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31 17:45

'철도물류' 선택 아닌 필수다

철도공사·철도공단 유기적인 소통으로 철도물류 혁신해야

우리나라의 도로교통 혼잡비용은 2007년 26조5000억원 규모에서 2012년 30조3000억원으로 14.3% 증가했다. 도로교통 혼잡비용을 산출하는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2012년 이후 도로교통 혼잡비용을 산출하는 방법론이 바뀌었고, 빅데이터를 통해 보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2012년 이후 빅데이터를 통해 개선된 방법으로 도로교통 혼잡비용을 산출한 결과, 지금까지 계산된 방식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혼잡 비용이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는 공로를 통한 화물 수송 분담률 증가다. 2014년 기준 국내 화물 수송 분담률(톤 기준)은 공로 90.7%, 해운 7.1%, 도로 2.2% 순이다. 정부는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도로로 수송하던 화물을 철도로 전환할 경우 ‘철도전환교통보조금’을 지원하는 모순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여기다 내항화물운송사업자의 경영난 해소를 이유로 연안화물선 ‘유류세 보조금’도 지원한다. 

국민의 혈세를 공로·철도·해운에 모두 쏟아 부었으나, 결과적으로 공로를 통한 수송 분담률이 높아져 도로교통 혼잡비용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세금을 투입해 재정손실을 초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더구나 해운과 철도를 통한 수송 분담률이 매년 하락함에 따라, 실효성이 없는 정책으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에 따라 철도화물수송분담률을 2020년까지 20%로 높이겠다고 제시했으나, 오히려 역대 최고수준이었던 2008년 6.4%에 한참 못 미치는 2.2% 로 주저앉았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운수노조, 특히 화물연대의 입김이 강력하기 때문에 (유가보조금을) 폐지하는 순간 난리가 난다. (화물연대가 운송을 중단하면) 물류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에 유가보조금은 폐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도로교통 혼잡비용은 갑자기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갑자기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매년 공로를 통한 수송량이 증가하면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혼잡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취재의 자문을 맡은 한국국제물류사협회 구교훈 회장은 2004년부터 시행된 유가보조금지급을 ‘독이든 사탕’에 비유한다. 물류기업들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 구 교수의 주장처럼 정부의 정책에 따라 유가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면 이에 따른 전체 물류비 증가는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중장기적으로 도로교통 혼잡비용을 덜고, 이산화탄소배출량을 감소하기 위해선 철도물류의 수송 분담률이 증가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내륙운송에서 철도의 비중은 아주 미미하다. 2014년 기준 국내 물류산업 총매출액 91.7조원 가운데 철도물류의 비중은 0.52% 머문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운송분야 총매출액 77.1조원 중 철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0.62% 규모다. 세계 물류시장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6.9% 수준인데 반해, 한국은 0.52%에 수준이다. 더군다나 2005년 이후 연평균 2980억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철도공단·공사 ‘불협화음’ 

‘Six Sigma(6시그마)’는 일본의 모토로라가 최초로 도입한 개념인데, 부분 최적화 돼 있던 기업의 품질경영을 전체 프로세스로 확장하는 개념이다. 21세기 경영혁신이라고 표현되기도 한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 기법을 도입해 높은 경영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은 6시그마 혁신과제를 도입해 자율적인 혁신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하드웨어 중심의 공단의 업무 특성상 전체적인 철도산업의 혁신을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철도산업은 철도시설과 운영의 주체가 분리된 구조다. 하드웨어는 공단이, 소프트웨어는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운영하는 식이다. 경우에 따라 민간 물류기업들의 투자도 병행된다. 이처럼 전체 프로세스가 분리된 철도산업의 구조에선 각 기관 및 민간기업의 유기적인 업무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단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몇 차례에 걸쳐 ‘철도물류 시설 확충 및 활성화를 위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회의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오갔고, 공단 측에서는 ▲대곡역 물류시설 건설 ▲수도권북부 물류기지 건설 ▲포승-평택선 서해선 연결을 위한 삼각선 재검토 ▲동해선 강릉-제진 연결(TCR) 연계 ▲유효장 확장사업 ▲송산내륙컨테이너기지(송산ICD) 건설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전략을 발표했다. 

철도산업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일례로 송산ICD 구축에 대해 코레일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공단 관계자는 “의왕ICD 처리용량이 포화될 경우 서해안 송산역 CY하치장을 확장하는 방안으로 장래 의왕ICD 여건 및 안산 대산 당진 등 서해선 송산역 인근 철도물량의 여건을 감안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물류시설 건설사업 절차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될 사업이다”고 전했다. 

또 그는 “현재 송산역의 경우 철도 화물역의 기능만 갖고 있고, 수도권 서부 거점 물류기지로써 ICD의 기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ICD 설치를 통해 통관, 입출입 게이트, 컨테이너 검수시설, 공컨테이너 장치장 등 다양한 시설을 위한 부지 확보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송산역에서 현재 4만8000㎡의 CY(컨테이너 야드)로 설계중이다”며 “ICD급 규모는 아니지만 송산CY조성은 의왕ICD로 집중되고 있는 수도권물류의 거점을 분산시킬 수 있는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 측은 송산ICD 구축에 대한 내용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ICD 구축이라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두 기관의 정보교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철도물류의 전체 프로세스를 혁신하기 위해선 이해당사자의 내·외부적인 소통과 정보교류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구조에선 혁신의 한계가 있다. 공단이 철도서비스의 주체인 코레일의 의견을 구하기에 앞서, 일방적으로 송산ICD 구축이라는 전략적인 그림을 발표하는 건 순서에 맞지 않는 듯 보인다. 

국토교통부 철도정책과 관계자는 “과거 철도청은 철도공단이 안정적인 투자를 책임지고 공사는 운영에만 전념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로 분리됐다”며 “두 기관이 분리돼 있어 정보를 공유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지만, 투자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선 오히려 (분리된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공단 주도 ‘마스터플랜’ 긍정적 시각도  

일각에서는 공단이 강조하는 이용자 중심의 철도물류시설 공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간 코레일이 주도했던 철도물류 정책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누적된 불만 때문. 실제로 취재과정에서 만난 다수의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코레일의 정책을 비판했다. A사 관계자는 “코레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은 단순히 노조의 파업 때문만이 아니다. 파업 전후로 보여준 국토부와 코레일의 태도가 오히려 더 큰 문제다”며 “(파업에 따른) 합당한 보상도 없이 파업이 끝나자마자 운임을 올렸다. 노조가 파업했는데 어쩌라는 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고객사의 어려움을 감안해 운임인상 시기를 4개월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공단은 송산ICD 외에도 항만·산단 인입선 건설 등 국가철도망 구축사업을 비롯해 철도물류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물류시설 사업을 마스터플랜에 포함하고 있다. 특히 철도물류 이용자의 요구를 사업계획에 반영해 사전타당성 검토 및 예비타당성 검증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한 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철도시설관리자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공단의 의지는 조직개편에서도 드러났다. 공단은 지난해 기획재무본부 미래사업기획처 내에 ‘물류철도부’를 신설하고, 물류담당 직원 2명을 배치했다. 물류철도부는 철도물류 시설 활성화를 위해 정책지원 등 물류인프라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철도물류 활성화를 위해 철도시설 관리자로서 공단이 수행해야할 물류시설 추진전략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향후 이를 바탕으로 철도물류 활성화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공단 측은 철도물류산업 활성화 기여와 공단의 철도물류 역할 강화를 비전으로 4개 전략목표와 5개의 전략과제, 11개의 중점과제, 29개의 세부추진 과제를 도출한 상태다. 공단 관계자는 “이번 추진전략 마스터플랜상의 사업이 이뤄질 경우 현재 2%대에 불과한 철도수송 분담률이 2025년 목표연도에는 약 4%대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량이 있는 곳에 철도물류의 거점이 부족하다. 수도권 동부지역(경기도 이천, 광주 등)과 평택 및 안산 등 물량이 있는 곳에 거점이 부족해 철도물류 활용의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단에 따르면 경기도 광주에서 부산발 컨테이너 도착물량은 136만톤, 이천에서 부산발 컨테이너 도착물량 48만톤, 용인에서 부산발 컨테이너 도착물량 155만톤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다. 수도권 동부의 철송 전환 가능 물동량이 높은 셈이다. 

구교훈 회장은 “민간물류기업이 철도물류에 참여하기 위한 비용부담이 너무 높으면 현실적인 참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투자대비 수익성이 떨어져 철도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사례를 봤다”며 “민간물류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개발이익환수부담금 등의 문제를 하루 빨리 완화시켜야 한다. 철도시설은 단순한 이익을 위한 것이라기 보단, 도심물류체계의 효율화와 국가물류기본계획상의 철도수송분담률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레일, 신규 화주 유치해야

철도청이 코레일과 공단으로 분리된 이후 우리나라의 철도물류 정책은 철도물류시설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철도화물수송분담률 하락 원인도 인프라 부족에서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일례로 여객위주의 선로배분, 심야시간에 철도안전을 위한 선로 보수로 인해 화물열차의 운행제한, 경부선 구간 유효장 부족, 철도인입선의 부족 등을 수송분담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철도를 통한 수요가 충분하고 인프라가 부족했던 10여년 전에는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 있을 수 있지만, 최근 철도 화물수송수요가 급감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인프라나 공급 능력은 큰 문제가 없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화주의 서비스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노력이다. 철도를 통한 신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고민을 선제적으로 하면서, 철도인프라 확보에 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 구교훈 회장은 “매번 철도물류의 활성화를 위해 논의되는 것들이 하드웨어 중심이다. 이제는 철도의 수요를 발생시키기 위해 화주들을 어떤 형태로 철도물류에 끌어들일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도공사는 철도화물 수송 수요를 증대하기 위한 운임정책과 할인, 인센티브 정책, ICD CY 사일로 등 철도물류시설에 대한 유연한 운영, 화물열차의 탄력적인 운영과 최근 유통물류환경의 부응하는 철도수송 품목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품목의 재정비, 철도물류 운영인력의 효율화, 철도 화물역의 대형화와 거점화가 시급한 과제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최근 주목받고 있는 소비재 유통물류의 지속적인 증가를 철도물류와 접목해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개척하는 등 철도물류 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으고,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에도 기회의 ‘문’ 열려있어야  

소수기업이 독점하는 철도물류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구교훈 회장은 “의왕ICD의 사례처럼 대기업이 30년의 점용기간동안 독점적·배타적으로 운영하는 철도물류의 구조에서 중소물류기업은 참여할 수 없었던 게 현실”이라며 “중소기업도 철도물류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턱을 낮춰야 한다. 가령 남동공동물류센터의 사례처럼, 코레일이 운영주체가 돼 중소·중견기업들이 진입제한 없이 자유롭게 철도물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왕ICD의 점용계약이 만료되는 2023년 이후에도, 일부 대형물류기업이 철도운영권을 장기적으로 독점하면 의왕ICD는 결코 활성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소기업의 철도물류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철도시설을 소규모로 분할해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게끔 제도를 만들고, 이 시설을 임대한 기업들은 철도를 통한 수송을 일정비율 이상 의무화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나아가 매년 사업평가에 따라 철도를 통한 수송실적이 높은 기업에 더 많은 임대공간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것. 만일 이러한 정책이 현실화되면 철도물류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셈이다. 무엇보다 일부 대기업이 물류창고나 CY, ICD를 택배의 거점 또는 공컨테이너의 보관을 주된 목적으로 악용한 사례를 보면, 중소기업 참여에 따른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교훈 회장은 “매년 평가를 통해 기업의 전체 수송량에서 철도를 이용하는 비중이 높으면 ICD 점용료와 CY 사용료, 운임을 저렴한 수준으로 적용하고, 철도를 이용하는 비중이 적거나 오히려 주로 도로운송에 철도시설을 이용하는 기업에는 부지 점용료와 CY 사용료, 운임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며 “물량에 비례해 각 기업별로 운임과 각종 물류요금을 차등화 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철도 수송을 최대한 유도하고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취재자문·구교훈 zeffko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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