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20 10:04

판례/ 기중기 붐대가 선박에 추락하면?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 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4다67614 판결 손해배상(기)

【원 고, 피 상 고 인】 에이 피 묄▼ 머△크 에이에스(A.P. Møller Mærsk A/S)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 담당변호사 김△준 외 1인)
【피  고, 상  고  인】 씨◑◑◑한통운 주식회사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신 외 1인)
【피고들 보조참가인】 대□□□기△▣▣유한공사(大♡重工ㆍ起□▲▲有限公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한)로▽스 담당변호사 임▲민 외 1인)
【원    심    판    결】 서울고법 2014.8.22. 선고 2012나89230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들 보조참가인이,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0.10자에 이어>

들어가며

이번 호에서는 기중기 붐대가 선박으로 추락해 선박 및 그위에 적재된 다수의 컨테이너를 파손한 사고를 다룬 판결 건에 관해 살핀다.
 

2. 사실관계의 개요

가. 사고는 2005년 광양항에서 터미널 운영사 측의 과실로 터미널의 시설인 기중기 붐대가 작업 중인 선박으로 충돌해 선박 측이 피해를 입은 데서 비롯된다. 원고는 해상운송인이고 피고는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 (기중기 임차인이자 기중기 기사의 사용자로 사료한다) 및 크레인 소유자 겸 임대인이다.

나. 법원의 판결에 나타난 사실관계는 아래와 같다:

(1) 원고는 2005년 12월8일 피고 ♡♡통운과 사이에, 피고 ♡♡통운이 관리·운영하는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이하 ‘이 사건 컨테이너 부두’라고 한다)에 관한 이용계약(이하 ‘이 사건 터미널이용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했다. 이 사건 터미널이용계약은 제21.1조에서 ‘피고 ♡♡통운은 이 사건 컨테이너 터미널이나 그가 주의·보호·관리하는 범위에서 발생하는,원고가 소유·운항 또는 조종하는 선박, 화물, 컨테이너 및 그와 관련된 장치에 대한 지연 또는 손상에 따른 손해가 피고 ♡♡통운 내지 그의 고의·과실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님을 증명하지 않는 한 이에 관한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제31조에서 ‘이 사건 터미널이용계약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영국법에 따라 해석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원고는 2006년 11월24일 등록선주로부터 ‘머△크 미▽▽니호(M/V M△▽×sk M♡◇@lini,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고 한다)’를 1일 용선료 2만3450달러에 정기용선해 컨테이너 화물의 운송에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선박이 싱가포르, 대련 등을 거쳐 2007년 10월20일 광양항에 입항하자, 피고 ♡♡통운은 피고 항만공사로부터 임차한 이 사건 크레인 등을 사용해 이 사건 선박에 컨테이너의 양화·적화작업을 실시했다.

(3) 이 사건 선박은 광양항을 출항해 부산항, 탄중, 수에즈 운하를 거쳐 포트사이드, 피레에프스, 콘스탄자, 일치체프스키 등으로 운항하면서 컨테이너를 운송할 예정이었는데, 이 사건 선박이 2007년 10월20일 14:20경 광양항을 출항하려 하자 피고 ♡♡통운 소속 운전기사는 선박이 출항할 수 있도록 양화 및 적화작업에 사용된 이 사건 크레인의 붐(boom)대를 원위치로 올리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붐대가 이 사건 선박 위로 추락하는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

(4)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에 적재돼 있던 총 1854개의 컨테이너(이하 ‘이 사건 컨테이너’라고 한다)는 각각 선적항, 양하항 및 운임이 달리 정해져 있었는데, 원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2007년 10월20일 14:20경부터 이 사건 선박의 수리가 완료된 2007년 11월13일 23:30경까지(이하 ‘이 사건 선박의 불가동기간’이라고 한다)이 사건 선박의 운항이 불가능해지자, 이 사건 컨테이너를 원고가 운항하는 다른 3척의 대체선박(이하 ‘이 사건 대체 선박’이라고 한다)에 환적한 후 이를 운송하고 운임을 수령했다.

(5) 이 사건 사고로 원고에게 총 미화 133만9140달러(용선료 57만1711달러 + 선체수리비 36만3483달러 +컨테이너 손상 6만6153달러 +수리기간 중 연료비 29만2405달러 +선원들 초과수당 3317달러 +선박관리회사 수수료 1만4666달러 +검정조사비 2만7405달러)및 5904만6957원(환적비 2530만3976원 +화물폐기비용 1666만원 +본선 청소비 1073만원 +청수공급비용 134만4000원 +검정조사비 500만8981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

3. 법원의 판단

(가) 용선료


선박이 사고로 인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는데, 이에 관해 법원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에 선적돼 있던 총 1854개에 달하는 이 사건 컨테이너는 컨테이너마다 선적항, 양하항 및 운임이 각각 달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사건 선박의 불가동기간 동안 원고가 이 사건 선박에 적재된 컨테이너의 운송으로 얻을 수 있는 운임 및 그 운송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히 증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따라서 그 기간 동안 원고가 이 사건 선박의 운항으로 얼마만큼의 기대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 여부를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는 이러한 기대이익 대신 이 사건 선박의 불가동기간 동안 자신이 지출한 용선료를 피고 ♡♡통운에게 영국법상 ‘낭비된 비용’으로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나) 용선료 이외의 손해항목

이 사건으로 인해 선박 측에게는 위 용선료 이외의 손해항목들, 즉 선체수리비, 컨테이너 손상, 수리기간 중 연료비, 환적비, 화물폐기비용, 본선 청소비, 청수공급비용, 선원초과수당, 선박관리회사 수수료 및 검정조사비(이하 ‘이 사건 기타 손해’라고 한다)가 발생했다. 이에 관해 법원은 “이 사건 기타 손해는 이 사건 컨테이너 부두에서 원고가 운항하는 선박, 화물 또는 컨테이너에 대한 손상에 따른 현실적인 손해로서 이 사건 터미널이용계약 제21.1조에 따라 피고 ♡♡통운은 그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라고 보아 피고 ♡♡통운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 피고들 채무의 관계

영국법상 수인의 채무자들이 각각 동일한 내용의 채무를 이행할 책임을 부담하되, 채무자 중 1인이 채무를 만족시키는 행위를 하면 나머지 채무자도 채무를 면하는 ‘joint and several liability’는 수인의 채무자들 사이에 주관적 공동관계가 존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주관적 공동관계 없이 수인의 독립적인 행위로 동일한 손해(the same damage)를 발생시킨 경우에도 성립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 ♡♡통운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이 사건 터미널이용계약상 채무불이행책임이고, 피고 항만공사의 손해배상채무는 불법행위책임으로서 각각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독립된 채무이지만,  그 각각의 원인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 즉 이 사건 사고로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의 전보라는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가진 급부를 부담하는 채무이고, 피고들의 배상책임이 동일한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중첩되는 이상 피고들 중 일방의 채무가 변제로 소멸하면 타방의 채무도 소멸하는 이른바 ‘부진정연대’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처럼 피고들 사이에 주관적 공동관계 없이 그들의 독립적인 행위로 동일한 손해를 발생시킨 이상 영국법상 피고 ♡♡통운에게는 피고 항만공사와의 ‘joint and several liability’가 성립된다 할 것이고, 이는 민법상 부진정연대채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4. 결론에 대신해

선박에 적재된 컨테이너가 해상운송 도중 선박 측의 관리 부실로 피해를 당하는 사고는 다수 접했으나 이 것과 같이 기중기 붐대가 선박으로 추락해 선박 및 컨테이너가 피해를 입어 수리 및 환적에 이른 사고는 흔히 접할 수 없으므로, 향후 위 사건은 유사한 건 진행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에 영국법 내지 영미법에 있어서 우리 법원이 ‘joint liability’는 한국법상 연대채무, ‘joint and several liability’는 부진정연대채무임을 명확히 판시한 것도 기존 판례들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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