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해사기구(IMO) 주관 하에 전 세계에서 전격 시행된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제(VGM)가 이제 시행 반년을 맞이한 가운데 안정된 정착을 위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간 관계부처와 수출입 관련 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 후 많은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의 총중량을 측정하기 위한 계측 인프라 부족과 규제 부재로 인한 중량 계측값 제출방식에 대한 관리기준 미흡, 검증제임에도 불구하고 검증의 주체가 없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물류 관계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본지에서는 VGM 인프라와 규제 그리고 관리기준에 대해 여러번 기사화해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제도의 본질인 검증에 대한 투자비용 발생과 책임 부재로 VGM이 방치되고 있는 가운데, 대안조차 논의되지 않고 있어 이 부분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다.
계측 인프라 구축 긴요
지난해 7월1일 시행을 통해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된 VGM은 기존에 없던 제도가 새롭게 만들어 지면서 국내 물류·제조업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국내 대표기업인 KL-NET(케이엘넷)과 ㈜카스, 한국에이엔디㈜, 한국형기산업협동조합 등은 지난해 7월 VGM에 관한 주 내용을 바탕으로 업무협약(MOU)을 체결, 정밀 계측기기와 IT를 결합한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에 나서 주목을 끌었다.
수개월의 협업 이후 지난해 10월 물류산업분야에 사용되는 법적 계량기와 케이엘넷이 운영 중인 VGM PORTAL(www.vgm.kr)간의 연동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바 있다.
즉 중량 계측값이 과거의 수기나 팩스로 작성·전송되는 방식이 아닌 암호화된 EDI 망을 통해 자동으로 전송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서, 금년 2월부터는 상용화 테스트를 거쳐 계측소(계량증명업소)와 CFS 등의 물류창고 그리고 수출기업의 물류 창고로 시스템을 보급해 해당 VGM 정보를 신속·정확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제출·등록 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과거의 비전문·비효율성에서 벗어나 측정에서 계측값 제출까지 여러 과정을 단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이 제공되는 것이다.
이러한 편리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검증 주체와 검증 솔루션 마련이 미흡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화주의 공장이나 CY/CFS에서 측정된 컨테이너 중량값은 선적 전 반드시 적정 중량 유무를 검증 받아야 한다. 수출 물류의 흐름상 검증을 위한 최적의 장소는 바로 컨테이너 터미널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일부 컨테이너 터미널의 유명무실한 계측 장비로는 정확한 검증이 어려울 수도 있기에 시스템 구축과 검증을 위한 계측 인프라 구축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관련 VGM 정보를 케이엘넷이 운영 중인 해양수산부의 VGM PORTAL에 제공된다면 해양수산부와 각 항만공사는 정확한 중량 검증을 위해 현장점검과 선별검사의 시스템 운영 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가 있어야만 작년 9월말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바 있는 선박안전법상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제 과태료가 보다 실효성을 갖게 된다. 이를 위해 항만공사는 각 터미널에 VGM 전산과 계측한 중량값을 검증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통해 터미널로 입고되는 컨테이너에 대한 중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선적 전 검증이 반드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검증안 마련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로 세계경제가 자유화와 세계화의 기조에서 각국에 실익을 위해 보호무역형태로 전환되고 있으며, 자칫 VGM의 미비가 보호주의 빌미로 이용돼 수출의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즉 국가 간 통상 마찰이 발생할 경우 화물의 내용물에 문제가 없으면 VGM 미비를 빌미로 통관 지연 및 거부 카드를 언제든지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화주 및 선사는 해당 국가에 하역 및 통관 지연, 벌금 등을 언제든지 물릴 수가 있기에 사전에 이러한 불씨를 미리 제거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분쟁의 잘잘못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컨테이너의 정확한 검증시스템이다. 물류 인프라가 잘 구축된 우리의 실정으로는 약간의 인프라 개선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만하다. 아울러 각국의 많은 계측 기업들이 VGM을 측정할 수 있는 솔루션을 최근 들어 출시하고 있다. 특히 세계 제조 및 물류 기업들은 이를 기회로 관련 분야 시장 선점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현실은 정책 당국이 VGM에 대한 이해도 및 전문성이 낮아 시행초기 많은 혼란과 논란을 야기했다. 또 그동안 올바른 정책의 부재로 관련된 각 물류주체가 방관 및 관망하고 있었지만 이제라도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작금의 침체된 물류항만산업 및 제조업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국가 역시 해운물류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항만을 비롯한 산업 인프라가 매우 낙후된 실정이며, 더욱이 VGM 인프라 역시 갈 길이 멀다. 새로운 산업분야인 만큼 한국의 뛰어난 제조 기술과 IT기술이 접목된다면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충분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이를 위해 새해에는 정부와 유관기관들이 적극적인 검토를 통해 제도의 안정된 정착을 도모하고 관련 기업 육성을 위한 충분한 지원책을 마련해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의 새로운 물류 산업의 한 축이 되길 기대해 본다.
< 부산=김진우 기자 jw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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