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07 17:54

"기술 혁신이 미래 물류산업 좌우"

인터뷰/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이철웅 교수

전 산업군에서 첨단기술이 화두가 되고 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스마트기술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각 산업의 미래를 바꿔나가고 있다. 물류도 마찬가지다. 고려대학교 산업경영공학부 이철웅 교수는 물류에서의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도 강조하고 있다. 항만 물류 기술 전문가로도 익히 알려져 있는 이철웅 교수를 만났다.

미국 싱가포르 등 물류선진국에서 다양한 경험 쌓아

교수님은 교통물류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교통물류 연구자가 되게 된 과정에 대해 알고 싶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밟으며 항공과 육상물류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버스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기도 하고, 초창기 저가항공사와 항공예약 사이트를 애용하기도 했다. 특히 1990년대 미국의 번영은 아웃소싱과 물류에 기인했다는 것을 절실하게 체험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제조업에서의 경쟁력 저하로 특히 품질과 단가 경쟁력으로 어려움을 겪던 미국이 연구개발, 마케팅 등 자신들의 본원적인 강점에 몰두하고 제조활동은 처음에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그 다음 태국 말레이시아 등을 거쳐서 결국은 중국으로 아웃소싱해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일본의 독주를 막아냈다. 거꾸로 일본은 장기불황에 빠졌다. 박사학위 후 광활한 국토와 극한의 날씨를 가진 캐나다에서 일하면서 그 당시 막 떠오르던 기업 SCM(공급망관리) 분야 연구자로 세계를 선도하는 유통·물류 거대기업들의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목격하고 고민했다. 결국, 철도와 트럭 운송의 중요성과 재고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을 알게됐다. 그리고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항만·해운 분야에 종사하게 됐다. 아시다시피 싱가포르는 국가주도의 경재체계이다보니 교수도 국가에서 추천하는 연구분야에서 관련 업체들과 밀접하게 일하게 된다. 싱가포르 PSA 항만공사와 싱가포르 창이공항과도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 PSA의 주 관심사가 고효율 항만을 구축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서 각종 자동화 설비 등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것을 포함한 항만투자에 대한 타당성을 연구하고, 또한 고효율 항만을 구현하기 위한 항만의 최적 설계 및 운영문제를 PSA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갔다. 그 당시 동료였으며 지금도 저와 막역한 사이인 동갑내기 리루하이(Lee Loo Hay) 교수는 그러한 연구의 결실로 몇 년전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100만 달러의 최적항만 설계 상금을 받았으니 감회가 크다. 그 후 고려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어 귀국한지도 이제 11년이 넘었으니 세월이 정말 빠른 것 같다. 

국내 항만의 전반적인 수준을 짚어준다면?

우리나라 항만의 생산성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특히 설계와 운영과 관련된 기술적 측면이라든지 혹은 자동화 설비 및 그 활용은 많은 나라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특히 최상희 실장 등 해양수산개발원 연구진은 미래기술을 예측해 기술개발 로드맵을 작성하고 이에 따라 선도적인 설계 및 운영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효율 항만체계 구축해야

앞으로 항만기술의 핫이슈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고효율 항만체계의 구축이며 또 다른 하나는 친환경/저탄소 항만의 구현이다. 잘 알다시피 배의 크기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해운산업의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새로운 운하 개통과 함께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컨테이너선 크기의 증가와 물동량의 증가는 고효율 항만 설계·운영이 없이는 뒷받침될 수 없다. 기존의 장비 및 기술로는 조만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며, 이에 따라 새로운 개념의 미래항만 설계·운영기술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도 앞서 말했듯이 해양수산개발원을 필두로 이러한 기술수요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두 번째로 친환경/저탄소 항만의 구현이다. 탄소배출량(권)에 대한 규제는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더욱 더 강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항만·해운분야에 있어서 탄소절감 역시 주목받게 될 것이다. 이미 테르담 함부르크 등 유럽항만에서 이러한 노력은 가시화되고 있다. 이 분야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다소 뒤처진 것으로 사료되는데 항만의 고효율화와 더불어 중요한 이슈이니 보다 더 큰 관심이 요구된다고 조심스럽게 말씀 드릴 수 있다.  

최근 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국내 해운업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 앞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번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싱가포르는 일찍이 항만·해운산업의 전략적인 가치에 주목했다. 즉, ‘Physical Hub’로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Virtual Hub’로의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효과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 부연설명을 하자면 해운업을 육성해 수송능력을 늘이고, 항만의 고효율화를 통해 환적화물 등 물동량을 증가시키므로 해운·항만 수입의 직접적인 경제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해운·항만 인프라의 활성화와 물동량 증가로 이와 관련된 고부가가치 지식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해운·항만과 관련된 금융·보험·컨설팅·교육 등이 몇가지 좋은 예이다. 이러한 산업 부가가치 창출효과와 고용창출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과 같이 한진해운의 어려움을 대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일은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한진해운 문제해결을 다른 시각에서 즉, 국가전략 산업으로 해운업의 중요성을 인지할뿐만 아니라 창조경제 측면에서 해운관련 고부가가치 전후방산업 육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한진해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광의적 개념의 물류산업 육성에 초점 맞춰야

물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 정부에서 물류업계에 지원할 것이 있다면?

방금 말씀드렸듯 물류산업의 ‘Physical’한 측면뿐 아니라 ‘Virtual’ 한 물류산업 육성에 즉 광의적 개념의 물류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 일년여 시간동안 우리나라에서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어 왔다. 이러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가장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가 물류산업이다. 알리바바가 중국에서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켰는지 우리 모두 목격했다. 플랫폼 중심의 경제를 소개해 그동안 경제발전에서 소외되었던 지역에서도 플랫폼을 활용, 쉽게 지역특산물 및 지역관광자원을 소개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막대한 신규시장 공급과 수요가 창출됐다. 또 핀테크의 발전과 결합해 어마어마한 재화와 데이터를 창출했다. 중국은 이제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에서 이러한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도 정부가 물류산업을 협의의 물류산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 혁신을 위한 플랫폼으로 인식해 이에 마땅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일단 빅데이터와 플랫폼 구축을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특히 핀테크 등 금융과 관련된 구시대적인 규제의 장벽을 해소하고, 혁신의 생태계 구축을 위한 과감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태되지 않을 수 있다.

달인이 되기 위해선...

국내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조언 한마디.

우리 업계도 방금 말씀드린 물류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물류업체가 정보의 공유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정보의 공유를 통한 빅데이터 구축은 물류업체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다. 핀테크 업체들이 수수료 수입의 개념을 벗어나 빅데이터 업체로써 수익모형을 전환했듯이 물류업체들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하해 새로운 플랫폼기반 비즈니스 모형을 창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인생철학에 대해 알고 싶다.

글쎄요. 별 생각없이 살아왔는데요. 굳이 인생철학을 말해야 한다면 두가지 정도 말씀드릴 수 있다. 혹시 젊은 독자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린다면, TV에 유행했던 달인코너에서 김병만 씨가 16년간 한가지 일만을 해온 사람으로 달인을 정의했다. 저도 여기에 동의한다. 달인은 못 되더라도 한 가지 일의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16년은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무엇을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물로 사도 바울을 꼽는 것은 사도 바울은 항상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 목표만을 바라보면서 노력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목표를 세우고 자기 위치를 점검하며 노력하고 경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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