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지역에서 운영되는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별 산업 특성과 지원 대기업의 역량을 특화사업에 맞춰 운영하고 있다. 각 센터는 정부-지자체-지원 대기업이 상호 협업하는 일대일 전담지원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인천광역시와 한진의 협업을 통해 물류산업에 첨단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물류 신산업 육성과 중소, 벤처기업의 수출물류 경쟁력 재고, 한·중 스타트업 교류협력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박인수 센터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의 주된 역할은 무엇입니까?
혁신센터의 가장 기본적 역할은 지역의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지역경제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 활성화와 고용증진을 통해 고성장을 할 수 있는 선순환 고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수도권, 대기업중심으로 성장해 한계에 봉착했으며, 이에 따른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육성해야 하고, 지역경제 활성화가 절실합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러한 어젠더를 던지고, 관리하며, 결집하는 주체입니다. 또 혁신센터는 해당 지역과 전담기업의 강점을 살리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킴으로써 해당 분야에서 타 지역을 선도하고, 시너지를 냅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는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과 스마트물류와 대중국진출 지원 특화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업을 육성하고, 기업가정신을 고취하며 중소기업을 발굴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을 돕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수출물류 컨설팅, 중국 투자유치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취임 1주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마디로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혁신센터와 같은 성격의 공공기관이 없었습니다. 공공기관이란 지역에서 해당분야의 성주, 챔피언과 같은 성격이었고, 시민서비스라는 개념은 있어도, 시민을 위한 공공기관 간에 협업은 없었습니다. 혁신센터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크고 복합적인 테마를 다루기 때문에 지자체, 대학, 중앙부처 등 다양한 기관과 협업하는 체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천지역에서는 각 기관에서 창조경제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고 협업하고 있으며, 창업지원, 중소기업 지원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인천중기청-인천항만공사가 자체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혁신센터와 한진그룹도 함께 협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6월에는 인천시-인하대-인천테크노파크-혁신센터가 항공산업 중소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했습니다.
혁신센터의 사업추진체계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센터의 기능과 역할이 자리를 잡기위해서는 적어도 3~5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이게 되겠느냐’는 의문을 갖는 것부터가 실패를 염두에 둔 것입니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매진해야 성공할 수 있으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주요 성과가 궁금합니다.
물류스타트업 8개 기업을 발굴했고, 물류현장 방문, 스마트물류 아카데미 운영, 수출물류 지원 등을 진행했습니다. 또 지난 1년 간 인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창업경진대회를 4회 열었고, 창업스쿨도 두 차례 진행했습니다. 투융자나 보증 같은 창업자금 지원체계도 구축했고, 지역의 모든 창업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원스톱 컨설팅 등 창업생태계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역의 선수급인 40개 스타트업을 발굴했습니다. 이 중에는 매출액 120억 달성, 해외 투자 100만불 유치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사례도 있습니다.
중소기업 육성과 관련해서는 ‘스마트공장’ 사업으로 44개 기업을 발굴해 4개사에 대한 지원이 완료됐습니다.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A사의 생산성은 70% 개선됐으며, 투자비도 1년 만에 회수했습니다. 하반기 추경을 배정 받아 추가로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은?
어느 한 분야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결론은 성과 창출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인하대학교와 스마트물류 과정을 오픈하기로 했고, 보육기업들의 성과 창출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벌이고 있습니다. 스마트공장 전환을 위해 인천시와 협의해 추경 예산을 확보했으며, 중국의 핵심 파트너십 개발 및 국내 혁신센터 사업과 연결고리 창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역점을 두는 것 중 하나는 스마트공장 구축입니다. 인천지역에는 공단이 상당히 많이 분포돼 있는데, 대부분이 오래된 산업단지입니다. 저희 센터는 이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게끔 다양한 지원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스마트공장입니다. 삼성전자에서 20년 넘게 공정개선을 맡았던 전문가들이 직접 컨설팅에 나서며, 이 덕분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반응이 워낙 좋아, 저희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새롭게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있습니까?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벌이기보다, 현재 진행되는 사업의 성과를 정리하고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더 시급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이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센터 내에 성격이 서로 다른 사업을 하나의 체계로 묶어 시너지를 이루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의 중국진출사업과 스마트물류의 연계성을 찾아 결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용존 사업을 새롭게 시작해 지역의 청년창업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스타트업은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가 어려웠다는 평가를 내놓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센터는 문제의 해결사가 아니라,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종합적인 지원과 컨설팅을 진행합니다.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가 가치가 있기 때문에 지원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가령 은행대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이 대출을 요구한다거나, 법적인 규제를 해결해달라고 사례가 있습니다. 저희 센터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초법적인 기관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저희는 센터에 입주한 보육기업에 멘토 프로그램을 운영해 집중 관리하며, 일반 기업이나 창업자에게는 원스톱 컨설팅이라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한 ‘R&D전문교육’을 시작으로 자금, 마케팅, 특허, 법률, 세무 등 다양한 분야로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들의 반응이 꽤 좋은데, 이러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저희가 진행하는 교육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필요한 핵심 지식분야입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정보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 교육하고, 혁신센터 중심으로 제공되는 금융지원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인천지역 내 모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영역량을 강화에 도움을 드리고자합니다. 최근에는 퀄컴 부사장이 글로벌 특허관리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인천은 지리적으로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모든 것이 상대적입니다. 인천의 장점은 타지방에 비해 서울과 가깝고, 여러 면에서 비용이 저렴합니다. 공단이 많기 때문에 제조기반이 강하고, 무엇보다 인천혁신센터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제로 전국 각 지역에 위치한 스타트업이 인천을 찾아옵니다. 다만 서울의 강남이나 성남의 판교의 창업 플랫폼은 글로벌 수준으로 발달돼 있어, 상대적으로 인천은 인력수급이나 자본 조달 측면에서 불리한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저희는 혁신센터는 물류분야에 특화돼 있어, 물류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산업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물류산업은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요?
산업혁명은 많이 만들기 혁명입니다. 많이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컴퓨터에 의해 사람이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만드는 혁명이 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지식혁명인데, 저는 4차 산업혁명을 ‘미리 만들기 혁명’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즉 이제는 복잡하고 방대한 경영환경 속에서 의사결정이 미래적이면서도 속도와 정확성이 높아야 합니다. 물류산업은 의외로 4차 산업혁명의 직격탄을 맞는 분야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물류의 본질은 네트워크입니다. 오늘날 항공, 해운, 택배 등 첨단 물류기업들은 이미 IT시스템을 갖추고, 글로벌 얼라이언스를 통해 그 효과를 극대화한 덕분에 3차 산업혁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그 위에 거대 물류체계를 미래적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누가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류기업의 IT시스템은 클라언트 기업의 IT시스템과 조금 더 밀결합되어야 하며, 고객의 IT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물류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 즉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예를 들어 쿠팡은 유통과 물류를 결합해 탄생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역량을 가진 글로벌 거대 물류 플랫폼을 누가 먼저 구축하느냐가 승부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승자가 구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중소물류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 의한 마케팅과 비용절감에 집중해야 합니다. 새로운 물류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실제로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타트업 가운데는 해외직배송 요율을 절반 수준으로 낮춘 기업도 있습니다.
민간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를 센터 내에 입주시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등 협업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시도를 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민간 액셀러레이터를 혁신센터에 입주시킨다는 아이디어는 전국에서 저희가 가장 먼저 제시했습니다. 미래부에서는 지역별로 구체적인 지원 체계가 정해지는 대로 곧바로 시행될 것입니다. 액셀러레이터와 같은 스타트업 전문 양성기관은 민간으로서 서울에만 집중돼 있는데, 향후 혁신센터는 지방에서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해야 하는데 경험과 역량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으로서 혁신센터는 지역의 좋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액셀러레이터는 그중에서 좋은 아이템을 골라 육성하는 ‘윈-윈’ 관계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혁신센터의 경험과 역량을 기르고자 했습니다.
한편 대표님께서는 KT, KTF, KTF뮤직과 삼성카드 등을 거친 경영·경제통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에 몸담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KT, KTF, KTF뮤직과 삼성카드 등을 거쳐 민간기업에 25년을 근무했습니다. 이중 15년을 임원으로 지냈습니다. 민간기업은 오너와 개별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반해, 공공기관은 지역사회의 발전이라는 보다 넓고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합니다. 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민간기업에서 신사업을 주로 다룬 경험이 있어, 혁신센터는 경력과도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국가에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관용차는 일부러 경차를 선택했고, 매일 아침 직접 운전하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센터장님의 인생철학이 궁금합니다.
살아온 인생도 짧고, 아는 것도 없는데 인생철학을 논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에 보면 ‘중도(中道)’라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후회할 일은 하지 않는다’라고 해석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도 후회하고, 해야 할 일을 안 하면 후회하게 됩니다. 모든 일을 순리에 맡기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물류업계 종사자 및 예비창업자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물류업계에 종사해보지 않은 제가 물류업계 관계자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4차 산업과 같은 변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변화의 물결에 먼저 대응하면 기회가 되고, 뒤늦으면 위기가 됩니다.
스타트업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조언을 합니다. 대다수 스타트업은 B2C, B2B2C사업인데, 돈을 번다는 것은 사회에 기여, 사회를 이롭게 한다는 것의 결과물이고 대가입니다. 내 서비스, 내 사업이 이사회에 존재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고,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되새겨봐야 합니다. 그것이 클수록 성공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순서가 뒤바뀌면 비즈니스모델도 잘 안나오고, 사업을 성공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회사의 비전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ROFILE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IMI컨설팅 경영컨설팅팀 전문위원
삼성카드 신사업부문 상무
KT뮤직 대표이사
KTF데이타사업부문 상무
KT 통신경제연구소 부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석사
서울대학교 산업공학 학사
해동고등학교 졸업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