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화우 정해덕 파트너변호사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대형 해난사고 방지를 위해 해양경찰 부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여년을 해상전문변호사로 활동해온 그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한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아울러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발전기금을 조성하고 안전보장장치를 만들어 한국해운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해사법원 소재지 논란에 대해 법원 사건 수와 항구의 규모, 편리성 등을 고려해 서울에 본원을 두고 부산 광주 인천에 지원을 두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Q. 주도한 김신&유와 화우의 법인통합이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06년 법인 통합 당시 국내외 변호사, 변리사 등 전문인력이 김신&유는 40명, 화우는 80명 정도였는데 통합 후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전문인력이 300여명이 훨씬 넘는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통합 전과 비교하면 변호사 수도 3배 정도 늘어났다. 통합 당시 김신&유 소속 변호사들과 임직원들의 승계가 가장 중요한 통합의 조건이었는데 잘 성사돼 구조조정 없이 원만하게 통합이 이뤄져 잘 융화됐다. 함께 한 젊은 변호사들도 이제는 법인의 중견 파트너들로 성장했지.
법인의 전문화, 국제화가 계속 강화돼 지금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에 해외 사무소를 둔 명실상부한 글로벌 로펌으로 성장했다. 저로서는 나름대로 명분이 있는 훌륭한 법인통합이었고 로펌간의 통합에 관한 좋은 선례가 되었다고 자부한다. 아쉬운 게 있다면 통합하면서 대표변호사직을 내려 놓았고 세월이 흘러 내가 어느덧 파트너 정년을 목전에 둔 나이가 돼 버렸다는 거다. 물론 정년이 지나더라도 변호사 업무는 계속 할 수 있겠지.
Q. 최근 해운시장이 많이 어렵다. 해상법 전문변호사들도 영향이 있을 거 같다. 요즘 근황은 어떤가?
30년 이상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수많은 해상사건을 취급했고 수많은 해운회사, 조선회사의 흥망을 봐 왔지만 요즘처럼 해운시장이 어려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해상법 전문 변호사들도 최근 해운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업무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걸로 안다.
아무래도 해상이 주 전문인 저로서도 업무가 많이 줄었다. 어려운 해운 시장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고 매사 사업적으로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요즘은 사건 개발이나 고객 개발 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맡겨진 업무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
Q. 오랜 기간 해사전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에피소드가 많을 텐데,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있다면?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라면 중국산 시멘트 파동 사건을 들 수 있다. 분당 신도시 건설특수로 중국산 시멘트가 대량 수입된 적이 있었다. 과잉 공급된 데다 바다모래 품질 시비 등으로 가격이 폭락했다. 수입자는 인수를 거절했고 시멘트가 선박 속에서 계속 굳게 되자 관련 당사자들간에 여러 분쟁이 발생했지. 당시 사건을 맡아 부산 인천 등 국내 주요항구로 동분서주했던 일이 기억에 선명하다. 사건을 원만히 해결해 보람을 느꼈다.
또 원화 가치에 따라 해외 고객의 공탁금이 불거나 줄어 일희일비한 적이 있다. 오래 전 원화가 강세였던 때 외국 선주를 위해 달러로 받아 법원에 공탁했었다. 사건이 종결되자 다시 달러로 환전해 고객에게 돌려줬는데, 원화 가치가 상승해 두 배 가까이 불었더라. 고객이 얼마나 좋았겠나. 반대로 IMF 사태 이후엔 원화 가치가 폭락해 곤혹스러웠던 일도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외화 공탁을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을 듯하다.
외국 선박이 국내에서 경매됐는데 러시아 선원들이 하선하지 않고 계속 선박을 점거한 일도 생생하다. 제가 여러 차례 선박에 직접 승선해 선원들과 협상하고 설득해서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었지. 대서양에서 침몰한 컨테이너선으로 외국 화주와 국내 조선사 사이에서 발생한 미국소송과 국내소송을 맡아 10여년의 오랜 소송 끝에 최종 승소를 이끌어 낸 것도 기억에 남는다.
변호사 보수에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 해운회사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했는데 회장이 구속되고 회사도 부도 처리되는 바람에 변호사 보수를 제대로 받지 못한 적이 있었지. 얼마나 허탈했겠나?(웃음) 반대로 보수금을 별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망외(望外)의 보수금을 받아 기분 좋게 사건을 마무리한 일도 기억에 새롭다. 외국회사가 국내 회생회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채권 신고와 소송을 대리했었는데, 회생절차가 원만히 끝나 서로 좋은 기억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Q. 해사전담법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변호사님의 의견은?
해사전담법원 설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나 국내 해운업과 해상법의 발전을 위해서나 꼭 필요하다. 법조인의 전문성과 우리 법원의 전문성, 역량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해사법의 주요 법리와 법 관행이 국제 분쟁 해결의 토대를 구성하고 있다. 해사전담법원 설치는 우리나라 회사가 관련된 국제 분쟁은 물론 외국회사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서도 국내 기업과 국내 변호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해사전담법원의 소재지를 두고 논란이 있더라. 너무 지역구를 의식해서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법원의 처리 사건 수와 항구의 크기, 위치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했으면 한다. 본원을 어디에 두든 간에 서울과 부산 광주 인천에 각각 전담법원을 두면 되겠지. 전담법원의 상징성과 편리성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서울에 본원을 두고 부산 광주 인천에 지원을 두는 방안이 좋을 듯하다.
Q. 해사업계 발전 또는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대형 해난사고의 방지와 사후대응을 위해 법적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은 없나?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 해경을 해체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안 된다. 대형 해난사고의 방지와 사후 대응을 위해선 무엇보다도 해경을 부활시켜 조직을 강화하고 그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해난사고의 방지를 위해선 전문인력 양성, 배치와 예방교육의 의무화가 중요하다. 해운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해운발전기금을 조성하고 국제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함은 물론 안전을 보장하고 대응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향후 계획에 대해서 듣고 싶다.
어느덧 나이가 60을 넘었다. 이제는 변호사로서의 비즈니스 개발, 고객 개발보다는 공익을 위한 일에 좀더 헌신하고 해운산업의 발전, 국가발전에 미력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해운업계는 물론 후배 변호사들이나 법조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해보고자 한다. 또 그 동안의 업무경험 및 연구내용을 정리하여 이를 바탕으로 해상법 해상보험법 국제소송·중재에 관한 실무서를 집필해 볼까 생각 중이다.
Q. 정부당국과 해사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우리나라는 북쪽으로의 길이 막혀 있어 사실 섬나라와 다를 바 없지 않나? 결국 해운업이 사실상 국가기간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정부당국은 이러한 사정을 직시해서 해운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한진해운 사태로 야기된 국내선사의 국제신용도 추락과 국가신인도 하락, 해운회사의 대외 경쟁력 약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최근의 해운불황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중국 네덜란드 덴마크 등 외국의 경우처럼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물론 해운업계로서도 정부당국의 지원 여부에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국제경쟁력 강화, 신용도 상승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지.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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