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05 08:53

격변기 맞은 유통산업, '반 박자' 더 빠르게 움직여야

유통기업 옴니채널 전략 구사해야
해외 면세점 사업 고속성장 주목

요즘 유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1인가구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배경이다. 모바일 쇼핑의 급속한 성장도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후발주자인 쿠팡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를 돌파했다. 배송전쟁, 최저가전쟁 등 출혈경쟁도 심화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구분도 모호해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몬은 대형마트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종합 PB(자체상표) 브랜드를 론칭했고, 신세계그룹도 전통적인 유통채널을 고수하지 않고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했다. 인터파크는 오픈마켓 최초로 실시간 쇼핑 생방송 ‘라이브 온 쇼핑(Live On Shopping)’을 선보이며, 다중채널네트워크(MCN)와 이커머스의 기능이 결합된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창고형 할인매장의 대명사였던 ‘코스트코홀세일(이하 코스트코)’도 지난해 11월 국내 온라인몰 시장 진출을 선포했다. 코스트코코리아 온라인 오픈은 미국, 영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 이은 5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최초다. 코스트코 측은 상품 차별화를 위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점포의 상품 판매를 달리할 것으로 보이며, 인기가 높은 제품은 오프라인에서만 판매해 점포 매출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정체기에 직면한 TV홈쇼핑 역시 다양한 형태로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TV홈쇼핑 채널은 7개로 증가했고, 티커머스(데이터방송 홈쇼핑) 등 뉴미디어에 기반한 채널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이로 인해 공급 증가와 취급고 감소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0월 오프라인 상품 체험공간인 ‘롯데홈쇼핑 스튜디오샵’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하광장에 오픈했고, 지난 5월도 이천 롯데 프리미엄아울렛과 파주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도 열었다. CJ오쇼핑도 2014년 인천과 2015년 여주프리미엄아울렛에 스타일온에어 오프라인 매장을 개장한데 이어, 올해 AK플라자 수원점에 ‘스타일온에어 플러스’를 오픈했다. 최상위 유통채널인 백화점에 홈쇼핑 매장이 들어선 것은 업계 최초다. 현대홈쇼핑 역시 ‘현대홈쇼핑 플러스샵’을 연이어 오픈하며 O2O(Online to Offline) 마케팅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제조기업인 락앤락은 물류센터 개방을 통해 유통단계를 줄였다. 락앤락은 지난해부터 아산 물류센터와 안성 물류센터를 봄과 가을에 개방해 약 4000여종의 주방용품을 최대 8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룹 내 유통채널을 결합해 시너지를 낸 사례도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기존 이마트 매장과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 피코크 키친, 더 라이프(가구매장), 일렉트로마트(전자매장) 등이 한꺼번에 들어선 첫 복합 할인매장인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을 열었다. 지난 1년간 기록한 실적은 전국 이마트 점포 중 손꼽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물류역량 강화를 통해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로지스틱스, 롯데푸드, 호텔롯데,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롯데리아 등 계열사 8곳을 통해 순차적으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 대다수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현대로지스틱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합병이 현실화 될 것으로 예측한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4조5000억원 규모다. 합병이 추진될 경우, 계열사 간 다양한 시너지가 발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롯데닷컴은 2014년 2월 글로벌 롯데닷컴 사이트를 개설한데 이어, 지난해 중국 역지구 시장을 공략한 중문 모바일 쇼핑 사이트 ‘차이나 롯데닷컴’을 오픈했다. 사이트 오픈에 앞서 해외배송을 위한 물류시스템도 정비했으며, EMS와 DHL에 더해 인천 창고에서 상품이 집하되어 중국 가정에 보내지는 방식과 중국 현지 창고에서 로컬 방식으로 배송하는 방식을 더했다. 롯데그룹이 자체 물류를 강화할 경우 역직구를 비롯해 현재 관심을 보이는 해외면세점 사업에서도 상당한 시너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 박자’ 더 빠르게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4~2018’ 유통산업발전 기본계획에 따르면 주요 국가의 GDP에서 유통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기준 한국이 7.6%인 반면 미국은 17.5%, 일본은 22.5%에 달한다. 2014년 자료에서는 13.5%로 다소 증가했으나, 여전히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는 국내 유통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자료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글로벌 장기 저성장 시대 속에서 국내 유통기업의 화두로 ‘면세점’과 ‘복합쇼핑몰’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복합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복합쇼핑몰’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복합쇼핑몰 개발과 운영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차세대 전략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복합쇼핑몰과 함께 유통기업이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해외 면세점사업’을 꼽았다. 글로벌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해외 면세점 매출 규모는 더 증가하는 추세다. 스웨덴 관광통계 전문기관 제너레이션 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 글로벌 면세점 시장은 2013년 600억달러 규모에서 5.8% 증가한 653억달러로 나타났다. 면세점 사업은 규모가 클수록 상품 매입단가가 낮아져 수익성 향상을 이룰 수 있어, 시장의 선두 업체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매년 증가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2014년 기준 중국인 관광객은 1억14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해외여행을 나서는 중국인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세계 면세점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성장세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면세기업들은 해외직접구매, 이른바 해외직구에 나서며 유통시장의 탈경계화가 촉진되는데 따른 대안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O2O 채널 및 서비스 강화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옴니채널 선택 아닌 ‘필수’ 

지난해부터 유통가를 달구고 있는 화두 중 하나는 ‘옴니채널’이다. 옴니채널은 기업이 모든 채널을 연결해 고객에게 접근하는 것을 뜻한다. 점포와 웹, 모바일, 소셜미디어 등 복수의 채널을 통합해 고객경험 관리를 최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옴니채널 구현을 위해서는 채널별로 관리하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채널에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하고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용인송담대학교 유통과 신준섭 교수는 “유통기업 간 출혈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옴니채널 전략이 필요하다. 오프라인이 기반이 파워풀하게 확립된 상태에서 온라인이 함께 운영되는 형태여야 한다”며 “온라인으로 시작한 유통기업들은 옴니채널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옴니채널을 구사하는데 유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이커머스 기업은 편의점을 비롯한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과 협력하는 형태로 옴니채널 전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마켓캐스트 김형택 대표는 옴니채널 추진 7대 과제로 ▲회원-콜센터, 보안, 일반결제,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통합 연결을 추진하는 것 ▲웹사이트-검색 및 장바구니 일원화 제공 ▲매장-고객관계관리, 태블릿 개발, 매장배송체계 구축 등 ▲제품-상품관리코드의 공통화, 신상품개발 담당 ▲물류-그룹 내 각 기업의 물류를 통합하고 배송을 할 수 있는 체계 구축 ▲미디어-옴니채널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 및 프로모션 기법을 검토하고 개발하는 일을 담당 ▲빅데이터-고객 데이터 통합과 이에 따른 시스템 구축, 데이터 분석을 꼽았다. 

또 김 대표는 성공적인 옴니채널 구축을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전략 추진 ▲명확한 목적과 목표 설정 ▲기존 역량 파악을 통한 핵심역량 집중 ▲조직 통합과 연계 ▲작게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개선 ▲기술혁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차별화된 쇼핑경험의 설계 ▲언제 어디서나 구매가 가능 ▲배송과 물류체계 확보 ▲고객관점에서 모든 것을 생각할 것을 주문했다. 

김형택 대표는 “전통적인 유통기업의 경우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연계해 온/오프라인을 통합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오프라인과 연계해 고객경험을 강화하고, 배송 및 A/S를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온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온라인 채널의 확대 및 모바일 기반의 마케팅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커머스 기업은 고객의 구매접점에서 자사의 쇼핑채널로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연계방안이 필요하다”며 “일상생활이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면서 고객의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접점에서 구매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마케팅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고객체험, 배송, 고객지원을 위해 기존 오프라인 접점을 가진 기업과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고객’을 생각하다 

K&J글로벌컨설팅 조철휘 대표(유통학 박사)는 국내 유통기업들이 트렌드를 반영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유통의 본질은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과도한 출혈경쟁이 지속되는 현재의 상황을 국내 유통산업의 약점으로 지목했다. 조대표는 지금 상황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서비스 향상과 충성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회전률’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하며, 배송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다회전 배송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고정비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는 것. 특히 거점의 통폐합 시대가 도래했다고 평가하며, 양재IC가 대표적인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령 비슷한 유형의 카테고리를 선별하면 공동보관이 가능하고, 공동 수배송이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일부기업은 이미 이러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또 여건이 된다면 유통기업이 자체배송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말단배송(라스트마일)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과의 접점이 가깝다는 점이다. 고객이 호의를 갖고 안심하고 문을 열어주는 택배기사가 있는 반면, 대면접촉을 꺼려 문 앞에 택배를 두고 가라고 하는 사례가 있다. 결국 고객을 접점에서 만나는 택배기사와 고객과의 관계에 따라 기업의 이미지가 달라지고, 충성고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조 대표는 이런 차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택배는 공짜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택배를 공짜로 만드는 순간 물류를 수행하는 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유통기업들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와 법령을 준수해 사회적 양심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만큼 기존의 낡은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복합적인 이유로 검찰수사를 받는 기업의 공통점은 CSR와 법령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점에서 조 대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코스트코는 국내에 진출한 뒤 CSR와 법령을 잘 지켜왔으며, 그간 별다른 말썽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통기업이 차별화 일환으로 배송에만 집중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CM(공급사슬관리)의 여러 단계를 균형있게 컨트롤해야 하며, 시장의 환경에 맞게 각 단계별로 체계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커머스 기업의 직매입 추세변화에 대해서는 “기존의 사업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이커머스가 자체 물류센터를 늘리는 이유도 직매입을 통해 규모를 키워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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