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7 18:01

포장도 과학이다


이삼일만 지나도 상하기 쉬운 바나나를 해외로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해 냉장 설비를 갖춘 선박이 만들어졌다. 농장에서 시장까지 바나나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운송추적기술(바코드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중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패키징 기술이다. 지금처럼 바나나가 전 세계인이 즐기는 과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패키징 기술 덕분이다.

심진기 패키징기술센터장은 “패키징 기술을 살피면 마케팅과 물류산업의 발전 양상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식품, 생활용품, 전자제품, 의료약품, 농·수·축산품 등 거의 모든 제품은 생산되고 소비될 때까지 패키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송 기간이 짧아지고 포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신선식품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판매 비중에서 신선식품은 이제 베스트셀러 품목에 들어간다. 식료품을 쇼핑할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 가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배송 받은 식료품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5년 신선식품의 온라인 판매량은 전년대비 34.2% 증가했다. 최근에는 백화점까지 신선식품 배달 전쟁에 가세했다. 기존 오프라인에서 거래하던 고급 신선식품을 온라인몰로 옮겨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이 다양해지고 차별화를 원하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상품을 보호, 보존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패키징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두부를 들 수 있다. 두부 포장의 비밀은 필름이다. 한 장처럼 보이지만 얇은 필름을 무려 7장이나 압축했다. 압축된 필름으로 두부를 진공 밀폐시키면 포장용기 개봉 시 용기 안쪽으로 공기가 들어가 내부 용적을 늘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개봉 시 넘침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플라스틱통에 두부와 정수된 물을 넣고 밀봉한 제품은 뜨거운 물과 찬물에 담는 과정을 거쳐 소독 및 살균 과정을 거친다. 이 얇은 필름이 두부의 유통기간을 결정한다. 대부분 업체의 두부 유통기간은 60~65일 사이다.


▲햇반 용기

패키징 기술을 말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또 사례가 CJ제일제당의 ‘햇반’이다. 햇반의 유통기한은 상온 보관 기준으로 9개월이다. 수개월간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의 비밀은 바로 ‘포장용기’에 있다. 햇반 용기는 폴리프로필렌(PP)과 에틸렌 비닐 알코올 수지(EVOH)라는 포장재질을 사용, 외부의 공기와 수분이 침투하지 못하는 삼중 공기차단막으로 이뤄져 있다.

PP소재는 밥 내부의 수분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EVOH 재질은 산소가 제품으로 침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준다. 뚜껑으로 쓰이는 비닐도 특수하다. 네 겹으로 만들어진 비닐 중 용기와 맞닿는 가장 아래층은 인체에 무해한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했으며, 중간의 특수층은 산소의 유입을 차단해 완전 밀봉 상태를 유지한다. 

또 100℃ 이상에서도 인체에 무해하고 외형이 변형되지 않아 전자레인지와 끓는 물에서 안전하게 조리할 수 있다.

패키징기술센터에 따르면 2011년 기준 6700억달러인 세계 포장 시장은 2016년까지 해마다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규모도 매년 6%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금 물류시장을 보면 시간경쟁이 한창이다. 속도는 분명 중요한 경쟁도구이긴 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게 빠른 속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물류의 관점으로 본 포장은 제품을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전달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보호하고, 하역작업을 편리하게 하고, 상품의 부가가치 창출 및 정보전달을 통해 판매촉진도 할뿐더러 유통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이다. 이렇듯 물류에서 포장은 단순히 상품을 꾸미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으로 물류비용 절감 및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를 하고 있다. 

< 김은아 대학생기자 everafter41@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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