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물류사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콜드체인(Cold Chain) 혹은 저온물류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화물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바이오, 화공약품, 반도체, 농산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화물은 일반화물에 비해 부가가치가 월등하게 높지만, 이를 제대로 서비스할 수 있는 국내 물류기업은 저조한 실정이다. 이유는 기술수준이 매우 높고, 복합적인 형태의 인증을 취득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로벌 표준이 없는 탓에 기업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국제안전수송협회(ISTA)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미국식품의약국(미국FDA)에서 요구되는 사항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해외에서 요구하는 인증이나 표준을 취득할 수 있는 국내기업은 없다”며 “특히 바이오의 경우는 외국계 물류기업이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안전성과 신뢰성이 담보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수준에서 국내기업이 이를 충족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산업 ‘고부가가치’ 물류 창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바이오산업 시장규모는 2010년 2448억달러에서 2014년 기준 3231억달러로 증가했고, 2019년엔 4273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바이오기술은 질병·환경·식량·에너지 등 인류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 각국은 바이오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진보의 가속도로 이어진다.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액은 2005년 2.8조원에서 2014년 7.6조원으로 연평균 11.9%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5~2014년 국내판매액은 1.5조원에서 4.2조원으로 연평균 11.8%, 수출액은 1.2조원에서 3.4조원으로 연평균 11.9% 증가했다.
바이오물류는 시간과 온도 등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충격과 진동에도 예민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물류서비스가 요구된다. 특히 일부 제품은 충격에 취약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지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보듯 검체물의 경우 그 위험성 때문에 안전하고 빠르게 운송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바이오 물류시장은 외국계 특송업체 DHL, TNT, 페덱스 등이 독무대를 펼치는 형국이다. 국내기업 가운데는 CJ대한통운, 녹십자랩셀, 한솔로지스틱스 등이 도전장을 내밀긴 했으나, 아직까지 글로벌 특송기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일찍이 바이오물류 운영지침을 세우고 별도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또는 GDP(Good Distribution Practice) 인증을 받아 전문적인 바이오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국내기업은 법에서 정한 3차용기 포장방식에만 의존해 검체 운송을 하고 있으며, 병원에서 계약한 협력업체에 운송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그나마 녹십자랩셀이 GMP, GDP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정도다.
다단계 저온유통 공급사슬관리 구축 필요
한 식품공학자의 주장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은 영하 18도에서 보관하면 균이 자랄 수 없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필요없다. 하지만 온도를 영하 18도로 유지한다는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유통과정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제조단계에서 온도를 컨트롤해도 수송단계에서 온도가 손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물류가 발달한 국가는 온도의 범위를 세분화시켜 관리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냉동·냉장·상온 등 포괄적인 개념으로 나눠서 관리한다.
세밀한 온도관리는 식품 본연의 맛에도 영향을 준다. 일례로 기름에 한번 튀긴 냉동식품이 소비자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온도변화가 발생하면 제품이 눅눅해지는 등 품질에 변화가 일어난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냉동식품을 다시 조리할 때, 제조업체가 기대하는 ‘맛’과 소비자가 느끼는 ‘맛’은 다를 수밖에 없다.
농산물 유통에서도 세심한 온도 관리는 중요한 영역이다. 농산물은 산지출하 이후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계속해서 적정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때론 수급조정을 위해 장기보관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연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국내 농산물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산지에서 소비자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한다.
국내 콜드체인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다단계 구조의 물류유통체계에서 찾을 수 있다. 생산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상품을 관리하는 주체가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특정 단계에서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공급사슬(Supply Chain)에 참여하는 기업 간 물류프로세스의 통합관리를 위한 공통 취급 기준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행한 ‘냉동냉수 시스템 기술정보집’에 따르면 저온물류에서 선도관리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요와 공급의 수급(균형) 관리와 재고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한 기능 중심의 물류 관리를 하는 수준으로부터 기업 내부 전체의 통합을 통한 최적화를 목표로 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것. 나아가 대상물의 신선도와 품질의 고도화 및 안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유통과정에 참여하는 기업들 간의 전체 프로세스 통합을 목표로 하는 공급사슬관리의 구축이 필요하다. 재고극소화 내지 무재고형의 공급은 신선하고 품질이 우수한 대상물을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 지향의 저온물류라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상물은 최적 온도대의 유지와 더불어 신선한 공급 및 생산과 소비를 가능한 짧은 시간 이내로 완료 내지 조정할 수 있는 철저한 재고관리가 중요하다. 또 다품종 소량 주문방식 위주로 불필요한 중간 재고를 줄이고 유통 경로를 단축하기 위해 적시생산공급(JIT) 시스템의 관리가 필요하다. 반품, 체류, 인수 거절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체계도 요구된다.
아울러 저온물류는 한 공정의 수행만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공급자부터 최종 소비자에 이르는 전 과정의 총체적인 품질경영(TQM)이 요구된다. 또한 일부 대상물은 호흡활성을 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관리기술이 단순치 않으며, 상황에 따라 적용 기술도 변형시켜야 한다. 이렇듯 저온물류에 관한 기술은 복합적인 종합기술로 체계적인 도입이 중요하다.
저온유통시스템에 활용되는 기술은 주기술과 보조기술로 나뉜다. 주기술은 저온물류시스템의 운영에 직접 관련되는 기술로 산지예냉, 저온포장, 저온수송과 배송, 저온보관 및 저장, 저온판매시설과 관련된 기술을 뜻한다. 보조기술은 저온물류시스템의 본래 목적인 선도유지와 출하조절 등의 기능을 달성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제공되는 기술이다. 이 기술에는 전처리기술, 포장, 선도유지기술, 표면살균 및 안전성 관련 기술, 집출하, 선별, 규격, 표준화, 정보, 환경 등이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콜드체인과 관련된 국제적인 표준을 마련해 선진국 수준으로 기술력과 서비스를 진보시켜 나가야 한다”며 “국제적 표준이 없고, 포괄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ISO 등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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