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9 12:37

블록체인과 물류의 만남…판이 바뀐다

물류산업, 블록체인 접목 가능성 매우 높아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물류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이 우선 접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은 거래내역 정보를 ‘중앙 집중형’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공동으로 검증·기록·보관하는 P2P(개인간) ‘분산형’ 거래 시스템이다. 가령 A기업이 물건을 수취하고 전자거래서명을 완료하면, 블록체인에 참여하고 있는 B와 C기업에도 동일한 데이터가 기록된다. 이 데이터는 서로간의 합의가 없으면 삭제할 수 없다. 즉 모든 거래 참여자의 거래내역을 공동으로 관리함으로써 거래를 대조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데이터 위조를 방지하며 보안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를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영국의 스타트업 에버레저(Everledger) 사례를 보면 블록체인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다. 이 회사는 블록체인을 통해 다이아몬드 거래의 투명성을 높였다. 다이아몬드 생산에서부터 인증 및 추적 시스템을 영구적인 원장에 기록하는 것. 에버러저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가공된 다이아몬드를 측정해 디지털 지문을 만든다. 똑같은 다이아몬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정보는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유럽의 거래소들과 공유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A에서 B로, 다시 B에서 C로 소유주가 바뀌면, 전산에 모든 거래 기록이 남는다. 실물은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움직인다. 다이아몬드 거래 내역이 각각의 블록체인에 기록됨에 따라 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됐고, 다이아몬드 SCM(공급사슬관리) 전반이 혁신됐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로 다양한 산업에서 블록체인이 도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를 위해 테슬라나 구글이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물류산업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SCM·ERP, 블록체인 ‘위’에서 운영

화물이 운송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양은 방대하다. 블록체인 전문가들은 물류는 철저하게 데이터에 기반하고, 판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블록체인이 가장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로 물류산업을 꼽는 이유다.

블록체인 전문업체 블로코 김종환 대표는 “앞으로 물류산업에서 SCM(공급사슬관리)과 ERP(전사적자원관리)는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물류산업에서 기존의 시스템으로 작동하지 않는, 혹은 작동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컸다”며 “클라우드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단일 기업이 클라우드 소유하게 되면 확장에 대한 부담도 크고, 종속에 대한 우려 때문에 다른 기업과 연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이러한 관점에서 물류기업들에 쉬운 해답을 준다. 컨소시엄을 비롯해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의 니즈와 부합한다. 지금까지 물류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다뤘는데, 블록체인은 이 부분에서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이 접목된 사례로 ‘와인 SCM’을 들었다. 와인은 대개 소유주가 셀러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보관 및 관리를 맡기는데, 이 과정에서 라벨이 바뀌거나, 온습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IoT 디바이스를 연동해 와인박스에 센서를 부착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블록체인을 통해 모든 참여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했다.

김종환 대표는 “금융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사람’을 인증한다면, 물류에서는 ‘물건’을 인증하는 셈이다. 기존의 물류시스템은 병렬처리가 어려워 모든 물건을 ‘물류’로 취급하기 어려웠다”며 “기존 시스템에서 클라우드 같은 인프라를 통해 확장해야 했는데, 블록체인은 이러한 한계를 쉽게 해결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디지털화는 선택 아닌 필수”

글로벌 1위 선사 머스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와 운송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 가운데 운송분야의 장기적인 밑그림을 보면, 엔드 투 엔드(End-to-End) 전체 물류 과정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해상운송을 통한 수익성은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머스크는 계열사를 인테그레이션(통합)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블록체인은 머스크의 시스템을 디지털화로 전환하는데 중요한 핵심적인 기술로 볼 수 있다.

머스크 관계자는 “(우리가) 디지털화를 하는 배경은 물류의 통폐합이다. 단순히 항만을 연결하는 해상운송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장의 파이를 더 키워 독자적인 길을 걷겠다는 것”이라며 “디지털화는 이런 과정을 더 효율적이고 저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하나의 수단이다”고 설명했다.

머스크가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자사의 공급사슬관리를 혁신적으로 디지털 기반으로 전환하고 그에 따른 앱 스토어 구현을 위한 클라우드 사업파트너로 선정한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머스크의 공급사슬 솔루션 부문인 담코(Damco)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기반의 다양한 디지털 공급사슬 솔루션을 출시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러한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를 통해 공급사슬을 단순화하고 가시성을 개선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협업을 통해 자사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컨테이너 물류를 통합시킴으로써 자원의 활용성을 제고하고, 물류서비스의 신뢰성 및 효율성을 향상 시킨다는 전략이다.


머스크와 IBM이 개발하는 블록체인 솔루션은 화물이 운송되는 전체 과정을 모니터 및 관리할 수 있으며, 관련 데이터를 무역 파트너와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 가령 각종 고객서류, 선화증권 및 관련 정보를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화주나 운송기업, 창고, 세관 등과 함께 공유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거래가 투명화돼 각종 사기 및 오류가 감소하고, 화물 운송의 환적시간을 감축하며, 재고관리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머스크에 따르면 유럽에서 동아프리카로 운송되는 냉장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약 30곳의 기관과 200회 이상 접촉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서류처리 및 행정절차가 실제 운송비용의 5분의1 수준으로 파악되며,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이러한 비효율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통해 서류처리 및 행정업무가 디지털화되면 머스크 글로벌 서비스센터에서 중앙집중화 된 서류업무가 대폭 축소될 수 있다”며 “대부분의 선사에서는 여전히 로컬에서 이러한 서류처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파장이 클 것이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를 통해 간편하게 쇼핑을 하는 것처럼, 복잡한 운송절차 및 서류업무를 단순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복잡한 성격을 띠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화주에 대한 별도의 영업이 필요없는 환경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머스크 관계자는 “해운산업이 굉장히 보수적이고 변화도 느리다. 제가 느끼기에 지난 100여년에 비해 최근 15년 사이 굉장히 많은 변화가 나타났고, 앞으로 3~5년사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가 단기간에 찾아올 수 있다”며 “머스크의 운영비에서 벙커링이 30%를 차지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향후에는 태양열, 수력,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를 통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선박이 운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산업이 변화하고 있는데 해운산업만 이 흐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블록체인, 비즈니스 신뢰성 높여

한편 국내 주요 IT기업들 역시 블록체인이 물류산업에 상당한 파급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주요기업들은 이 기술을 통해 기존 사업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삼성SDS는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물류사업의 디지털화는 물류 프로세스의 복잡성에 따른 위험을 해소하려는 시도라고 언급하며, 블록체인은 이러한 기술혁신의 중심에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블록체인을 통한 상호합의 방식은 향상된 업무흐름과 가시성을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국제무역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전체 물류 흐름을 디지털화하려는 궁극적인 시도는 창고관리, 수요관리 등과 같은 물류산업 내 다양한 개별 사례를 통해 구체화되고 생태계에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며 “블록체인은 기존의 비즈니스를 더욱 신뢰할 수 있는 단계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SK(주) C&C는 블록체인 기술이 물류산업 전반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정보공유의 형태와 거래추적을 개선해 오류나 위조를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비해 더 안전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도 손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러한 투명성을 통해 중간과정의 프로세스를 제거하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형태로 물류산업이 대변혁될 것으로 전망했다.

SK(주) C&C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가시성 확보와 거래 증빙의 디지털화는 물류산업 자체의 핵심변화 요소이다”며 “물류는 블록체인이 가장 활발하게 적용될 분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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