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19 09:38

포워더 LCL화물 검량행위 무죄 판결

운송주선인 vs 검찰 법해석 놓고 ‘갑론을박’

최근 소량화물(LCL 화물)에 대한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의 검량행위가 무죄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대법원의 원심기각 결정으로 그동안 전국 항만에서 적발됐던 수많은 포워더(콘솔사)들이 운송주선인의 권리를 되찾는 한편, 검량 행위 압박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8일 포워딩업계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LCL 화물 검량 측정 행위에 대한 항만운송사업법 위반과 관련, 한 포워더가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 이 포워더는 1심 재판에서 패소했지만 사건 이해도가 높은 변호인단을 꾸려 항소한 끝에 2심과 대법원 상고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수도 있는 법정 공방이었다. 사건은 201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해양경비안전서(부산해경)는 부산북항 코레일 CFS(소량화물 집하장) 내에서 작업 중이던 LCL 취급 포워더 7개사(나우리해운항공 천지해운 뱅코해운항공 코스타해운항공 티앤비 포맨해운항공 유라시아라인)의 검량 행위에 대한 단속을 벌였다.

해경은 미등록업체나 무자격자가 수출입 화물을 검사하거나 수량을 확인하는 불법행위를 단속했다. ‘항만운송사업법’에 따라 자격 없이 업무를 수행한 자에 대해 사업정지 등을 실시해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포워더들은 무자격자 신분으로 검량을 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았고, 위법사실로 판단한 해경은 담당자와 소속 회사에 벌금을 부과했다. 몇 년 전부터 누적된 적발로 가중처벌되면서 벌금 액수도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늘어났다.

피해를 보다 못한 포워더들은 한국국제물류협회와 두 차례에 걸쳐 간담회를 열어 사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검량 행위가 위법이라는 해경의 판단은 출발 CFS에서 도착 CFS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복합운송인의 업무 형태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편의상 나우리해운항공이 대표로 소송에 나섰고, 2016년 1월 부산지방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협회와 나머지 업체는 일단 벌금을 납부하고 재판의 모든 비용을 공동부담키로 했다. 정식재판 청구 전에 국제물류협회 수뇌부와 나우리해운항공 측은 부산해양경찰청에 이러한 단속이 잘못된 것이라고 설득과 이해를 구했다.

협회와 포워더가 협력해 완벽한 준비를 하고 나섰지만 출발은 좋지 못했다. 나우리해운항공은 4차례의 심리 끝에 결국 같은 해 9월 부산지방법원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당시 이 회사의 문종석 대표이사(사진)는 LCL 화물이 최초 입고될 때 포워더들이 화물상태, 수량, 용적 등을 확인하는 건 타인의 수요에 응하는 행위가 아닌 운송인으로서 자기 필요에 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즉 화주의 화물이 패킹리스트(포장명세서)에 표기된 내용과 일치하는지 중량· 용적을 측정하는 것이며, 원활한 컨테이너 내부 적재를 위한 계획수립 등 정확한 화물 인수를 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부산지방법원은 1심 판결에서 피고인 포워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포장명세서 일치여부의 단순한 확인을 넘어 화물을 재는 행위는 엄연히 검량이라는 판단이었다. 나우리해운은 해양수산부로부터 사실 조회를 한 내용까지 제출했지만 끝내 패소했다. 당시 해수부는 법원에 포워더들의 행위는 검량사업에 속하지 않아 위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러한 1심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어 나우리해운과 국제물류협회등 7개 관련사들은 항소를 결정하고 변호인을 교체,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 결국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포워더들은 운송인의 자격으로 화주의 화물을 인수받는 행위는 운송당사자간의 자기 필요(즉 인수인계절차와 해상운임 부과기준 등)에 의한 운송인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주장했다. 타인의 수요에 따라 용적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거나 이 행위를 사업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 결과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한다는 항소심 판결을 받았다.

“법정 다툼끝에 포워더 권리 되찾아”

항소심 승소 소식은 곧바로 협회 회원사들에게 전달됐다. 관을 상대로 비록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승소를 거두는 결실을 얻어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항소심이 끝난 2주 뒤 부산지법 제2형사부(항소)에 상고장이 접수됐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며 법정다툼을 끝까지 하기로 결정했다.

넉 달 뒤에 열린 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의 판단은 항소심과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타인의 수요에 응하는 행위가 아닌 자기 필요에 의한 행위는 항만운송사업법에서 말하는 검량이 아니다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판결했다.

포워더가 선사와 화주의 중간자라는 해석을 뛰어넘어 운송인으로서 화주로부터 받은 물건을 확인하는 절차라는 점에서 검량이 위법이 아니라는 의미다. 무자격자가 외부업체로부터 운임을 받고 검량을 하면 위법이 될 수 있겠지만, 화물의 원활한 적재를 위한 운송인의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문 대표는 “이게 위법이면 소포나 화물 부피를 측정해 운임을 매기는 우체국 직원이나 화주들도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운송인이 본인 화물을 재는 걸 막는 나라가 어디있냐”고 지적했다.

이번 무죄판결로 포워딩업계는 항만 내에서 화물에 대한 검량작업을 원활히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이번 사건은 협회와 회원사들이 일치단결해 승소를 이끌어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포워더들이 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떠안고서라도 억울함을 풀기 위해 2년 동안 법정에서 싸워 승소한 건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판결로 포워더들이 권리를 되찾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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