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31 09:34

제조·유통·물류의 경계가 사라지다

인터뷰/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국내 물류산업의 미래에 대해 긍정과 우려 두 가지 시각을 보인다. 앞으로 제조와 유통, 물류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것이란 것. 세계적인 제조업체 GE(제너럴일렉트릭)는 엔지니어링 회사이지만, 매출액의 비중은 서비스 부문이 더 높다. 이유가 무엇일까?

“산업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선진국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제품을 카피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의 유통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제조업의 서비스화입니다. 이를 ‘서비타이제이션’이라고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 서비스의 상품화, 그리고 기존 서비스와 신규 서비스의 결합 현상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송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글로벌 농기계 제조업체 A사의 서비스화를 들었다. 농기계를 구매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결국 농사를 잘 짓기 위함이다. A사는 농사를 짓는 본질을 고민했고, 농사가 잘 될 수 있도록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형태로 사업을 전환했다. 

국내에선 코웨이가 제조와 서비스를 결합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코웨이는 렌탈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대다수 제조업이 B2B(기업 대 기업)를 사업모델로 하는 것과 달리, 코웨이는 소비자를 직접 대면한다. 이 때문에 유통과 물류영역까지 사업이 걸쳐있고, 소비자의 정보를 직접 수집한다.  

산업이 융복합되는 사례는 코스트코와 이마트의 PB(자체브랜드) 상품에서도 목격된다. 일본의 편의점 가운데는 편의점에 특화된 상품을 별도로 내놓는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유통기업이 제품 기획을 넘어 제조까지 발을 넓히는 양상이다. 

“과거에는 전문화된 유통을 거쳐야 했지만, 이제는 개별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비용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유통을 건너뛰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유통기업이 소비자의 정보를 파악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 놓였습니다. 이제는 소비자를 생태계에 포함해야 합니다.”

송상화 교수는 아마존의 사례를 통해 소비자를 생태계에 끌어들이기 위해선 IT와 물류 두 가지 영역을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만 보고 움직이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기업은 세탁세제가 아니라 세탁서비스를 제공한다. 결국 소비자의 라이프 플랫폼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IT와 물류에 대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3년부터 라이프 플랫폼을 주장해왔습니다. 물류의 중요도를 논의하기 이전에 거대한 흐름을 읽어야 합니다. 물류기업들이 물류에만 초점을 맞춰 시장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다 더 적극적인 혁신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류기업 기회 잡아야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은 산업간 융복합이 이뤄지더라도 물류인프라와 창고, 화물차가 필요하다는 것. 이런 측면에서 보면 물류기업에 기회가 있다. 정부는 IT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물류기업을 위해 플랫폼 비즈니스를 장려해야 한다. 또 현재 폐쇄적인 3자물류시스템을 개방된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하며, 자금지원도 동반되어야 한다. 

결국 경쟁의 승자는 미완의 영역인 국가간 전자상거래(CBT)와 라스트마일(last mile)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라스트마일의 활성화는 환경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운송수단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또한 CBT의 조합능력도 중요하다.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은 융복합 경험 및 노하우가 부족한데다, 개별 기업이 전체를 수행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융복합 영역에서 조화롭게 발전하는 생태계 역량도 갖춰야 한다.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주장도 일맥상통한다. 온라인 및 오프라인 유통, 물류를 모두 묶어 ‘신유통’이라고 부른다. 신유통은 고객과 기업을 만나게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것이다. 나아가 신유통을 지원하기 위해 신금융, 신제조가 언급되며 이 모든 것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을 시사한다. 알리바바의 플랫폼은 직매입 비즈니스가 없고 물류부문이 취약하다. 이 틈새를 징동닷컴이 치고 들어가고 있는데, 그 뒤를 텐센트가 지키며 알리바바를 위협하는 상태다.

“직매입이 오픈마켓보다 불리한 건 단가경쟁이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정 카테고리에서 볼륨을 모으면 경쟁력이 생깁니다. 미국에서 아마존이 이베이를 누른 것은 물량을 확보한 덕분에 단가가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아마존대시를 통해 온라인을 연결하고 아마존프라임으로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구조로 빠른 배송이 가능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중국에서도 징동의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알리바바와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끊임없는 연결이 핵심이며, 제조, 물류, 유통, IT의 업종 구분은 과거의 유산일 뿐이다.


리스크 관리 역량 키워야

스마트 물류 환경으로 발전하면서 기업의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 고착화된 서비스 형태가 점차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은 더 중요해졌다. 이미 알려진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다. 불확실성을 미리 예측해서 대응하는 것은 꿈같은 이야기다. 관건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다. 

“사람들이 아이폰이 휴대폰 세상을 파괴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PC업체의 붕괴를 가져왔습니다. 아이폰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하는 방식, 물건을 구매하는 형태를 파괴했습니다. PC업체의 리스크는 스마트폰을 무시한 것입니다. 이것이 리스크의 본질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버의 파괴적 혁신도 다른 것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택시산업이 아닌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물류산업의 리스크도 다르지 않다. IT와 유통업 종사자들은 변화를 수용하며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다. 송상화 교수는 물류업계 종사자들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수용하고 현 시대에 발맞춰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물류를 수행하는 것은 ‘물류기업’이 맡는다. 업계 종사자들이 함께 지혜를 모으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 지금 상황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척박한 환경에 잘 버티고 개선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송 교수는 전했다. 분명 물류 산업에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오고 있고, 그 주인공은 묵묵히 물류산업의 현장을 지키는 물류 전문가들이 될 것이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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