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1 10:42

판례/ 선박 수리 중 화물이 소손되면 선주는 배상책임을 지는지?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인천지방법원 제12민사부 판결
<7.11자에 이어>
【사          건】 2011가합19740 판결 손해배상(기)
【원          고】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 외 5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경)
【피          고】 에버그린 글로리 인터내셔널 디벨로프먼트 리미티드 (소송대리인 변호사 문□명)
【변 론 종 결】 2012년 7월 4일
【판 결 선 고】 2012년 8월 8일
【주          문】 1. 피고는 원고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에게 400,654,144원, 원고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177,386,313원, 원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93,020,978원, 원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218,707,196원, 원고 현대해상화재보험 주식회사에게 215,100,520원, 원고 그린손해보험 주식회사에게 162,978,109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11년 10월2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          유】 

나) 살피건대, 을 제17, 18호증의 각 기재, 증인 소외 2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피고로부터 이 사건 선박을 재정기용선한 케이월드라인과 화주인 오씨아이 인터내셔날 인코퍼레이션 사이의 항해용선계약의 기초가 된 gencon항해용선계약서에 의하면 화물의 선적, 적부, 고르기, 고박, 깔판 대기, 하역 등의 작업은 용선자의 책임과 비용으로 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는 사실, 통상 항해 중에는 위험성 때문에 해치커버를 잘 열지 않으나 이 사건 선박의 수리를 위한 정박 중에는 선원들이 매일 화물창 내 통풍작업을 실시했고 1주일 단위로 해치커버를 개방해 화물 상태를 점검하고 전면적인 통풍을 실시한 사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선주나 선원들의 고의적인 행위, 선박 설비의 결함이나 누전, 선박 내 인화성 물질의 존재 등 다른 외부요인이 직접 개입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다) 그러나 갑 제3, 6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과 증인 소외 2, 소외 1의 각 증언에 변론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선박의 2번 화물창에는 흡입용 2개, 배기용 2개의 통풍용 팬이 설치돼 있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통풍용 팬과 연결된 대다수의 흡입구와 배기구들은 적재된 화물에 완전히 막혀 있는 상태여서 통풍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였던 사실, 일반적으로 화물을 적재하면 화물창의 하단부와 중간부는 화물에 덮이고 상단부만 개방되는데, 2번 화물창의 상단부 선미 뒤쪽은 화물로 완전히 덮여 화물이 상단부 배기구 위로 올라와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선박은 흡입구와 배기구가 모터로 돼 있어 강제식 통풍을 하는데 흡입구 쪽이 막혀 있었기 때문에 통풍팬을 돌리더라도 통풍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실,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은 3개월 간의 수리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의 고온다습한 환경을 고려해 화물을 다른 곳에 양하해 보관하는 등의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국제선급협회(iacs)에서 펴낸 산적화물 지침서 4.2.1(monitoring of stevedoring operation)에서는 “본선의 1등 항해사는 하역작업을 감시할 책임이 있고 각 화물을 가능한 대칭적으로 선적하고 필요할 경우 화물의 트리밍 작업을 할 의무가 있다.”고 기재돼 있는 사실, 피마자박이 적입된 1번 화물창의 경우 해치커버와 해치코밍의 상태가 비교적 양호했고 선수와 선미 쪽에 설치된 통풍용 팬의 흡입구와 배기구가 뚫려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다가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선박의 수리는 전적으로 선주가 담당하는 것이므로 수리로 인해 항해기간이 지연되는 동안의 화물 관리 역시피고의 책임하에 이루어져야 하는 점, ② 이 사건 선박의 주기관 감속기 고장으로 인한 정박 이후 피고가 공동해손을 선포했다면 화물 관리에 드는 비용 역시 공동해손 정산 결과에 따라 화주로부터 회수할 수 있으므로 선주인 피고로서는 수리기간 동안 선박에 대한 조치와 함께 이 사건 화물을 양하해 놓았다가 다른 선박으로 옮겨 싣는 등 화물에 대한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함이 마땅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화물 선적시 화물의 높이를 통풍구보다 낮게 하거나 화물이 통풍구를 막지 않도록 분리판을 대는 등 통풍구 주변에 공기유출입이 가능하도록 공간을 확보하는 조치를 취했더라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감소했을 것인 점, ④ 이 사건 사고는 정상적인 항해기간 중의 사고가 아니라 수리를 위해 정박하고 있는 동안 화물이 고온다습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발생한 사고인 점, ⑤ 이 사건 선박의 1등항해사는 화물이 통풍용 팬을 막고 있으면 주기적으로 화물의 균형 유지를 위해 트리밍(trimming)작업을 해 이를 평평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 점, ⑥ 설령 화주가 자신의 책임과 비용으로 화물을 적재한 경우라도 운송인은 그러한 적부가 운송에 적합한지의 여부를 살펴보고 운송을 위해 인도받은 화물의 성질을 알고 그 화물의 성격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적부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예방조치를 강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어 적재 후 항해기간 동안 운송인 측의 과실로 인한 화물 손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점, ⑦ 이 사건 선박은 주기관 감속기에 고장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통상 15일에서 20일 정도 항해해 2011년 5월5일 전후로 인천항에 도착할 수있었을 것인데, 수리를 위한 정박으로 인해 원래 도착 예정일보다 3개월 이상 늦게 도착한 점(이 사건 사고 발생 전인 2011년 4월21일에도 감속기의 윤활유 누유로 정선한 적이 있다)등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피고가 운송인으로서 항해기간 동안 이 사건 화물의 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따라서 이에 관한 원고의 재항변은 이유 있으므로,결국 피고의 화재 면책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마. 이 사건 사고가 위험물인 이 사건 화물의 특성에 기인했는지 여부
1) 쌍방의 주장 요지
피고는 또한 이 사건 사고가 위험물인 이 사건 화물의 특수한 성질에 의해 발생했고 선장 또는 피고가 그 위험성을 모르고 선적에 동의한 것이므로 헤이그 규칙 제4조 제2항(m)호 내지 제6항 제1문에 따라 면책되고 가사 이 사건 화물의 위험성을 알고 선적에 동의했더라도 위 규칙 제4조 제6항 제2문에 따라 면책된다고 항변하고, 이에 대해 원고들은 이 사건 화물은 위험물이 아니라고 다툰다.

2) 판단

가) 을 제26 내지 2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화물인 채종박은 1965년 국제해상위험물질 규칙(IMDG Code; International Maritime Dangerous Goods Code)상 제4급(Class 4)의 4.2 국제연합번호 2217 종자 케이크(SEED CAKE)에 해당하는 물질로서, 습기와 접촉할 경우 자체 발열하는 물질로 규정돼 있는 사실, 이 사건 화물은 그 특성상 적절한 통풍을 요하는데 이 사건 선박의 2번 화물창 해치코밍에 습기가 차 이 사건 화물과 접촉함으로써 종국적으로 화물에 응결된 땀으로 인한 손상(Sweat Damage)이 발생한 사실, 로이드 검정교본(Lloyd’s Survey Handbook)은 채종박 화물에 관해 “기름을 추출한 후의 채종박 잔존물로서 동물 사료에 사용되고(The residue of rape seed after the extraction of oil, used for animal feed) 통상 자루에 넣어 선적하며(Usually shipped in bags), 발열 및 자연발화하기 쉬운 성질이 있다(Liable to heating and spontaneous combustion).”고 설명하고 있는 사실, 종자화물의 운송과 안전 기준(Standard Cargo, setting the standard for service and security ; Carriage of Seedcake)에는 “씨드케이크(종자케이크) 화물의 경우 높은 수분 함유량이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약 70℃까지 최초의 온도 상승을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종자케이크의 품질 하락과도 관련이 있다. 이 활동은 단독으로는 종자케이크가 발화하는 원인이 되지 않을 것이나 잔여 기름의 산화를 가속시킬 것이고, 이는 종자케이크가 자연적으로 점화하는 발화점까지 충분히 온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나) 그러나 을 제27, 2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송하인의 의뢰로 지오 켐 래버라토리스 피브이티 엘티디(Geo Chem Laboratories PVT. Ltd)가 발행한 품질증명서에 의하면 이 사건 화물은 선적 전 검사 결과 기름 성분은 0.68%, 수분은 9.84%로 성분 분석돼, 비위험화물의 예외 인정 기준인 기름 단독 4% 이상 내지 기름과 수분을 합쳐 15%를 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해 국제해상고체산적화물규칙(IMSBC Code)이 규정하는 비위험화물 그룹인 C그룹에 해당[Indian Rapeseed Extraction Meal is Non-Hazardous, meets specification laid down as per IMSBC Group C(Appendix C) “Seed cake (non-hazardous) containing not more than 4% oil and 15% oil plus moisture combine”]하고, 실질적으로는 인화성 용액이 제거됐으나 다만 인화성 용액의 잔여 증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방산을 돕기 위해 표면 통풍이 요구된다(The cargo is reported to be substantially free from flammable solvent. However, surface ventilations shall be required to assist in dissipating, any solvent residual vapour.)고 기재돼 있는 사실, 이에 위 회사는 선적 전인 2011년 4월15일 선장에게 이 사건 화물은 위험성이 없다고 보인다고 통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볼 때 앞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화물이 위험물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따라서 이 사건 화물이 위험물임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원고들은 수입자들에게 지급한 보험금액에서 이 사건 화물을 전손 처리하고 회수한 잔존가의 배분액을 공제한 금액만큼 수입자들을 대위할 수 있는바,이를 원고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생략)
 
5.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손해배상으로 원고 한화손해보험 주식회사에게 400,654,144원,원고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177,386,313원, 원고 동부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93,020,978원,원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에게 218,707,196원,원고 현대해상화재보험주식회사에게 215,100,520원,원고 그린손해보험 주식회사에게 162,978,109원 및 위 각 돈에대해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 최종 지급 다음날인 2011년 10월21일부터 다 갚는날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각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있어 이를 각 인용한다. 

판사 조의연(재판장) 한동석 김혜성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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