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들의 숙원 과제인 선원퇴직연금제도가 연내로 입법 절차를 밟는다. 선원퇴직연금제도 도입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인화 의원(국민의당)과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은 선원퇴직연금제도 도입을 위한 선원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10월께 국회에 상정해 연내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어제(9일) 오후 두 의원이 주최하고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주관해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순천향대학교 IT경영학과 김용하 교수는 선원들은 육상근로자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지속적인 퇴직금 적립이 어려워 노후엔 국민연금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선원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체 선원 3만7000여명 중 단기고용은 83%인 3만800명에 이른다. 이들 단기고용 선원들은 근로계약이 끝나면 퇴직금을 곧바로 정산받고 있어 퇴직금을 목돈으로 적립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선원퇴직금과 임금채권 보장이 미흡하기에 선주의 파산이나 도산 등 지급 불능상태에 따른 위험부담을 고스란히 선원이 감수하는 처지다.
퇴직연금 도입시 선원 소득 50% 보장 가능
김 교수는 선원퇴직연금을 도입할 경우 공적연금인 국민연금과 함께 소득 50~60% 보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국민연금으로 선원 급여의 20% 정도를 보장하고 퇴직연금이 추가로 20%를 보장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가입 상한선이 421만원으로 제한돼 있어 한계를 띠는 반면 퇴직연금은 상한선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니지 못하는 선원들에게 노후 보장을 위해 퇴직연금이 꼭 필요한 셈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까지 더할 경우 외항상선 선원의 소득보장비율은 해기사가 54.8%( 국민연금 28.5%, 퇴직연금 26.3%), 부원이 45.3%(국민연금 28.8% 퇴직연금 16.5%)에 이르는 집계됐다.
선원퇴직연금 벤치마킹 대상으로 과학기술인들의 노후 보장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도입된 과학기술인연금을 들 수 있다. 과학기술인공제법 제정과 함께 2003년 6월 설립된 과학기술인공제회는 2004년 11월 과학기술인연금사업을 시작했다.
과학기술인연금은 사용자가 내는 법정부담금 8.3%와 개인부담금 2.5%, 과학기술발전 장려금으로 구성된다. 정부 출연금 200억원으로 시작한 이 연금은 지난해 현재 자산 규모가 3조7300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정부는 출연금 규모를 2000억원까지 늘렸다.
김 교수는 선원퇴직연금 형태는 확정기여형 제도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확정기여형은 일정한 부담금을 퇴직연금에 적립하는 구조로, 기업 책임이 제한되고 퇴직연금 성과에 따라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퇴직급여가 달라진다.
그는 아울러 기존 가입해 있는 확정급여형과 개인형 연금제도 상품도 가능하도록 연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확정급여형은 기존 퇴직금과 같은 체계로 근로자의 평균임금과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개인형연금은 퇴직연금제도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퇴직연금계좌에서 개인퇴직연금 계좌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 정부의 장려금 출자가 제시됐다. 과학기술인연금제도와 비슷한 형태다. 지난해 12월 노사정은 정부에서 1%, 노사에서 1%를 각각 출연해 외항해운분야에서 선원퇴직연금제도를 우선 도입하는 한편 연금 운영기관은 해운조합으로 한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체결한 바 있다. 2%의 장려금을 지원할 경우 노사정에서 출연해야 하는 전체 금액은 1000억원 가량이며 외항해운으로 한정할 경우 448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선원 가입 유도로 제도 조기 정착 필요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선주협회 관계자는 “1만2000여명이 외항선원인 데다 육상선원도 가입할 수 있기에 잠재적인 선원퇴직연금 가입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도가 조기에 정착되기 위해선 많은 선원이 가입해야 하는데 재정적 지원 외에 선원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경철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노사와 정부가 공동으로 2% 수준의 (선원퇴직연금) 장려금 출연을 합의했으며 추가로 더 많은 장려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퇴직연금 실제 지급까지 최소 5년 이상 여유기간이 있기에 출연금을 단계적으로 분할 조성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해운정책본부장은 “연금은 어떤 근로 및 승무계약을 하더라도 퇴직금을 적립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져야 하며 선원 감소에 따른 재원 고갈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원 유지 또는 확대가 이뤄지도록 체계화된 시스템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산 해운조합 선원퇴직연금업무추진단장은 “시스템 구축비 최소화, 선원 특성에 맞는 상품개발, 전국 지부 네트워크 활용 등이 가능한 해운조합에서 연금을 관리운영하는 게 적합하다”고 의견을 내놨다. 해운조합은 지난 3월 선원퇴직연금 업무추진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이날 세미나엔 박주선 국회부의장과 이용득 황주홍 이용주 장정숙 최도자 의원을 비롯해 김영석 해수부 장관,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 이기범 해운조합 이사장, 박범식 한국선급 회장, 임재택 해기사협회장, 서병규 해양수산연수원장, 김명식 인천해사고 교장, 이정관 부산해사고 교장 등 정치권과 해운계 관계자가 다수 참석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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