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06 10:07

논단/ 해상보험약관의 해석과 영국법준거약관 및 약관설명의무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대법원 2016. 6. 23. 선고 2015다5194 판결을 중심으로
<6.26자에 이어>
II. 해상보험약관

1. 약관의 내용과 종류

해상보험에 있어서도 보통거래약관, 즉 해상보험약관을 두는 것이 관행이다. 우리 해상보험실무에서는 영국의 협회적하보험약관(The Institute Cargo Clauses; ICC로 약칭되며 ICC(A), ICC(B), ICC(C)의 세가지 약관이 사용됨), 협회기간선박보험약관(The Institute Time Clauses-Hulls; ITCH)과 협회항해선박보험약관(The Institute Voyage Clauses-Hulls; IVCH)이 주로 사용된다.

해상보험약관은 그 준거법을 영국의 법률과 관행을 따르도록 하는(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영국법준거약관을 두는 것이 보통이며, 담보범위, 담보사유(부보위험)를 규정함은 물론 면책사항을 분명히 하기 위해 일정한 사유에 대해는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약정면책사유, 즉 면책약관(exclusion clauses)을 두는 것이 보통이다.

해상보험약관에는 협회담보약관(Institute Warranties)은 물론 예컨대, 일정시기 동안에 일정한 지역을 항해하지 않을 것을 담보한다든가 하는 내용 등의 여러 종류의 담보약관들이 있으며, ITCH, IVCH 등 협회선박보험약관에도 선비(船費)담보(disbursement warranty), 예인(towage)에 관한 담보조항 등이 있다.

2. 약관의 해석 문제

가. 면책약관과 입증책임 문제
해상보험약관은 부보위험과 반대로 일정한 사유에 기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는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면책약관(exclusion clauses)을 두고 있는 바, 이 경우 면책사항의 존재 및 멸실 또는 훼손이 그 면책사항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 관한 입증책임은 보험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나. 면책위험과 비담보위험의 구별 문제
우리나라에서는 담보에 관한 법개념이 따로이 정립돼 있지 아니하며, 따라서 해상보험약관에 일정한 사유에 대해 보험자가 보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면책약관(exclusion clauses)을 두는 경우에도 이를 담보개념으로 파악하지 아니하고 일반적으로 보험사고의 원인이 된 경우에 한해 보험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소위 면책위험과 인과관계의 유무에 관계없이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사고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소위 비담보위험으로 나눠 논의한다. 여기서 사고가 비담보위험에 해당한다는 입증책임은 보험자에게 있으나, 일단 비담보위험에 해당하면 설사 보험사고가 비담보위험에 전혀 관계없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보험자는 책임을 면한다. 즉 비담보위험과 보험사고는 전혀 인과관계가 필요하지 아니하다. 이러한 비담보위험에 대한 논의는 영국법상의 담보에 대한 법해석과 그 해석론이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면책위험과 비담보위험의 구별과 관련해, 우리나라 대법원 1995년 9월29일 선고 93다53078 판결은 어선보통공제약관상의 면책조항인 불감항사유와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요부를 판단하면서 불감항(감항능력의 결여)에 따른 보험자의 면책을 규정한 약관조항을 부보조건(담보)으로 해석해 손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의 유무에 불구하고 면책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약관해석에 있어 면책위험과 비담보위험을 구별해 불감항을 면책위험이 아니라 비담보위험으로 해석한 바 있다. 위 판결은 종래의 자동차보험에서 무면허운전이 면책되는 이유는 무면허운전이라는 중대한 법령위반의 상황을 중시한 것이므로 무면허운전과 사고발생과 사이에는 인과관계를 요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 1991년 12월24일 선고 90다카23899 전원합의체판결과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다. 인과관계의 해석 문제
현재 우리나라의 해상보험계약실무는 그 준거법을 영국의 법률과 관행을 따르도록 하고 있는(subject to English law and practice) 것이 보통이므로 보험증권에서 달리 약정하지 않는 한 해상보험에 있어서의 인과관계도 영국의 근인설에 따라 해석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라. 영국법준거약관과 약관규제법
해상보험약관에서는 특히 영국법준거약관의 효력과 적용범위가 문제되며, 우리나라법의 적용이 가능한 경우 약관규제법과의 관계, 적용여부도 아울러 문제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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