 중이다. 업무 간 중복은 없나?
업무상 중복 등은 정리가 되고 있다. 해사안전감독관에 새롭게 임명된 분들은 상선을 타거나 국제항해에 종사하던 분들이어서 연안여객선의 경험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알기 위해서 현장을 많이 다니다 보니 의견 조율이 안 돼서 운항관리자가 하는 일도 하게 되고 의욕적으로 하다 보니 강력하게 한 부분도 있었다.
지금은 현장에선 업무도 조정이 되고 있다. 해사안전감독관은 우리 운항관리자를 지도감독하고 정책 등 큰 틀에서 봐주는 역할을 하고 운항관리자는 매 선박입출항 때 안전을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는 식으로 분리돼 있다.
선장이나 선원의 안전 확인, 선사 안전책임자, 운항관리자, 해사안전감독관, 해경 등 사중오중으로 물샐 틈 없이 여러 층으로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현장에선 힘들다는 목소리도 더러 있다.
Q. 운항관리 현장에서 발생하는 민원엔 어떤 것들이 있나?
운항관리업무가 강화된 것을 두고 꼭 필요하냐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예를 들어 승선인원 확인이라든지, 래싱(화물고박), 신분증 확인 등이 강화됐다. 신분증 확인을 지금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엔 안 하지 않았나? 섬 주민들 같은 경우 그동안 신분증 없이 매번 타고 다니다가 (신분증 없다고) 못 타게 하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무인 주민등본 발급기를 설치하는 등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건 찾아가고 있다. 초기엔 이런 민원들이 많았다.
Q. 해수부 담당과장과 공단 직원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는데?
있는 그대로 말씀 드리면 당시 해수부 장관에게 예산과 법규가 뒤따르기 때문에 공단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제약이 있는 4가지 안전관리 현안을 발굴해서 보고했다.
▲20년 넘은 노후 여객선이 2014년 말 42척에서 올해 5월 말 현재 46척으로 증가했다, ▲60대 이상 선원이 41%에 이를 만큼 고령화 돼 있다, ▲여객선사들이 자본금 3억원 이하가 과반수 이상일 만큼 영세하다, ▲여객선 입출항 시설이 열악하다는 내용이었다.
보고를 두고 해수부 과장이 운항관리실장에게 언짢은 마음을 드러냈다. 사전에 해수부와 조율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생각한다. 다만 장관이 ‘3관’(관행 관망 관권)을 버리라고 한 시점에서 일이 커진 것 같다.
Q. 새정부 출범에 맞춰 공단 운영 방향도 새롭게 설정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새정부 출범을 맞아 대책회의를 갖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새정부가 제1국정과제를 일자리 창출로 정하지 않았나? 공단도 현재 약 1.6%밖에 안 되는 소수긴 하지만 퇴직 계약직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어선거래시스템 운용, 선박대기오염물질 통합관리, 항만법 개정에 따른 항만작업선 검사업무 등의 새로운 일자리와 선박검사, 연구개발,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등 기존 일자리를 합쳐 1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새정부 출범에 따라 새로운 정책 도입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새롭게 나라의 기틀이 정비돼 밝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서 선박 온실가스 감축, 해상안전 강화 등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
Q. 최근 십만양선론(十萬養船論)을 주장했다. 어떤 내용인가?
율곡 이이가 왜국과 오랑캐의 침입을 대비해 십만양병설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임진왜란을 겪지 않았나? 오늘날 우리나라의 해운·조선·수산업의 현실을 보면 지난날의 뼈아픈 역사가 주는 시사점이 크다.
세계 7위의 한진해운은 파산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와 채권단에서 7조원을 지원하고 추가로 수조원을 지원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세웠지만 경영난이 계속되고 있다. 고급인력들은 외국으로 직장을 찾아 떠나거나 다른 직종으로 전직을 하거나 아니면 실직으로 나앉는 실정이다.
해운·조선이 무너졌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중소 내항선은 10만여척에 이른다. 12척의 배로 명량해전에 임했던 그 당시와 비교하면 아직도 우린 밑천이 두둑한 셈이다. 하지만 낡고 비경제적이고 안전에 위협적인 노후선이 많다. 20년 이상 된 선박은 내항어선 1만2000여척, 원양어선 300여척, 연안여객선 50여척, 기타 내항 화물선·예부선 수백척 등이다.
십만양선론은 고효율의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차세대 선박을 양성해 해양강국의 명성을 되찾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후선의 10%만 국내 조선소에 발주해도 국내 조선업계는 초호황을 누릴 거다.
한시바삐 과감한 정책자금 지원으로 내수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해운·조선·수산업계 고급인력의 해외유출을 막고 안전하고 풍요로운 바다를 만들어야 한다. 폐선을 어초로 활용해 싼 값으로 수산자원 보호를 할 수 있는 건 덤이다.
다행히 정부에서 여객선현대화 자금지원을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법령을 마련하고 2019년까지 약 1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못해 올해까진 겨우 3척 정도만 국내조선소에 발주가 가능하다고 한다. ‘십만양병’이 ‘십만양선’으로 부활해 무너져가는 우리 조선·해운·수산업을 되살리는 기반이 되길 바란다.
Q.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목표나 계획은?
최근 5년간 해양사고 통계를 보면 정부와 여러 기관·단체에서 수많은 대책을 수립하고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해양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젠 과거 반복돼오던 방법에서 벗어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단은 지난해 8월 해양사고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 ‘해양사고방지대책위원회’(해방위)를 구성했다. 올해 해방위를 중심으로 기관정비업체 인증사업, 1인1선박 케어십(Care Ship) 제도 등 새로운 안전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Q. 재임기간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리더십 타임갭’이라는 말이 있다.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개척을 추진하더라도 그 혜택을 거두기 위해선 2~3년의 시간차(타임갭)를 버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단기간의 욕심에만 치우치면 그 부작용의 대가를 조직원이, 공기업의 경우 국민이 치러야 한다.
저는 단기간의 성과를 내기보다는 임기 중에 선박 안전과 국민 행복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꿈이자 제가 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공단이 여객선 안전운항관리 업무를 맡게 되면서 하드웨어 요소인 선체나 설비 검사뿐 아니라 안전 운항관리와 안전문화 확산 등 선박 안전에 관한 종합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해사안전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여객선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연간 1600만명에 이른다. 국민 모두가 안전한 선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를 만드는 게 제 소망이다. 이건 절대 저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다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Q. 선박안전기술공단을 해상교통공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름이 중요하긴 하다. 그런데 이름 하나 바꾸는 것도 (소속을 정하는 것도) 엄청 어렵더라. 해경도 그렇지 않나? 행안부로 간다, 해수부로 간다. 조선산업은 해수부에서 가져오려고 했지만 산업부에서 반발했다. 기상청을 미국 해양대기청과 같이 해수부에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우리 공단도 그런 점에서 자율적으로 ‘어디로 가고 싶다’ 이런 사항도 아니고 (이름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우리 하는 일이 (해상교통 안전을 관리하는 곳이기에) 육상의 교통안전공단처럼 해상교통안전공단 식이 되는데…. 이름 하나 가지고도 예민하게 반응들을 많이 하니까 제가 얘기하기가 부적절하다.
바람으로 보는 게 현재 시점에선 맞을 거 같다. (해수부 해사안전국장의 의견은 해상교통공단을 지향하는) 그런 쪽으로 해야 해상교통이 종합적으로 관리되고 효과적이라는 걸 원론적으로 얘기한 것 같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