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9 09:33

'택배단가 인상' 영원한 숙제

인터뷰/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 배명순 국장
사업자, 책임감과 사명감 가져야

한진해운 사태로 해운 및 물류업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국내 택배 시장은 지속적으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 확대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이용자 증가 그리고 직구 및 역직구 시장의 눈부신 성장이 택배성장을 이끌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총 택배물량은 14억7912만개로 전년 동기대비 126.8% 성장했다. 엄청난 성장폭이다. 협회택배위원회 배명순 국장은 “올 해 총 택배물량은 약 23억개가 될 것으로 추정되며 2017년에는 27억개로 전년대비 15% 내외 성장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정부와 기업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는 택배위원회는 ▲택배사업과 관련된 국내외 정보의 교류 ▲택배사업과 관련된 협회, 단체 등과의 상호 협력 ▲대정부 및 언론 등 택배업계 공동 대응 사안 및 정책 건의 ▲택배업계 내부의 자율규제 사항 ▲택배 시장 보호 또는 발전 방향을 위한 연구 활동 ▲회원(사) 상호간의 친목 행사 ▲기타 위원회의 목적 및 택배업계 공동발전에 부합하는 제반 사안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배명순 국장은 올 한 해 택배 업계 이슈로 증차문제, 택배기업 인수합병(M&A), 제도 개선 문제, 서비스 제고 방안 등을 꼽았다.

다음은 배명순 국장과의 일문일답.

Q. 소형화물차 증차 규제가 12년 만에 폐지됐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온 국민이 알다시피 온라인 유통시장은 커지고 있고, 그 만큼 소형화물차(택배용 화물자동차)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 추세에 맞춘 택배차량 증차는 반드시 필요했고, 정부가 이에 걸맞춘 정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Q. 쿠팡 등 유통기업이 택배운송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면 택배기업과의 마찰이 심해질 것 같은데?

쿠팡과 택배사업자들 사이에 마찰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쿠팡이 택배사업자와 마찬가지로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이 아니라며 택배사업자가 받는 법적 규제를 피해간 점이다. 쿠팡 등 유통기업들이 정부가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따라 택배사업자와 동일한 법적 규제를 받는다면 지금과 같이 법적 형평성 문제나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마찰이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유통사업자들이 자체배송 비율을 높이면서 택배사업자에게 맡길 수도 있었던 물량이 그만큼 이전되고, 같은 시장 내 물량을 놓고 유통사업자와 택배사업자가 동시에 경쟁을 한다는 점이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는 유통사업자들의 자체배송 비율이나, 신규 물류사업 개시가 얼만큼 증가할지가 관건이다. 사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유통기업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이나, 무분별한 화물운송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서 직영 운영이라는 강력한 조건을 걸었다. 여기서 직영 조건은 회사가 직접 차량을 구매하고, 기사를 직접 고용하여 4대 보험을 가입시키는 것으로 유통사업자가 초기 쏟아야 하는 물류비용과 운영비용을 생각하면 섣불리 화물운송시장에 들어오진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Q. 이와 관련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택배시장은 개별, 용달 시장과는 엄연히 다른 시장이다. 또한 택배시장의 규모는 타 운송시장에 비해 매우 커졌고, 대국민 서비스로 자리매김해가고 있지만 택배는 아직도 하나의 업으로 인정되지 않고, 법적 지위 하나 없는 실정이다. 택배시장 내 경쟁주체 유입으로 시장이 악화되지 않도록 사업자에게 책임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택배서비스평가 시행, 사전SMS알림서비스 확대 등)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택배업의 법적 인정 등 정책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Q. 최근 드론 배송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나?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법적 규제가 산재되어 있는 현재 상태에서 단기적인 상용화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비용도 문제다. 드론을 이용한 배송은 타 수단에 비해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언젠가는 도서·산간지역과 같은 배송오지지역 배송, 긴급 구호 물품 배송 등에 드론을 충분히 활용할만한 가치는 있기에 드론 배송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Q. 국내 택배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사안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사안이긴 하나, 가장 해결 어려운 사안인 ‘택배단가’ 인상이다. 택배단가를 인상하면 택배 종사자의 처우개선은 물론 택배사업자의 시설 투자가 가능해서 그만큼 택배 종사자의 노동환경이 좋아지고, 택배서비스 또한 올라가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장 내 경쟁이 심하다보니 택배단가 인상이 영 녹록치가 않다.

Q. 택배 산업 선진화를 위한 조언 한 마디.

택배산업 선진화를 위하여 단연 택배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택배사업자가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택배산업의 선진화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 있길 바란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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